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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피에리의 드룻나
`이것도 만화일까?`라는 의문에 빠지게 하는 장르 중 하나가 그래픽노블이다. 프랑스의 <메탈위를랑> 또는 미국의 <헤비메탈>이라는 잡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장르의 작품은 사실주의적 데생과 이미지 중심의 장엄한 서사구조를 지닌다.
이 장르를 통해 영화 <에일리언>의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뫼비우스가 몽환적 SF팬터지의 대가로 자리를 잡았다면, 세르피에리(Paolo E Serpieri)는 에로틱코드를 중심으로 한 <드룻나(Druuna)>의 연작으로 팬터지 일러스트의 대가가 됐다.
지구로부터 도망온 유랑인들의 행성. 우주선은 스스로 진화하는 컴퓨터에 의해 장악되고 행성에는 돌연변이로 변하는 전염병이 퍼진다. 치유할 수 있는 약은 부족하고 사람들은 행성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우주선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이처럼 히스테릭한 공간 속에서도 '생활의 즐거움'을 찾기 원하는 여성전사 드룻나는 사랑하는 남성 샤스타가 전염병에 걸려 돌연변이가 되자 돌연변이 괴물에 맞서는 지도자로 변한다. 추악한 현실과 꿈이 교차하고 성적 폭력 앞에 노출된 여성과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여걸의 이미지가 교차되면서 드룻나의 무용담은 펼쳐진다.
1944년 베네치아에서 출생한 세르피에리는 미술과 건축을 공부했고, 1975년 서부극 스타일의 작품으로 만화계에 입문했다. 1985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드룻나 캐릭터는 `극도로 발육된 상태의 여신` `매혹적인 곡선의 뒷모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는 화폭 속의 여체는 금방이라도 출렁거릴 것만 같은 시각적 환상을 준다. 성적 폭력 앞에 놓여진 시간이건,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맺기에 돌입한 순간이건, 그저 그런 상황이건 세르피에리가 묘사하는 드룻나의 육체는 스토리를 압도한다. 그림 속에 꼭꼭 숨겨진 이미지를 찾다보면 드룻나의 모험이 손에 잡힐 듯하다.
영미권에서 호평을 받은 <Druuna:Morbus Gravis>는 3D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툼레이더>와는 비교도 안될 `발육충만`의 여걸 캐릭터가 모니터를 압도한다.
글/ 박석환 (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굿데이, 2002-01-15 게재
* 작가 홈페이지 http://www.druun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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