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평론집 ‘만화시비 탕탕탕’을 썼던 만화평론가 박석환(28)이 두 번째 책 ‘잘가라, 종이만화’(시공사)를 냈다. 첫 책이 개별 만화에 대한 현장비평이었다면 이번 내용은 디지털 만화비즈니스의 ‘A부터 Z까지’다. 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평론부문에 당선하며 당시로서는 ‘희귀’했던 ‘만화평론가’ 직함을 달았던 이 젊은 재주꾼은, 인터넷 만화사이트 코믹플러스(www.comicplus.com )에 기획실장으로 참여하면서, 이번에는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드문 사례가 됐다.
처음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의 프로젝트 기획안으로 시작했던 이 연구는, 박씨가 실제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실천’으로 확장됐고, 이제는 첫 기획의도와 현장에서의 체험이 더해져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평론가겸 비지니스맨은 “처음 구상했던 기획안과 사업 실행, 그리고 결과로 나온 책이 크게 틀리지 않다”며 “내 글이 단순히 읽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쓰여지고, 이용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잘가라, 종이만화’는 “종이만화와의 결별”이 아니라 “좀 더 낳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지은 제목이다. 명쾌하지 않게 붙들려있는 작가와 출판사, 시름시름거리는 출판사와 총판, 만화콘텐츠의 생명력을 갈라먹는 총판과 만화방의 개운치 않은 네트워크 구조를 정리하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만화와 종이 만화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욱 이롭게 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만화가 즐거워지는 세상을 만나 보자는 것”이다.
2001년 10월 17일 11:35
조선일보 어수웅기자(jan0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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