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밀로 마나라의 에로만화 클릭, 굿데이, 2001.11.20


클릭월드에로카툰1.

밀로 마나라의 클릭


에로비디오 업계의 흉내내기나 베껴 먹기에 짜증나는 이들도 있겠지만 원래 있던 것을 기가 찰 정도로 재미나게 변형한 작품은 미소를 자아낸다. 

몇년 전 비디오영화로 출시됐던 외국산 성애영화 <클릭>도 패러디의 묘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첩보영화의 대명사인 <007>의 설정에 만화 <클릭>을 교묘하게 섞은 `재치만발` `섹시만발` 에로영화였다. 

만화 <클릭>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만화작가 밀로 마나라(milomanara.com)의 히트작이다. 마나라의 성애만화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화풍을 바탕으로 한다. 정교한 데생과 풍속화집을 연상시키는 배경의 깊이는 뛰어난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여기에 기묘한 상상력과 도발적인 연출, 몽환적인 이야기전개가 맞물려 유럽풍 성인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단정함을 강조하는 헤어스타일의 팔등신 미녀 클라우디아. 이 여인을 흠모하는 사내는 클라우디아의 뇌파를 자극,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기계장치를 손에 쥔다. 친구와 백화점을 찾은 클라우디아를 향해 기계장치를 원격으로 `클릭`하는 사내. 강도 조절이 가능한 기계장치의 레버를 높이자 클라우디아는 다른 이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치마를 걷어올리고 자기애에 빠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내의 기계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 신부 앞에서, 웨이터와 함께, 극장 객석의 옆자리 남자와 공개된 성애를 펼치는 정숙한 여인. 휴양지까지 따라온 사내의 `클릭`은 클라우디아를 섹스중독자로 만든다. 

클라우디아는 기계의 `클릭` 소리와 함께 주변의 남자를 붙잡고 섹스쇼를 펼친다. 독자의 시선과 일치된 이 장치는 직접 성교를 지원하지 못하는 포르노 미디어의 속성을 닮았다. 

다른 이의 행위에 만족해야만 하는 `클릭`의 남자 주인공은 `신체 미디어(여성)`의 조정자로 독자와 일치된다. 마치 리모컨을 손에 쥐고 포르노비디오를 보는 꼴이다. 

마나라는 이 판에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화면연출을 보여준다.작품 밖의 독자가 클라우디아의 옆에 서서 그를 괴롭히고, 다른 이와의 성애를 목격하고, 이를 즐기는 클라우디아를 만나게 한다. 

마나라의 상호작용적 연출은 투명인간을 등장시킨 걸작 <보이지 않는 향기(de perfume del invisible)>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독자와 여자 주인공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남자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마나라가 그린 만화칸 속으로 빨려들지 않을 독자가 어디 있겠는가.  

(끝)


밀로 마나라의 공식 홈페이지 : www.milomanara.com  

밀로 마나라의 원작만화를 소재로 한 국내 출시 비디오 : <클릭> <버터스카치>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클릭!월드에로카툰, 굿데이, 2001-11-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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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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