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마징가제트의 魔神我, 씨네버스, 2001.07.10


캐릭터버스 6


조정 가능한 마력의 신체 


나는 惡魔일수도 있고 神일 수도 있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봇트 마징가~Z!` 목청이 터져라 외쳤던 TV 만화영화 <마징가Z>의 주제가 중 한 대목이다. 무쇠로 만든 사람이어서 인조인간이고 로봇이라는 설정은 사이보그나 초인간 유 SF만화의 설정을 한 단계 뛰어넘는다. ‘아톰’이나 ‘사이보그 009’, ‘Z맨’이 조정 가능한 기계 상태를 거부하고 자발적인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는데 비해 ‘마징가’는 조정 가능한 기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로봇이다. 기계적인 운영 방식의 대표적인 거대 로봇 만화가 ‘철인28호’라면 ‘마징가Z`는 탑승형 거대 로봇 만화의 원조 격이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듯 자가 운전 방식을 취한 최초의 로봇 만화이다. 사이보그 만화의 주인공들이 장르의 속성 상 자신에게만 주어진 특출한 ‘힘’에 대해서 고뇌하는 설정을 유지하게 되어있다면 자가 운전 방식의 로봇만화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중심이 된다. 앞서 예시한 주제가의 다음 구절은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 나타나면 모두모두 벌벌벌 떠네…’로 이어진다. 가부토 쥬조우 박사가 만든 마징가Z는 어떤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그 힘을 쓰느냐에 따라서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선한 신이 될 수도 있다. 마징가의 한자어 표기가 魔神我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마징가는 스스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사이보그가 아니라 누가 쓰느냐에 따라 스스로의 성격이 규정되는 기계이고 도구에 불과하다. 


이 힘을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데빌맨>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원작자 나가이 고는 마징가 시리즈를 통해 일본 거대로봇 만화의 위대한 스승이 됐다. 나가이 고의 작품 세계는 선악의 이분법적인 분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하나의 신체에 묶어 둠으로써 새로운 이야기 흐름을 엮어낸다. 마징가의 메커니즘은 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부토 코우지(쇠돌이)가 조정선에 탑승해서 마징가의 머리 부위에 도킹하면 눈에 빛이 생기면서 조정 가능 상태가 된다. 가부토 코우지의 제한적인 신체와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접합의 개념은 이후 마징가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신무기의 등장을 이끌기도 한다. 하나 이상의 신체(기계)와 인격의 결합은 역설적으로 분리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모색으로 읽혀진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지닌 원형적인 이야기 설정을 다양한 소재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나가이 고의 작품들은 인간 내면의 악마적인 본성에 천착하고 있다. 원작 만화 <마징가Z> 역시 시니컬한 터치와 기괴한 연출로 SF로봇만화라기 보다는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깊게 풍긴다. 어린이용 TV만화영화로 익숙한 마징가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의 출현과 그에 따른 ‘두려움’이 공포 장르에서 파생된 SF 장르의 원류라고 한다면 <마징가Z>는 근 미래사회의 거대 로봇과 기계수라는 현실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현상에 주목한다. 

쥬조우 박사가 죽으면서 손자인 가부토 코우지에게 마징가의 조정을 맡기며 한 대사는 이 걸작 만화의 출발을 선언하고 있다. 세상을 구할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는 기계가 있다. 감당하기 벅찬 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까?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끝)


글 /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씨네버스/ 2001-07-1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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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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