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누들누드 vs 볼트에이지, 국민일보, 1998.11.04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에로틱 SF’장르 개척/과학문명에 대한 풍자도


몇년 사이에 대형 만화가가 된 양영순의 데뷔작 ‘누들누드’는 전통적인 만화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

기존의 만화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조를 보여줬다면 ‘누들누드’는 단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작가의 독특한 사유로 분해하고 재구성해 낸다.

설명적이지 않은 상황설정과 내레이션 중심의 간결한 언어,정지된 듯한 그림연출 등은 새로운 만화제작 환경으로 대두된 주간 만화잡지에 꼭 맞는 만화형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양영순은 기존의 성인만화가 범접하지 못하는 과격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면서 성을 가리고 있는 장막을 한꺼풀 벗겨냈다.그러나 ‘누들누드’(전5권) 한 작품을 끝으로 양영순은 성인만화계를 떠났다.


만화적 표현이 제한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저항으로 읽힐 만한 SF 학원폭력만화 ‘철견무적’을 거쳐 최근에는 호러 이미지의 ‘정크북’과 ‘사이케치’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성인만화계는 그가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한창이다.

 



쏟아져나오는 양영순 아류작들 중에서 가장 기대받는 작품은 김연서의 ‘볼트 에이지’(빅점프 연재)다.김연서는 남자 성기의은유로 자주 사용되는 볼트가 현재 과학문명을 대표하는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최근작 ‘볼트 에이지’가 과학문명,기계문명 시대의 풍자임을 말하려 한다.에로틱 SF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고 나선 이 작품은 ‘누들누드’의 양영순이 떠난 자리에 들어서있다.


남녀 성비가 파괴되면서 여성이 사라져버린 미래사회,지도자는 터미로이터라는 여아 임신 전문 사이보그를 과거로 보낸다.그의 임무는 남아 선호자들을 처단하고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여아를 임신시키는 것.

그러나 과거로 간 터미로이터가 만들어낸 또 다른 미래사회,이번에는 남성이 사라진다.결국 둘 중 하나가 허상이 될 미래에서 보내진 사이보그들의 결투가 벌어진다(‘터미로이터의 비애’편).

장마철,술에 취해 밤길을 걷고 있는 농촌 총각은 둑에 난 구멍을 발견한다.둑이 무너지면 마을이 잠길 위기.주인공은 온몸으로 둑에 난 구멍을 막는다.그러나 더욱 더 커지는 구멍.

 


주인공은 노총각으로 죽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퍼지는데 갑자기 부풀어오른 성기가 구멍을 메우고 그는 밤새 행복하게 마을을 지켜낸다.하지만 그 대가는 죽음(‘장마철’편).

김연서의 만화는 그림체에서부터 이야기 형식까지 양영순의 작법을 따르고 있다.그러나 자유로운 표현에 중점을 둔 양영순의 ‘누들누드’는 만화적 표현과 기교에 익숙하지 못한 신인의 데뷔작이었을 뿐이다.이로 인해 그의 이야기는 다소 어렵게 읽혀진다.하지만 김연서에게는 이런 낯설음이 없다.

그의 작품은 기존 상업만화와 같은 연출과 대사 중심의 전개,그림체로 남성 독자의 볼거리 제공에 역점을 둔다.

그러나 낯설지 않은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들은 성의 탐닉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죽음 같은 극단의 방법으로.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국민일보/박석환의 만화요만화/1998-11-04 게재

만화시비탕탕탕/초록배매직스/ 199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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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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