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온라인취미브로커 위자드월드, 씨네버스, 2001.05.29

세계의 인터넷만화사이트 8. 


「위자드월드」의 중고만화 매매www.wizardworld.com


복고상품 커뮤니티

물건부터 사람까지. 인사동에 가면 옛 것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다. 오래 된 것들은 새 것이 주지 못하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준다. 영감님에게 인사동은 익숙한 것이 있는 공간이고, 젊은이들에게 인사동은 익숙하면서 낯설고 진기한 것들이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옛 것이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미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것 외에 ‘이렇게 불편한 걸 어떻게 사용했었지!?’라는 의아함을 줄뿐이다. 구입할 생각은 별로 없고 구경만 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이들이 메 만지던 물건에는 하나같이 ‘애착’이 묻혀져 있다. 

복고가 문화산업의 대표적인 키워드로 작용하게 된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회상이라는 구매동기를 자극하는 복고상품들의 선풍은 인사동을 탑골공원 옆에 있는 노령자 천국에서 젊은 음악 마니아들이 들끓는 낙원상가 옆에 있는 동네로, 차 없는 거리(주말에만)에서 ‘남녀노소 즐거운’ 동네로 정착시켰다. 이 같은 ‘애착’에 대중 심리는 동창회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자상거래 사회의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는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 중고물품 거래로 전자상거래의 초석을 다진 「옥션」 www.auction.co.kr

도 ‘애착’이 만들어낸 사업모델 중 하나가 아닐까. 


내가 간직한 수집품의 가치는

「옥션」이 중고물품을 지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위자드월드」는 수집가들을 커뮤니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그림55) 필라델피아 《데일리뉴스》의 테드 테일러에 의해 ‘온라인 취미 브로커’로 명명된 「위자드월드」는 만화를 중심으로 한 각종 캐릭터 관련 수집 물품들의 전시와 판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모회사의 빵 안에 들어있는 포켓몬스터 카드를 모으기 위해 먹지도 않을 빵을 사 모으던 초등 학생들이 등장했었다. 이런 취미 상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수집열은 대단하다. 이슈별로 출간되는 만화책과 야구선수나 미식축구선수 등에 대해 기록한 스포츠 카드 수집 열풍이 가장 대표적이다. 

「위저드월드」의 CEO 가렙 샤머스도 그 중 한명의 소년에 불과했다. 10년 여 간 출판사업을 해오던 샤머스는 오프라인의 수집 경험과 수집을 위해 구성했던 어린 시절의 커뮤니티(자기에게 같은 것이 여러 장 있는 경우 다른 친구와 바꾸곤 한다)를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시켰다. 샤머스의 통찰은 현재 미국출판만화사업을 벼랑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는 중고만화 수집 열기(새로 나온 책은 사지 않고, 이미 팔린 책을 수집가들 사이에서 판매하는 형태)와 맞물리며 대단히 유망한 인터넷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그림56) 

「위자드월드」는 일반 중고물품 경매 사이트와는 다르게 회원에게 개인별 포토폴리오 란을 제공하고 있다. 검색 포탈 사이트 「네이버」 www.naver.com

에서 개인회원에게 제공하고 있는 포토앨범 같은 형식의 포토폴리오는 회원이 소유하고 있는 수집 물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일종의 수집품 경연장으로 주요 수집가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란에는 단순히 수집품을 올리는 것 외에 수집품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2001. 5) 이 사이트에는 1천1백만 여 개, 2억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수집품들이 등록되어 있다. 이중 25만 개 정도가 판매를 위해 회원들이 내 놓은 것이고 나머지는 수집가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올려 논 것들이다. 


수집가들과의 관계형성을 사업모델로

웹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기능은 수집가들의 심리를 성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가령 포토폴리오에 올려진 수집품은 여러 수집가들에 의해 가치가 측정된다. 물론 팔려는 상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집품에 대한 일반의 가치 평가는 수집열과 수집품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 수집품을 팔려고 할 때는 마치 주식 거래를 하듯 형성된 가치평가에 기준해서 매도와 매수가 이루어진다. 「위저드월드」가 단순히 종이먼지 날리는 중고만화책 판매점에 그치지 않음은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수집가들(회원)의 심리를 이해하고 실제로 그렇게 동작하도록 구성한 흔적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전문지 《엑세스 메거진》으로부터 ‘@4개’(걸작에 준하는 등급) 사이트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양한 형식의 벤처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샤머스는 중고물품이 갖고 있는 애착이라는 구매동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온 사업모델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코미콘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수집가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사업모델이 있어서 ‘위저드월드 판 코미콘 사업’이 더욱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위저드월드」와 비교될 만한 사이트는 없다. 구매 커뮤니티라는 개념에서는 「옥션」의 만화 코너가 있고, 만화 관련 중고물품이나 희귀품이라는 개념에서는 애니메이션 기획자 김혁이 운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박물관」 www.animationmusuem.co.kr

이 있다. 이 사이트에는 마징가나 아톰을 주인공으로 한 아주 오랜 된 캐릭터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어디서 이런 것들을 다 모았을까?’, 또는 ‘어떻게 이런 걸 간직하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진귀한 상품들이 판매대에 올라있다.(그림57)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씨네버스, 2001-05-29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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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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