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인터넷성인만화 살려야 한다, 씨네버스, 2001.03.13



인터넷 성인방송들에 대한 폭압적 조사와 관리(?)방식을 통해 ‘이번만 봐준다’는 식의 전형적인 공포통치 쇼를 선보였던 검찰이 예고했던 대로 성인만화 사이트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지난 5일 검찰은 성인만화를 제공해 온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과 함께 소환 수사를 실시했다.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는 “지난해 말 서비스 유료화에 나선 뒤 무리한 회원확장을 위해 업체들이 패륜적 내용의 성인만화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서 수사에 착수했다며 압수 자료를 철저히 분석, 책임자들을 ‘음란물 배포와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하겠다고 한다. 


인터넷만화가 뭐 길래

인터넷만화는 일반적으로 출판만화의 형식을 지닌 창작물을 디지털화해서 인터넷 브로우저를 통해 구독할 수 있게 한 방식으로 새로운 유통형식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출판시장 감소, 상대적인 인터넷 사용자 증가, 새로운 만화기획 요구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출판사, 작가가 힘을 합쳐 진보된 창작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출판만화의 한계에 대한 모색들이 새로운 형식의 만화 창작물로 인터넷을 통해 발표됐다. 이들 만화는 하나의 열린 프레임을 두 장의 펼친 면으로 두고 그 면 안에서 칸과 칸을 분리, 이미지가 지닌 시간의 흐름을 임의로 나열하는 전통적인 만화의 형식을 유지한 채 타 매체의 특성을 혼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관련 업체의 규모가 여전히 영세한 탓에 출판만화 1천 권에 1편 꼴 정도로 유통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과 발전 속도는 희망을 지나쳐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 같은 인터넷 만화의 출현과 대중적 보급은 ‘만화시장의 새로운 활로’, ‘새로운 문화상품의 개발’, ‘진보적 창작미디어 출현’ 등의 수사를 달 수 있는 것이다. 또, ‘만화’라는 매체의 위상 확립 차원에서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드는 만큼 얹으려면 성인만화라야

‘인터넷 만화’가 기존 출판물의 유통형식을 인터넷으로 바꾼 것에 따른 인터넷 컨텐츠였다면 인터넷의 기술적 환경에 따른 표현력을 채택하고 있는 것을 디지털 컨텐츠로서의 ‘디지털만화’라고 할 수 있다. ‘공짜만화’로 악명(?)을 떨친 D3C나 코믹스투데이의 만화가 출판만화를 인터넷에 이식한 ‘인터넷만화’라면 플래시로 출판만화를 표현한 클럽와우, 성인만화에 칼러와 사운드를 입힌 와우어덜트, 성인만화에 새로 제작된 영화를 혼성한 코믹플러스 등의 만화가 대표적인 ‘디지털만화’이다. 

이들 ‘디지털만화’는 컴퓨터의 멀티미디어적 특성과 미디어믹스라는 새로운 문화사조의 흐름을 통해 종합예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영상, 동영상, 사운드, 상호작용 등을 기본적으로 포함하는 하부장르로 만화라는 매체에서 떨어져 나갔던 관련 장르들의 재 영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디지털 컨텐츠로서의 만화 1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출판만화의 3~4배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된다는 부분이고, 인터넷이 주요 판매처인 만큼 유료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IT업계가 컨텐츠 유료화에 대한 반감해소를 통해 다른 상품의 고액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출판만화의 저가 유료화 정책을 내세웠다면, 디지털만화제작 업체들은 유료사용의 빈도가 높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화 정책을 펼쳤다. 성인이 마켓 대상인 만큼 컨텐츠 역시 성인을 위한 창작물로 기획됐고 제작 배포됐다. 전 세계의 컨텐츠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인터넷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사용한다는 점, 기존 미디어보다 높은 수위의 표현력이 가능하고 요구된다는 점 등이 성인용 디지털만화 창작의 전제가 됐다. 


성인만화의 음란성과 경쟁력

검찰의 수사는 이 전제를 무시하고 ‘경쟁업체의 난립에 따라 패륜적인 내용을 의도적으로 배포’해서 ‘인터넷의 음란성과 선정성’을 조장하고, ‘청소년의 유해 매체 접촉을 유도’해서 음란물배포와 전기통신법을 어긴 협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검찰은 작가를 제외 한 제작서비스업체(CP)와 유통서비스업체(포탈)을 사이좋게 소환함으로서 근본적으로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네티즌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구성 ‘인터넷 내용 등급제’ 등의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가 호된 반대운동으로 개정 유보를 선언한 정부가 기업들의 목을 조르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 입안 취지를 밀고 나가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에 차있다. 이미 상당수의 대형포탈 사이트들이 성인만화 서비스를 중지했고, 일반만화의 서비스를 준비중이던 업체까지 일정을 뒤로 미루는 사태를 만들었다. 청소년보호법으로 인해 ‘성인만화잡지’의 폐간과 ‘성인만화’ 몰살을 경험한 만화계는 전기통신법으로 인해 인터넷 성인만화 시장마저 잃을까 고심하고 있다. 성인물의 문화시장 경쟁력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미 국외업체들이 인터넷 성인물의 한국어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적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을 벼랑으로 모는 것은 안일한 국가통치일 뿐이다. 


(그림설명)

1. 성인과 일반만화를 첫화면에 보여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2. 회원의 성인 여부를 첫 화면에서 체크한 사이트

3. 만화의 칸 안에 동영상을 삽입한 디지털만화

4. 소설 원작을 컬러만화로 재창작한 디지털만화

5. 인터넷 검열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이트

http://free.jinbo.net

네티즌들이 게시판 등을 이용해 시위를 벌이는 정보통신부

www.mic.go.kr

성인만화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청 컴퓨터수사과

http://dci.sppo.go.kr/

 

씨네버스/2001-03-13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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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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