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신음하던 한국 만화, 스마툰(Smart+Cartoon)이 ‘구세주’,2011.08.22

쪼그라들던 한국 만화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활의 중심에 웹툰과 2D·3D 애니메이션이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늘면서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 이른바 ‘스마툰(Smart+Cartoon)’이 한국만화의 구세주로 등장하고 있다. 스마툰 덕에 종이만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형 스마툰의 경쟁력과 종이만화가 나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8월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만화와 캐릭터 상품을 전시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특별한 게 더 많았다. 그중 하나는 태블릿PC에서 만화를 보여주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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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만 해도 만화는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꺼벙이·독고탁·까치 등 만화 캐릭터의 인기는 도덜드 덕(월트 디즈니)·아톰(데즈카 프로덕션) 못지않았다. 길창덕(2010년 작고)·이현세·이상무·허영만씨 등 인기 작가도 많았다. 1982년 전문 만화잡지 ‘보물섬’이 창간되면서 국내 만화산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보물섬’과 비슷한 만화잡지가 10여 종 창간됐을 정도다.

인기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아이큐점프’ ‘챔프’ 같은 만화주간지는 일주일에 20만 부가량 팔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박석환(콘텐츠비즈니스팀) 팀장은 “당시 아이들은 인기 있는 연재만화를 보기 위해 부모를 졸라 잡지를 구입했다”며 “만화는 아이들의 친구이자 놀잇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만화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부터 보급이 확산된 인터넷이 모든 걸 바꿔놨다. 아이들은 만화보다 인터넷에 열광했고, 만화의 주요 애독자였던 중·고등학생은 PC게임에 빠져들었다. 만화책은 예전처럼 팔리지 않았고, 꺼벙이·독고탁·까치를 잇는 인기 캐릭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의 벽을 넘지 못한 한국 만화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보내야 했다.

죽어가던 만화산업이 요즘 부활의 날개를 폈다. 한국형 만화 ‘웹툰’이 인기를 끌고, 2D·3D 기술력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한국만화의 부활을 이끄는 주인공은 웹툰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의 매출액은 2007년 246억원에서 2009년 285억원으로 16% 늘었다. 올해는 350억원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웹툰의 성장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웹툰이 처음 나온 1997년만 해도 웹툰 작가는 만화업계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했다. 스토리와 그림이 형편없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웹툰 작가의 원고료는 턱없이 적었다. 익명을 원한 웹툰 작가는 “2003년 한 포털사이트와 월 120만원에 계약했는데, 종이만화 작가들이 ‘영혼을 팔았다’며 손가락질했다”고 털어놨다.


일본에는 망가, 한국에는 웹툰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3년 인터넷에서 무명 작가 강풀(본명 강도영)이 돌풍을 일으켰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순정만화’가 화제를 불러모은 것이다. ‘순정만화’의 아름다운 스토리에 풍부한 감성을 지닌 밀레니엄 세대가 열광했고, 덩달아 웹툰 시장이 커졌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웹툰은 국내 만화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웹툰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13개에 달한다. ‘이끼’의 윤태호, ‘마음의 소리’의 조석, 야구웹툰 ‘GM’의 최훈 등 강풀 못지않은 인기 작가가 등장했다. 강풀의 위상은 더 단단해졌다. 그가 포털사이트에서 연재한 9개 웹툰은 누적조회 수가 6억 건에 달한다. 그중 5개는 영화로 제작됐다. 올 초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150만 관객이 들었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나머지 4개 작품도 영화 판권계약이 체결됐다.

웹툰이 한국 스마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는 여럿이다. 막간을 이용해 읽기 쉽고 중독성이 강하다. 분량이 작고 스토리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장르가 다양하고 그림도 톡톡 튄다. 웹툰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어서다. 웹툰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은 수없이 많다. “웹툰이 앱툰으로 진화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만화출판협회 황경태 회장은 “웹툰은 스마트 기기가 확산되면 만화산업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의 강점은 또 있다. 해외 경쟁력이다. 웹툰은 한국 특유의 만화다. 만화강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에는 한국 웹툰 같은 만화가 없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박석환 팀장은 “웹툰은 미국의 코믹스, 일본의 망가처럼 글로벌 콘텐트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코믹스는 미국만화, 망가는 일본만화를 통칭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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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마툰이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 문화를 모르면 한국형 스마툰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박석환 팀장은 “한국 문화는 세계인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며 “한국 스마툰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스토리와 콘텐트를 정비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문화 보급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함축적 표현이 많은 웹툰의 대사를 맛있게 살릴 수 있는 번역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미국 앱 개발업체 코믹솔로지의 브론슨 링엄펠터 CFO는 “좋은 만화지만 번역이 형편없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실력 있는 번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무대는 이미 만들어졌다. ‘스마툰 코리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긍정적 신호가 여럿 보인다. 스마툰이 구현되는 스마트 기기의 보급률이 늘어나고 세계 곳곳에선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한국만화,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박성민 기자·김나래 인턴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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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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