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남북 문화교류에 앞장서는 애니메이션과 인터넷, 씨네버스, 2001.02.13

2019. 1. 6. 16:30Dissertation/보고



애니메이션, 인터넷으로 북한이 가까워진다


세계가 흥분했던 ‘615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남북한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 영화 <불가사리>가 개봉됐는가 하면 금강산 관광의 물꼬를 튼 (주)현대아산이 제작비용 10억 원을 들여 만화가 박흥용 원작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북측의 704, 506 아동영화창작소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바둑소프트웨어 ‘묘향산바둑’을 선보였던 하나로통신이 제작사인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3D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밝혔다. 또, 대신닷컴이 북한 애니메이션을 인터넷 상에서 상영하는 조선시네마를 오픈하면서 애니메이션과 인터넷이 문화산업 교류의 전위에 나섰다.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과 회선 속도의 급격한 변화가 인터넷으로 영상매체를 끌어들이면서 금기의 영역, 제한된 영역의 창작물들을 보급하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거듭 증명하고 있다. 


노동자 천국(?) 북한 애니메이션의 장단점


북한의 만화 영화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1960년 국립영화촬영소 내에 만화영화 제작단을 조직하여 만화영화 제작에 나선 북한은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제작방식인 셀, 컷아웃(지형영화), 퍼핏(인형영화)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한민족의 동질성 찾기’를 목적으로 최근 문을 연 인터넷 북한애니메이션 상영관 조선시네마를 통해 40년 전통의 북한 애니메이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네마에서는 현재 <은동이> 등 4편의 인형 애니메이션과 <양지동산> 등 2편의 셀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입체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가며 한 프레임씩 분리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의 제작방식으로 이뤄지는 인형 애니메이션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인형 애니메이션은 제작 기법상 연출과 촬영기술이 주가 되는 영역. 북한이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부분은  낮은 인건비로 경쟁력을 갖춘 OEM 방식의 원화제작부분이다.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하고 있는 ‘머리는 없고 노동력만 있다’라는 대목을 상기시켜 안타깝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이 노동집약형 문화산업이 아니라 기획과 자본집약형 영상산업이라는 때늦은 후회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한번 더 겪어야만 할 것 같다. 반면 상업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셀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정지영상을 통한 극적 연출이 주가 되는)이라는 제작방식을 고수해온 일본과 한국의 작품들에 비해 노동력을 중점으로 한 원화제작으로 동작이 부드럽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내용 면에서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동물소재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북한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미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형상 수단일 뿐이어서 자신들의 혁명전통을 형상화할 경우 오히려 진실성을 해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념성의 묘사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목적(?) 달성에 실패할 것 같다. 이 부분도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의 위상을 추격하고 있는 국내 실정과는 다른 대목. 


남한의 자본력, 북한의 노동력


북한만화영화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곳은 426아동영화촬영소. 인기 만화영화로 손꼽히는 <소년장수>, <영리한 너구리> 등을 제작한 곳이다. 공훈예술가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연출가 손중권, 미술담당 김택전, 김종철 등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사자왕 심바>, 프랑스의 <셀라자드> 원화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년장수>는 고구려를 무대로 아버지를 죽인 외적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리지용이 공훈배우 칭호를 받는 등 아동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하나로통신과의 공동 제작 계획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북한의 3D 애니메이션 실력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은 남한보다 컴퓨터 기술분야에서 10년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에 일본의 오사카정보센터와 공동으로 1996년 설립한 O&P Training Center’에서 컴퓨터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하나로 측이 삼천리총회사와 공동으로 평양에 연면적 1천 여평 규모의 ‘삼천리 하나로 센터’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ADSL부품 임 가공이 주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제적인 애니메이션 툴을 이용하는 작품 제작인력과 작품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제작비 2억4천여 만원이 투자되는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편 당 1분, 33부작 시리즈물로 제작된다. 일반적인 TV시리즈물의 편 당 제작경비가 7천 여 만원인데 비하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는 비용. 남한의 자본력이 북한의 노동력을 어느 만큼 값지게 만들지도  두고볼 일이다. 스팟 애니메이션 형식의 이 작품은 이르면 10월 중 하나넷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끝)


*인터넷 북한애니메이션 상영관 조선시네마

http://www.dprkani.com/(사이트폐쇄)

개인사이트 http://www.bh1052.com.ne.kr/


*북한영화 정보를 알 수 있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dbdbdb.com/


*북한만화를 볼 수 있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http://unibook.unikorea.go.kr/


 씨네버스, 2001-02-13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