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켄 츠키가게의 위기의 여인, 굿데이, 2001.11.27


클릭월드에로카툰2.

켄 츠키가게(Ken Tsukikage, ケン月影)의 관능 현대극 <위기의 여인> 


부스스한 얼굴로 현관까지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화장기 없는 얼굴에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으로 저녁상을 차린다. 

오늘도 업무에 바쁜 직장인 남편. 업무상 잠깐 나간 곳은 사무실 밀집지역 아니면 유흥가.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 색조화장에 미끈한 몸매를 드러낸다. 아내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그 시간. 도대체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간혹 집 밖에서 만나는 아내는 다르다. 부스스하지도 후줄근하지도 않은 정갈한 모습. 섹시함이 묻어나는 눈웃음까지. 아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집 안에서의 모습일까? 집 밖에서의 모습일까? 

이처럼 집에 있는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켄 스키가게의 <위기의 여인>(한국어판 출간명)이다. 11편의 에피소드에는 11명의 위기의 여인들이 나온다. 

결혼한 지 꽤 오래된 부부.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지고 아내가 샤워를 끝내기 전에 잠이 든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친구에게 늘어놓는 아내. 뜨거워지기를 갈망하지만 남편은 곁에 없다. 혼자 뜨거워진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낯선 시선.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손길. 11명의 아내에게 찾아든 위기는 한결 같다. 

플레어 스커트가 꽉 낄 정도로 매력적인 아내를 지켜보는 낯선 시선의 주인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자들이다.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던 재수생, 고장 난 곳을 고치러온 수리공, 집 앞 공사장 인부, 테니스 코치, 약수터나 공원의 노인. 하다 못해 동가숙서가숙하는 행려자까지. 

남편이 출근한 뒤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성적 사건들이 전혀 부스스하지 않은 아내에게서 벌어진다. 한결 같이 외로움을 표하는 아내들을 넥타이 매지 않은 남자 부대가 위안한다.

직장인 남편을 분노에 떨게 할 만한 이 작품은 아이러니는 `직장인 남성`을 독자로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찾아내지 못하는 여체의 은밀한 부위와 배우가 흉내내지 못하는 곡선을 그리는 작가 켄 츠키가게의 작품이다.

독자들의 끈적끈적한 시선을 받아들이는 여자 주인공이 독자의 아내라니. 그림과 이야기가 선사하는 서로 다른 흥분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독자는 켄의 노련함에 기진맥진할 뿐이다.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굿데이, 2001-11-27 게재


덧글 : 눈에 띄는 오타 몇 개 수정했음. 켄은 코이케 카즈오의 스토리를 받아 정통 사무라이 만화를 작업했던 작가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시대극이지만 몇몇 단편 성애만화는 현대극이다. 국내에는 인터넷만화 사이트를 중심으로 소개됐다. 한 일본어 사이트에서 켄의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본 일이 있었다...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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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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