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만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만화방만화의 전성기를 소비자로서 경험했고 누구보다 그 시절의 작품들을 사랑하지만, 그 시절의 명성을 헐거운 작품으로 교체했던 몇몇 작가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아쉬움과 부정적 시선은 코믹스만화, 이른바 연재잡지만화라는 시스템 안에서도 일정부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만화방만화 또는 대본소만화가 '대여점만화'로 바뀐 것일뿐이라는 생각...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것, 양적 팽창이 질의 위축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은 만화 시장을 형성하는 기초 질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가지는 유보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의 만화시장이 조성해놨고, 우리가 부정했던, 그리고 지금은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사라져 버린 '만화방 또는 대여점이라는 유통망' 자체입니다.
'10만부 나가던 작가의 만화책이 1만부 나갈까 말까한다'는 낙담을 들을 때면, 새로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이 요구하는 작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웹툰을 하던가, 학습만화를 하던가, 일본만화잡지에 연재를 하라고 했습니다.
기존에 하던 걸 계속해서는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슈나 양산할뿐, 답을 찾지 못할거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사이 디지털만화 환경 조성론자에서 웹툰 전도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또 다른 고민들이 슬슬 생겨납니다.
웹툰은 웹툰대로의 시장을 형성하고 산업적 기반을 마련해서 발전해야 할 것이고, 인쇄매체는 또 그 나름의 시장을 견인해서 발전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판에 대한 고민을 재점검해보고 시장성에 대한 평가를 해봐야 할텐데요.
그 과정에 새로운 형태의 만화대여업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겁니다.
뭔가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적 발상일 수 있지요.
구매의향이 제한적이고 성향이 소그룹화되어 있는 지금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시장을 열어가기는 불가능한 일일 것 같으니 말이죠.
그러다보니 한 영화 속에서 임창정이 애타게 갈구했던 장편서사만화.
신간을 빌려보기 위해 몇차례나 책대여점을 찾게 만들었던 그 상황이 문득 그리웠습니다.
그런 소비자가 다수를 이루던 시절.
그 시절이 아름답지 않았나 하는 불손(?)한 생각이...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