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거대 만화 시장, 누가 책임 질 것인가, 빛과소금, 1998.09.01

빛과소금, 두란노서적, 1998-09-01 게재

 

1. 만화산업에 대한 관심


공해없는 산업으로 지칭되며 영상소프트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 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구미 일변도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이룩한 일본의 쾌거가 우리의 희망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에서도 영화진흥기금 5백억을 조성, 서울시에 애니메이션 센터 건설 계획을 밝혔고, 국내 방송사의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방영을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에 나서고 있다.


2. 만화시장의 구조


만화의 산업적인 특성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창작물에 따른 관련 상품의 무한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만화이고, 만화가 산업으로서 지니는 가장 큰 매력이다. 


      만화가-->작품-->잡지연재

                   -->단행본-->캐릭터상품

                            -->TV애니메이션-->극장애니메이션


                            <표1> 만화 산업의 다매체 전략


<아기공룡 둘리>는 만화의 산업적인 변화와 영향력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김수정의 이 작품은 아동 만화잡지였던 <보물섬>에 처음 연재되면서 일반에게 알려졌고, 단행본으로 출판된 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이후 주대상층을 어린이로 한정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둘리 캐릭터 상품의 종류는 무려 450여종에 달하고, 연간 5억원 이상의 저작권료를 확보하고 있다. <아기공룡둘리>는 출판만화를 통해 형성된 작품인지도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상품으로 이어가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것이다. 만화 강국 일본의 경우 이러한 상품화 구조가 보편적이다. 즉, 출판만화 시장을 통해 상품성이 확인된 작품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이와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상품화를 시도한다. 애니메이션이 완성되기전 출판만화와 캐릭터상품이 잠재 수요자들과 만나고, 이는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관객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이에반해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이러한 상품화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지않다. 


3. 출판만화시장


1996년 통계에 의하면 세계 출판 시장의 규모는 약 69조로 추정된다. 우리의 경우는 1억 820만 달러 시장으로 세계 8위에 속한다. 그중 만화도서류 판매금액 점유율은 21.8%(만화잡지 포함)에 이른다. 


  출판만화 시장-->판매용 출판물-->잡지만화

                          단행본 만화  

                          교육, 실용만화 등     

                          코믹스만화(판매용)

                                                                              -->독자

                     -->대여용 출판물

                          만화방만화

                          코믹스만화(도서대여점용)

             

                               <표2>. 출판 만화의 상품 구조


출판만화 시장은 크게 판매용 출판물과 대여용 출판물로 나눌 수 있다. 판매용 출판물은 대상층별 만화잡지 시장과 단행본 시장으로 나뉜다. 만화잡지의 연간 시장규모는 525억원, 광고 시장은 4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잡지 연재물의 단행본 시장이 454억원 규모이고,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은 단행본 출판시장이 360억원 정도로 총 1,796억원 정도의 출판시장 규모를 지닌다. 이중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은 단행본 시장은 소위 코믹스로 불리면서 대여용으로도 구분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서점이 연간 100여개소씩 감소하는데 반해 도서대여점이 1,000여개점 이상 증가하자, 만화전문출판사들은 대여와 판매가 가능한 출판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만화대여시장은 그동안 만화이론가들 사이에서 우리만화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중요 요인으로 분석되왔다. 만화 대여시장은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으나 경제불황 등의 여파로 다시 부흥기에 접어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96년 현재 만화방이 4,000여개소, 도서대여점이 8,700여개소로 나타나고 있다. 만화 대여시장은 만화방이 1,680억원, 도서대여점이 1,840억원 규모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불법 일본 복제 만화시장이 우리만화 시장의 50%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인다.

일본은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출판 만화 천국이다. 전세계 만화 출판물의 80%가 일본 만화라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작품료를 지불하지 않음으로 인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일본만화의 불법복제물은 아시아권 만화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일본의 출판만화 시장은 연간 5,791억엔 규모로 우리나라와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는 작년에 비해 감소한 상황이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의 히트 작품들이 완간되면서 판매시장도 위축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러한 틈새를 타고 현재 우리만화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4. 영상만화시장


현재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미국이 49.2%로 일본의 24.2%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장용에 의한 것이고, 비디오와 방송용은 재패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일본만화가 65%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60년대 중반부터 정부에서 애니메이션을 수출 전략 상품으로 지정하고 각종 세제, 금융 혜택 등을 통해 지원해왔다. 97년 만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 투니버스와 중앙일보는 <미래를 위한 한국 애니메이션 전략>이라는 세미나를 주최했다. 여기에 초대된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가 쿠루수 마사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먼저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약90억엔(640억원) 방송용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약350억엔, 비디오 약540억엔, PC게임용 약1천억엔, 광고용, 교육용 등이 약1,500억엔으로 동영상을 제외한 파생산업까지를 더한다면 천문학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정확한 수치일순 없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방송용 애니메이션과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시장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 실패와 반성으로 인해 방송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혼기병 라젠카>와 <녹색전차 해모수>는 MBC와 KBS를 통해 방용되면서 출판만화와 캐릭터 산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존에 출판만화를 통해 형성된 인지도가 없었던 오리지날 시나리오였고, 주시청 대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만화 산업의 미디어 믹스 구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이 단기성인데 반해 방송용은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광고수익 등에 의한 이윤 창출이 가능하고, 거대시장이 확보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으로의 진입이 용이한 까닭에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5. 캐릭터 상품 시장


일본 만화의 신으로 회자되고 있는 데즈카 오사무 이후 확립된 일본의 캐릭터 상품 매출액은 연간 1조 7,0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일본만화 산업의 연간 매출액 5,5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문가들은 21세기 일본의 선도 산업은 캐릭터 산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2조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국내 캐릭터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해외 캐릭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른손, 모닝글로리 등의 자체 생산 캐릭터와 출판만화를 통해 형성된 국내 캐릭터들의 인지도가 날로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캐릭터 시장의 주역은 신인 만화가 천계영이 탄생시킨 현겸이라는 이름의 소년이다. 언제나 풍선껌을 불고 있는 이 소년의 귀여운 모습 속에는 사회에 대한 반항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 소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있고, 유행에 민감한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소년은 <언플러그드 보이>라는 잡지연재 만화를 통해 등장했다가 단행본 작품이 19판을 넘는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온갖 상품들 속에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화제가 된 SBS와 장성군의 ‘홍길동 캐릭터 소동’은 캐릭터 산업이 지니는 산업적 영향력을 가늠하게 한다.


6. 누가 만화 시장의 주인이 될 것인가


국내 만화시장은 만화의 산업적 매력으로 인해 몰려드는 인파로 들끓고 있다. 



만화가-->문하생

사설학원-->출판만화 전문학원

               애니메이션 전문학원        각종 대회 

동호회 활동-->                              입상 ---->  만화가,애니메이터,출판인 등       

대학교-->만화관련학과                   잡지 연재 

대학원-->전문인 양성 과정

사회교육원-->전문인 양성 과정

기타 문화센터 등


                    <표3>. 만화전문인 양성 구조


그동안 근엄함을 유지하고 있던 대학에서는 만화관련학과를 만들기에 바쁘고, 대학원과 사회교육원 등을 통해 배출되는 만화산업인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출판만화 학원과 애니메이션 학원 등의 사설 교육기관과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배출되는 전문인력들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기존에 만화가의 문하에서 배출되던 작가진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교육기구를 통헤 배출되는 인력들이 기대이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재능있는 인재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산업의 발전은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에서 활동으 폭을 넓혔고, 다양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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