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월드에로카툰8.
유인의 `교내사생`
출근길. 고단한 일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지하철이 빠르게 움직인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속의 승객들은 꼼짝할 수 없어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 모른다. 순간 만화적 상상이 발동한다. 남성 승객을 압박해오던 주변 사람들이 여성승객으로 전환되고 압박되던 몸의 부위도 바뀐다. 그리고 남성 승객의 손은 의도하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이를 어쩌나.
이런 `어쩌나`식의 성적 에피소드로 유명한 작품이 일본 작가 유인(U JIN)의 <교내사생>이다. `어쩌나`의 대상은 세일러복 차림의 여고생. 성에 대해 전혀 의식없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남성들의 다양한 성적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작품 속의 에피소드 하나. 졸고 있는 여학생을 위해 자리를 양보한 회사원이 흐뭇한 마음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쩌나. 역을 지나칠수록 밀려드는 승객들 때문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얼굴 쪽으로 하복부가 점점 밀착된다. 마침 바지 지퍼는 내려가고, 졸고 있는 소녀는 입을 벌리고 있다. 지하철은 급정차와 급발진을 반복하니 회사원은 환장할 노릇이다.
작가는 유럽풍의 고성(古城) 같은 저택에 살면서 클래식과 피아노연주를 즐기는 고소득 만화가다. 40세를 넘긴 중년의 이 귀족작가는 지금까지 지하철 시리즈, 선생과 제자 시리즈, 서비스맨 시리즈 등 미소녀 대상의 성적 에피소드만을 만들어왔다.
이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옛날 이야기 패러디 시리즈. 코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피노키오 인형을 요상한 용도로 사용하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성냥팔이 소녀도 등장한다.
변태적 내용과는 달리 작가의 화풍은 깜찍하다 못해 가볍다. 이런 가벼운 화풍은 빠르게 독자의 시선을 잡아채고 변태적 내용은 극단적 반전을 통해 음담패설의 유쾌함을 전달한다. <교내사생>은 주요부위를 먹으로 가린 채 국내에서 수차례 해적판으로 출간되기도 했지만 아직 정식판본은 나오지 않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굿데이, 2002-01-2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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