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직장인 만화 시대가 열렸다, 1999.

만화…'정신의 비아그라' 본지 '용하다' 인기폭발

 

 

◆직장인만화의 시대가 열렸다
직장인들도 만화를 보냐고?물론이다.이제 만화는 애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장 집근처 만화대여점이나 도심 곳곳에 있는 만화방 또는 만화카페를 가보라.당당하게 만화를 보고 빌리는 샐러리맨을 쉽게 만날 수 있다.그럼 어떤 만화를 보냐고?무협 스포츠 액션 순정 등등 영화만큼 다양한 만화를 개인적 인 기호에 따라 즐긴다.그 많은 종류가운데 요즘은 ‘직장인만화’가 뜨고 있다.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숨에 풀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페이소스가 그곳에 담뿍 담겨있기때문이다.

 

◆직장인만화란 무엇인가
흔히 직장을 무대로 샐러리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를 통칭한다.하지만 이제 직장인만화에 대해 보다 정교한 시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은 “현대산업사회의 핵이자 사회동력의 구성축으로서 샐러리맨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성립된이후 직장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만화를 직장인만화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같은 맥락에서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80년대 초반 무협지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빌려온 기업만화류(무일푼의 젊은이가 라이벌을 물리치고 어느날 갑자기 재벌회장이 되는식)는 직장인만화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만화평론가 오시로 요시타케는 저서 ‘만화의 문화기호론’에서 ‘ 흥분-침정(沈靜)’과 ‘긴장-이완’을 두개의 기본축으로 만화 감정의 흐름을 분류했다.

긴장과 흥분이 공존하는 ①이 액션만화의 세계를 나타낸다면 긴장과 침정이 만나는 ②는 로맨스만화의 영역이다.직장인만화는 흥분과 이완이 교차하는 ④에 자리매길 수 있다.샐러리맨들은 소재가 가져다 주는 현실감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흥분하면서 마침내 카타르시스의 이완현상을 일으키게 된다.샐러리맨들이 직장인만화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샐러리맨 있는 곳에 직장인만화가 있다
미국의 타임지가 97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25명을 선정했을때 딜버트란 만화주인공이 끼여있었다.‘노동계급의 영웅’이란 극찬을 받았던 딜버트는 구조조정,기업합병같은 살벌한 용어가 횡행했던 90년대 미국직장에서 비겁하게 생존하는 방법을 용감하게 이야기했다.딜버트는 미국 보통 샐러리맨의 아이콘이 됐다.

일본에서는 60년대말∼70년대초 극렬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이른바 ‘전공투세대’가 샐러리맨으로 제도권에 편입되고 70년대의 고도성장시대가 마무리 된 뒤 직장인만화가 붐을 이뤘다.‘전공투세대’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허전함을 직장인만화로 메웠다.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부터 직장인만화의 맹아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386세대’가 샐러리맨의 중추로 성장한 90년대 중반이후 본격적으로 개화됐다.‘일본만화편력기’의 저자 이명석씨는 “일본은 각종 종류의 만화가 패턴화되는 흐름이 있다.일본의 경우를 따라가는 우리도 직장인만화가 장르화될 토양은 충분히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직장인만화의 생명은 정확한 취재다
샐러리맨들이 직장인만화에 매혹되는 것은 만화컷안에서 자신의 모습을,동료와 상사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기때문이다.샐러리맨의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작가의 치열하고 정확한 취재가 필수다.스포츠서울에 연재중인 ‘용하다 용해’는 만화출판사에서 5년간 근무한 스토리작가 김기정씨의 경험이 녹아있다.올해초 책으로 출판돼 인기를 얻은 ‘천하무적 홍대리’의 작가는 실제로 직장에 근무중인 홍윤표과장이다.만년말단직원이 주인공인 ‘날자,고도리’의 작가 김수정씨는 사무실이 밀집된 충무로일대의 퇴근무렵 밥집과 술집을 전전하며 귀동냥취재를 했다고 털어놨다.허영만씨는 자동차판매원을 주인공으로 한 ‘세일즈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자동차세일즈맨을 만나 인터뷰했다.비겁한 직장생활을 강조한 ‘딜버트’의 배경에는 17년간 봉급자 생활을 하다 실직당한 작가 스콧 애덤스의 원한(?)이 서려있다.

 

◆그래도 만화는 만화다
리얼리티만 있다면 만화가 아니다.현실에서 얻기 힘든 만화적 재미는 또하나의 덕목이다.고졸의 자동차 세일즈맨이 S대를 졸업한 의사와의 사랑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고(세일즈맨) 이혼의 아픔 뒤 매력적인 부하여직원과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보니 대주주의 숨겨진 딸이기도 하다.(시마과장)현실과 팬터지가 어우러지는 한잔의 칵테일. 그래서 샐러리맨들은 한잔 칵테일에 취해 오늘도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한다.

 

위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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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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