박석환, 조성모의 플레이걸, 굿데이, 2002.01.29


클릭월드에로카툰9.

조성모의 <플레이걸> 


`○○ 특공대`, `○○○ 형제들` 등 주인공이 팀을 이루는 작품을 `전대물`이라고 한다. 이들은 아주 특수한 능력을 한가지씩 지녔다. 지식이 높거나 금고털이에 능하거나. 대개는 초인적인 능력이다. 미국의 슈퍼영웅물이 그저 힘과 관련된 능력을 구사하는 데 그쳤다면 일본의 전대물 영웅들은 공간이동, 변신, 투시, 예지력 등 다양한 능력을 보여준다. 

이시모리 쇼타로의 추억의 명작 <사이보그 009>에는 각기 다른 특수 능력을 지닌 9명의 전사가 나온다. 이 작품을 눈이 빠지도록 열심히 봤던 당시의 꼬맹이들은 저마다 맘에 드는 능력을 꼽으며 `난 001이야. 금방 너한테 텔레파시를 보냈어`라고 말하곤 했다. 텔레파시와 투시는 응큼한 색동(色童)들이 가장 즐겼던 아이템. `난 003이야. 오늘 속 옷은 살색이군…? 이런 못 볼 걸 봤군` 하는 식의 놀이였다. 

만화가 조성모의 <플레이걸>은 색동들의 꿈꾸기 놀이를 되살린 작품이다. 작가는 001, 003, 005의 능력을 색동들의 기대치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강성기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만들었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건넨 능력은 섹스 최면술. 강성기는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는 것만으로 상대방 여성이 `이 남자와 섹스하고 싶어`라고 소리치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거기에 얼굴 체격 머리가 다 빼어나다. 

회사에 취직한 우리의 주인공은 `회장 딸과 결혼하기`가 인생의 목표다. 물론 회장 딸이 눈앞에 툭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이야기는 간단하게 `한판`으로 끝나고 말 일. 이를 막기 위해 작가는 별의 별 걸 다 모아놓고 `꼬고 또 꼬기`와 `어쨌든 침대로 들어가기`라는 성애만화의 정공법을 구사한다. 

이 작품은 속속들이 B급 정서로 가득한 한국형 장르만화다. 남자 주인공은 <크라잉프리맨>에서, 여자 주인공은 <여제>에서 따왔다. 

<플레이걸>이라는 제목도 작품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표지 컨셉 역시 의아할 뿐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조각들의 집합은 기묘할 정도로 익숙하고 흥미진진하게 짜맞춰졌다. 

작가는 주인공처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는 듯하다. 시원하되 밀도있게 묘사된 정사신은 보는 이의 얼굴을 `울긋불긋`, 속마음을 `불끈불끈`거리게 만든다. 1971년 데뷔한 중견 작가의 믿음직한 기술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굿데이, 2002-01-29 게재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