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마니아들이 주도하는 코미콘 문화, 씨네버스, 2007.2.20

세계의 인터넷만화사이트 7. 


「코미콘」의 컨벤션 경제학www.comicon.com


구락부에서 컨벤션까지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정보나 가치를 교환하고 향유하는 소규모 집단을 구락부(俱樂部)라고 한다. 구락부는 클럽의 개념을 가진 일본식 한자 조어이다. 여유롭게 자신의 일 외에 무언가를 향유할 수 있는 상류층이나 엘리트 집단들이 이 구락부나 클럽의 구성원이었다. 이들은  문학구락부나 미술구락부 같은 것을 만들어 전혀 팔릴 일 없는 문예지나 수필집을 출간하고, 말도 안 되는 미술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말았지만 문화적 활력을 이끌었다. 물론 ‘압구정 7공주파’ 등 기타 여러 친목 단체들은 일반인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형태의 공동체 의식이나 취미, 비문화적 활력을 즐겼던 것이 분명하다. 어찌 됐든 구락부나 클럽은 일종의 사회적 신분을 노출시킬 수 있는 지위와도 같은 것이었다. 시쳇말로 ‘먹고 살기도 바쁜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 곧 클럽이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정보 교류 차원의 커뮤니티 활동과 이를 조금 더 능률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개념의 클럽활동이 폭 넓게 전개됐다. 클럽의 민주화와 평준화가 실현된 것이다. 

PC통신 시절의 동호회,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야후클럽」, 「다음카페」 등은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근하고 공동체 속에서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오프라인 클럽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클럽의 성격도 다양하다. cafe.daum.net의 경우 25가지 분류에 무려 424,983개(5월 현재)의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이 클럽의 만화/애니메이션 카테고리에는 11,574개의 클럽이 활동 중이다.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하는 단체가 무려 1만개를 넘는다! 이들이 다 모인다면? 또, 이들을 다 모은다면? 

그것은 엄청난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고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굉장한 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코미콘(comicon)이다.(그림52) 코미콘은 comics+convention의 약자로서 미국과 일본에서 만화마니아들에 의해 주도되는 전시회와 판매전을 겸비한 집회나 모임을 통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컨벤션의 경제학

동인지 창작 개념의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일본의 경우 코미콘은 개인이나 자기 클럽에서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개 클럽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초대형 판매전을 하는 것이다. 판매가 목적이 되다 보니 일반 관객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고안됐고, 그것이 이 행사를 대표하는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만화 주인공의 의상을 본 따서 직접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코스프레(costume play)이다.(그림53) 일본의 영향권 하에 있는 국내의 코미콘 문화는 오프라인에서는 아카 www.aca2000.co.kr

가 온라인에서는 카클 www.kacl.co.kr

이 대표하고 있다. 미국의 코미콘은 창작보다는 열독자와 수집광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걸개그림이나 유별난 수집품이 주가 되고 있고, 누가 얼마나 특정 작품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며 분석하는지를 내세우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일본만화의 미국 내 보급과 관련 다양한 일본의 코미콘 문화들이 미국 코미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일본만화와 함께 등장한 일본 코미콘 문화는 덩치 큰 미국인들에게 세일러문과 포켓몬의 의상을 입게 하고 드래곤볼의 주인공처럼 엉덩이에 꼬리를 달게 만들고 있다. 이들 문화의 유입은 자연스레 일본만화상품의 미국 내 판매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프라인 집회에서 온라인 만화 전시장으로

「코미콘닷컴」은 미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만화 컨벤션 사이트이다. 일본의 「코미콘」    www.comiccon.co.jp

이 아마츄어 작가들의 동인지를 판매하는 상거래 사이트라면 이 사이트는 만화에 대한 광범위한 생각과 정보를 교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집광이나 열독자들의 쓸만한 잡담과 쪼가리 그림 이미지들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작 페이지부터 공간감이 느껴지게 하는 이 사이트의 주요 콘텐츠는 역시 사이트의 초기 화면에 들어 선 홀(hall)이다. 세종문화회관 정도 되는 규모의 거대한 전시장 이미지를 클릭하면 무려 165개에 이르는 전시관이 한 화면에 넓게 펼쳐진다. 마치 실 전시장의 부스처럼 안내원이 있고 등뒤로 판넬이 있다. 미국만화의 최고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모아 둔 이 페이지가 전시장의 1층이다. 안내 데스크를 누르면 각 해당 작가의 페이지로 가기도 하고 이 사이트에서 직접 제작한 사이트로 이동하기도 한다. 에스컬레이터 이미지를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면 온라인에서 실물 서적이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소형 업체들의 부스가 있다. 3층은 대형 온라인 만화전문 매장이나 출판사들의 부스이다.

작가 출신의 운영자가 미국식 온라인 만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사이트로도 유명한 toonorama에서는 약 20여 편의 색다른 연재 만화들을 볼 수 있다.(그림54)  만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슈퍼맨의 작가 스탠 리가 인터넷의 기술환경과 매체적 특성을 살려 플래시로 만든 만화(엽기토끼나 졸라맨 같은)를 웨비소드(web+episode)라 부르면서 정착시킨 형식이고, 두 번째는 작품 상단에 베너를 삽입하고 세 칸에서 많게는 한 페이지를 매일 연재하는 방식이다. 

toonorama는 온라인만화의 여러 유형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실제 작품 감상과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밖에 만화관련 주요 뉴스나 소식들이 가득 실려 있어서 온종일 돌아다녀도 이 전시장을 다 보지 못할 정도이다. 어찌 보면 단순 링크에 지나지 않지만 온라인 사이트를 입점 시키고 폐점 시킬 수 있다는 설정과 공간감을 만끽 할 수 있는 구성, 만화가 출신 운영자의 의식이 넘쳐 난다. 미국의 인터넷 전문지 《와이어드》는 ‘세일러문으로 분장하는 법을 알려주진 않지만 만화의 더 멋진 국면과 바른 평가’를 돕는다고 이 사이트를 평가했다. 고집스러운 마니아 정신과 오프라인 컨벤션 문화를 온라인과 탐스럽게 연계시킨 사이트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씨네버스/2001-05-22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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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com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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