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인터넷만화사이트 2
「인터넷만화방」의 인터넷만화www.manhwa.co.kr
카테고리 킬러
도메인 선점을 기준으로 미국 인터넷 만화사업의 원조를 comics.com이라고 한다면 한국 인터넷 만화사업의 원조는 manhwa.co.kr이다.
이 사이트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나 인지도, 실 매출 등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대표 사이트로서 결격 사유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만화를 대표하는 인터넷 언어는 manhwa.co.kr이다. 더군다나 해외의 이용자들이 도대체 ‘한국 사람들은 어떤 만화를 보는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때 두드리는 관문은 koreancomics.com이다. 이 두 개의 도메인으로 한국 최초의 인터넷 만화사업을 진행한 곳이 ‘인터넷만화방’이다.(그림37)
‘지프’라는 자동차 회사의 상표가 4륜 구동 자동차를 일컫는 명사가 됐고, ‘하이타이’가 세제, ‘퐁퐁’이 세척제를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사용되듯 「인터넷만화방」은 인터넷을 통해 단행본만화를 보여주는 사업체를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몇몇 검색 사이트에서 인터넷에 있는 만화방, 인터넷 만화사이트를 분류하는 카테고리명이 ‘인터넷만화방’일 정도이다.
정책이 곧 사업 모델
「인터넷만화방」은 인터넷을 통한 국내 최초의 만화 서비스 업체인 만큼 다양한 연혁과 색다른 시도들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폭발적인 페이지뷰를 기록중인 「라이코스만화방」 http://comic.lycos.co.kr 학산문화사의 경쟁력있는 일본만화들과 잡지 등을 기반으로 최초 서비스를 시작했던 「라이코스만화방」은 포털 업체들의 2등 경쟁에서 전체 페이지 뷰를 늘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으나 ‘만화를 돈 내고 왜 보냐’는 투의 영업 전략으로 만화계의 힐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터넷에서 만화를 본다’는 개념을 대중화 시키는 등의 역할도 했다.
라이코스의 무료 서비스는 이 업체가 96년 천리안을 통해 처음 시도했던 모델이다.(그림38) 또, 동종 무료 사이트의 잇단 사업진출에 대응하며 97년 최초의 유료만화사이트로 전환했다. 인터넷에서의 신용카드 결제가 원활하지 않고 개인정보 노출 등의 위험으로 제한적이던 때에 최초로 ARS(전화요금 부과 방식)를 이용한 대금 결제 방식을 도입한 곳 역시 이 사이트이다.
현재는 일반화되어있는 대형 망 사업자들과의 제휴, 게임방 프렌차이즈 업체와의 제휴, 대형 신문사이트와의 제휴, 미국 현지법인을 통한 서비스 제공 등 인터넷만화방은 선발업체로서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으로 사업정책이 곧 사업모델의 모범이 되는 사례들을 만들어 냈다.
싸구려 일일만화로 승부
인터넷만화방의 사이트 구성은 저급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99년 ‘천리안 콘텐츠 대상’에서 멀티미디어콘텐츠 부분 최우수 아이디어 상,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우수데이터베이스 대상’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 2000년 6월 월간조선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사이트 등의 수상 경력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사이트의 외적 이미지(디자인, 네비게이션 등)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는 ‘범 없는 동굴에서 왕 노릇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이트가 이룬 성과에 대한 의구심으로 접근하다 보면 ‘성공하는 사이트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진리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이 사이트가 중점적으로 공급하는 ‘일일만화’이다.
일일만화는 만화방에 공급할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을 뜻한다. 80년대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등 한국만화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작가들에 의해 구축된 독특한 개념의 단행본만화 출판형식 이다. 일일만화는 대중적 명성을 얻은 작가가 10명 내지는 100여 명에 이르는 직원(문하생 또는 화공)을 채용해서 분업 제작 공정을 통해 만든 작품이다. 일일만화의 작가들은 작업 시간이 적게 걸리고, 분업 후 결과가 이질감이 없도록 하는 작화법 구축과 이런 작품들을 독자가 가장 빠르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연출법의 개발에 집중했다.
당시 대중이 단행본만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만화방은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단행본만화를 들여놓고 손님들이 ‘1권에 얼마’ 하는 식으로 정해진 구독료를 내고 보게 하는 구조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양의 작품을 빠르게 보고 가는 사람들이 최고의 독자로 대접을 받는 공간이다. 이런 소비 공간의 특수성에 의해 조직화 된 것이 일일만화라는 출판형식과 작화 스타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정화된 작화와 연출법은 대용량의 작품생산과 속도전에 버금가는 독자들의 구독습관을 만들어냈다.
성인 취향이면서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인터넷만화방」은 80년대에 만화를 즐겨보던 이들에게 익숙한 일일만화를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이미 30~40대 직장인이 된 그들은 신용카드의 결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터넷에서의 유료결제에 대한 거부감도 없다. 더군다나 실물 공간의 만화방이나 책대여점에 가기는 민망한 나이가 됐다. 후발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와 막대한 홍보비 등을 들이고도 「인터넷만화방」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회원은 급증하고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회원의 대부분이 실 결제율이 저조한(결제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청소년층이라서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30대를 주 고객층으로 잡고 있는 「인터넷만화방」은 대박 신화를 일궈내지는 못하지만 선발주자다운 꾸준함과 여유를 보여준다. 온라인 유료콘텐츠 전략의 바로미터를 보여주는 인터넷만화방은 성인 취향이면서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만화콘텐츠로 가장 적합한 옛날 일일만화를 통해 사회전반의 복고 열풍에 따른 성공지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미 3천 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DB가 이들의 성과를 증명한다.
씨네버스/2001-05-15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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