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한국만화발전 우리가 앞장선다, 경상대신문,1999.09.01

2019. 1. 4. 02:35Critique/칼럼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단체


최근 문화관광부는 만화・애니메이션 종사자수(98년기준)를 20,000명으로 추산하고, 200여개 제작업체와 한국만화가협회(회장 이두호, 이하 한만협) 등 5개 단체가 활동 중이라고 보고했다. 전국 32개 대학의 만화관련학과에서도 1년 1,932명의 신입생을 선발, 만화창작인구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만화문화연구원(원장 손상익)은 한 조사보고를 통해 아마추어 만화가 모임 등에서 20,000여명의 동호회원이 활동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한 관계자는 창작집단, 예비창작집단, 관련산업인 등 만화계 종사자수가 1~2년 사이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만화・애니메이션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만화계의 인적토대 구축은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 만화・애니메이션 관련인 단체의 꾸준한 활동에 따른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활동 중인 대표적인 만화・애니메이션 관련인 단체는 출판만화 창작인 단체로 한만협, 만화・애니메이션 창작인 및 평론가, 관련 산업인 등으로 구성된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회장 김형배, 이하 우만연), 관련 교수・이론가들의 모임인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회장 이원복, 이하 한만학) 등을 들 수 있다.

한만협은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를 위해 꾸준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불법출판 제작자들에 의한 음란만화와 일본복제만화 추방 운동. 출판만화의 저급성과 음란성에 대한 시비는 여저히 존재하지만,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출판물이 불법출판제작자들에 의한 것인데도 만화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따른 조치였다. 전시행사 등의 후원 정도에 머물러 유명무실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와 스포츠신문 연재작가 음란성시비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한편, ‘한국의 만화가들-작품과 인명록’이라는 CD롬을 제작・배포하고, 협회 홈페이지와 국제행사 등에 우리작품을 선보이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독대와 임꺽정의 작가 이두호가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체로 등록된 ‘우만연’은 우리만화의 대중화와 만화를 위한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단체이다. ‘우리만화협의회’가 전신인 이 단체는 만화를 통한 문화운동과 뛰어난 매체적 특수성을 지닌 만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 ‘우만연’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일반인 대상의 만화창작교육, 만화창작을 통한 사회문제 참여 등, 각종 전시행사와 출판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90년대 중반 만화붐을 조성하기 위한 전시행사로 ‘만화는 살아있다’전을 개최하면서 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켰고, 작년 청소년보호법의 시행과 출판불황 등으로 만화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 ‘만화는 죽었다’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우만연’은 우리만화계의 젊은 일꾼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단체로도 유명하다.

이밖에 창작인 모임으로는 최근 동인회지를 발간하고, 수익금 전액으로 불우 청소년 돕기에 나선 여성만화인협의회(회장 신일숙), 젊은작가모임(회장 장태산) 등이 있다. 예비작가진영에서는 전국적으로 자생하고 있던 만화동아리들의 연대모임인 ACA(전국 아마추어만화가모임)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으며, 인터넷 등의 새로운 작품환경을 구축한 ‘화끈’, ‘코믹스(전 히스테리)’ 등의 언더그라운드 만화작가 모임, 대학만화가협회 등 군소 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들 단체들은 각종 만화관련 행사에 참가해 동인회지 판매, 만화일러스트전시, 코스튬플레이(만화분장) 등을 펼치면서 행사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만학’은 석사 학력 이상의 만화관련학과 교수, 이론가 등의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학회와 세미나, 학술지 발간, 행사기획, 대 정부 용역 업무 등의 활동을 펼치며 ‘만화붐’에 따른 이론적 토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정부측의 화답은 간접지원 형식을 취한 시설투자와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서울애니메이션지원센터(이하 애니센터)와 부천만화정보센터(이하 만화센터)가 문을 열었고, 춘천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창작지원을 위한 투자가 진행 중에 있다. 이들 기관은 창작공간과 전시공간, 영상・도서자료실, 고가의 영상장비 등을 갖춘 제작실, 소규모 상영관 등을 갖추고 있다. 젊고 패기있는 창작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장소, 시설 등을 공개하고 있다. ‘애니센터’는 신진 창작인들에 대한 발굴과 사전 작품투자, 벤처자금 조성 등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만화・애니메이션 창작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발전소가 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전문인들 사이에는 이들 단체와 기관이 ‘만화의 산업적 파급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만화의 문학성, 회화성 등을 상실시키고 있으며, 만화가 예술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산업이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만화는 창의적인 사고, 자유로운 비판정신, 새로운 매체와의 접합 등을 통해 그 매력을 발산하는 매체이다. 이 매체의 힘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 아닌, 지식・창의력 기반의 ‘문화예술’인 까닭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경상대신문, 일어나라! 한국애니, 199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