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1998-09-09 게재
만화시비탕탕탕, 초록배매직스, 1999
[박석환의 `만화요 만화`]
만화가 이야기
지난해 문화체육부(현 문화관광부)는 국내 출판만화의 시장규모를 약 7천억원으로 추정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고 이에 앞서 세종대 한창완 교수는 출판만화,만화영화,캐릭터용품 등 만화산업의 총체적인 시장규모를 3조원이라고 주장했다.그해 한 일간신문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만화가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만화의 산업적 영향력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심리와 만화매체의 저급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 발표들이다.
ACA라는 아마추어 만화가협회의 총인원은 4천여명.매년 14개 대학 만화과와 만화학원 등에서 배출되는 예비 만화작가의 숫자도 엄청나다.이들은 예비작가이기 이전에 광적인 만화독자이고 만화가는 이들에 의해 대중적인 스타가 됐다.만화가가 스타가 되면서 독자는 작품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즉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에피소드에 열광하고 작가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소년챔프`에 `붐붐`을 연재하고 있는 이재석은 연재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작품과는 관련없는 작가 자신의 넋두리로 채운다.만화가와 문하생 사이의 웃지 못할 신경전이 주내용.원고 마감날은 다가오는데 개성 강한 신세대 문하생들은 천하태평이다.
절대로 울지 않는 `캔디삐삐`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문하생,오락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림을 못 그린다는 문하생,전화를 끌어안고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문하생 등이 등장한다.만화가는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해 원고마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만행`을 그대로 독자에게 고발한다.이런 식의 작품 제작과정에 얽힌 비화는 만화잡지 등을 통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독자가 만화가라는 직업을 궁금해하는 탓이다.
PC통신인들 사이에서 `국보급` 만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무직은 데뷔 초부터 이런 식의 비화를 제공하며 만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자칭 만화마니아였던 작가는 작품보다는 오히려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인기작가가 됐다.순정 만화잡지 `윙크`에 `무일푼 만화교실``만화화실 요리조리` 등을 연재하며 만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만화작법,작가들의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보여준 것이 흥행의 요인이었다.
이밖에 만화가들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만화도 있다.김준범의 `부전자전`,김희보의 `소울러브` 등은 작가 자신의 인생여정을 고백식으로 펼쳐내면서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독자의 요구에 의해 작품화되고 있는 `만화가 이야기`는 만화가에 대한 일반의 인식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그러나 한 전직만화가 출신 동양화가는 “만화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림값이 떨어질 것”이라며 걱정을 한다.아직도 그에게 만화가라는 직업은 부끄러운 것이고 우리 사회의 인식 역시 이와 비슷할지 모른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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