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24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웹툰쇼케이스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의 박석환 교수라고 합니다.
오늘 주제는 웹툰아이피의 무한 진화입니다. 저는 이 중심에 웹툰아이피플랫폼 기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의 성과와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웹툰은 형식적으로는 피씨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세로스크롤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만화를 의미합니다. 아이피는 다소 생소할 수 있고 동일한 약어가 많아서 혼동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렉츄얼 프로퍼티 라잇츠의 약자입니다. 지적재산권이라고도 하는데 법률적으로는 지식재산권이라고 합니다. 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창작물로서 웹툰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형성되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이피 즉, 지식재산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웹툰 작품이 단순히 구독물로서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진흥하고 보호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가령 저작권은 작품 제목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재산권의 상표권으로는 보호할 수 있죠. 또, 작품 소개라던가 회차에 대한 정보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지식재산권은 데이터베이스도 보호합니다.
먼저 만화작품의 가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뒤에 보이는 배경 그림은 마블스튜디오 10주년 기념 포스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블은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는 영화제작사이죠. 하지만 마블의 본진은 만화책 출판사 마블코믹스였고 1939년에 설립됐습니다. 그야말로 올드미디어컴퍼니입니다.
잘나가는 출판사였지만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1989년 로널드 패널만이 8250만달러에 마블을 인수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마블은 지식재산권계의 작은 디즈니이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등 무수히 많은 만화작품에 대한 권리를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디즈니의 머천다이징 전략을 적용해 히어로 완구를 만드는 등 고생을 했지만 결국 완구회사를 운영하던 아이작 펄머터 등에게 경영권을 넘기게 됩니다.
아이작은 마블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코믹북 영웅들을 영화화하기 시작했고 2009년 월트디즈니컴퍼니가 42억 달러, 우리 돈 5조원에 이를 인수합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고 디즈니의 욕심이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고 마블스튜디오를 설립한지 10년이 되던 해에 영화관객수익만 우리 돈으로 21조원을 벌었습니다.
아이언맨 영화 한편이 만들어낸 엄청난 파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믹북 출판사의 미디어프랜차이즈 전략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기반으로 한 라이선싱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변화였죠.
'전집중의 호흡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일본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 발언입니다.
전집중의 호흡은 귀멸의 칼날 주인공이 기를 모을 때 읊조리는 대사입니다. 일본 망가산업이 한동안 어려웠었는데 이 작품이 티브이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부활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가 총리의 발언은 이 작품이 사회문화적으로 넓게 퍼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죠.
미국의 코믹북 산업과 달리 일본의 망가 산업은 판촉활동으로서 미디어믹스를 진행합니다. 애니메이션 방영이 망가책 판매를 신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미디어셀러라 부르기도 합니다.
2021년 2월 기준 귀멸의 칼날은 1억5천만부 판매를 돌파합니다. 극장판 영화의 흥행수입은 381억엔, 일본의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이 작품의 경제적 효과를 우리 돈 2조8천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제품 팔던 소니가 이 작품의 흥행으로 1946년 창사 이후 첫 순이익 1조엔을 돌파합니다. 이 작품이 소니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이자 애니메이션 배급사라 할 수 있는 애니플렉스에서 유통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소니의 매출구조는 전기제품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에 코믹북 산업, 일본에 망가 산업이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면 한국에는 이태원클라쓰의 카카오웹툰,
스위트홈의 네이버웹툰,
디피의 레진코믹스 등이 있습니다.
일단 세작품은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브이 시리즈물입니다.
세작품을 통해서 웹툰아이피의 가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교생이 등장합니다. 배경이 주상복합건물인데 아파트라고 봐야겠죠. 디피에는 부친의 가정폭력으로 상처 받은 청년이 등장해 군대에서 본인 또는 동료들을 살아서 돌아가게 하려고 합니다. 이태원클라쓰는 고등학교 자퇴한 청년 창업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세작품 모두 살아남기 시리즈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만큼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청소년, 청년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이 작품들에는 외톨이, 군인, 창업가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살아남기라는 생존물 플롯의 스토리에 따라 움직이고 각각의 문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웹툰콘텐츠에 담긴 캐릭터는 시각적 요소를 지닙니다. 서사적 요소로서의 스토리, 기능적 요소로서의 어빌리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웹툰콘텐츠가 지금 여기의 문제를 담아내고 웹툰캐릭터가 우리와 동일시되면 이를 수용한 독자들은 하나의 이미지, 새로운 상상체계를 지니게 됩니다.
이를 픽션이 보여주는 가상의 세계, 픽셔널 유니버스라고 한다면, 픽션 속 캐릭터에게 부여된 문제가 지금 나의 문제와 동기화 될 때, 가상의 세계에서 얻은 대리체험과 경험은 현실 세계의 가치관이 될 것입니다.
일본에서 수상이 ‘전집중의 호흡’을 이야기하고 이태원클라쓰 방영 후에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마’, ‘소신에 대가가 없는 삶을 살 겁니다.’ 같은 명대사가 우리 사회 속에서 통용될 때 이는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과거에 그런 유의 의미와 가치를 전승하는 것이 문학이었다면 지금 그 위치에 웹툰캐릭터, 웹툰콘텐츠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형성된 가상세계를 웹투니버스라 정의합니다.
그 세계의 소비자는 단순한 웹툰 구독자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 포괄하는 지식재산권, IP가 등장한 것이겠죠.
물론, 전제는 웹툰콘텐츠에 담긴 이 세가지 요소가 대중적으로 전달되고 충분하게 소비되어야 합니다. 다른 형식의 미디어라고 하더라도 그만한 규모의 대중소비가 이뤄진다면 유사한 효과가 나오겠죠.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마블이, 일본에서는 귀멸의 칼날이 그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대중소비를 이끌어 낸 것이죠. 한국에서는 초고도화 된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미디어 환경이 구축된 웹툰플랫폼 기업이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3년 쯤이면 웹툰분야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 감히 전망합니다.
2003년 이후 한국의 만화계는 인터넷아이티 기업을 만나 변화했습니다. 그들은 만화창작 과정에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누구나 만화작품을 그리고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하되 인기도에 따라 노출도를 관리하고 대우와 보상을 강화해주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이지 스트럭쳐를 적용한 것인데 만화에서는 왕도물의 서사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회를 더할수록 더 강한 상대와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일종의 게임 속 세계의 시스템이 현실에서 적용한 것입니다.
주1회 70컷 내외의 분량을 정기 연재하면서 콘텐츠를 대중적으로 노출하고 이를 통해 주목도가 생기면 판매 상품의 가지 수를 넓혔습니다.
출판, 영화, 방송, 게임 등으로 확장해 간 것이죠. 소비자 규모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단기적인 것에서 장기적인 것으로 가도록 조정했죠.
동일한 요소를 지닌 콘텐츠를 새로운 윈도우로, 새로운 미디어로 볼 수 있도록 했고 그 과정이 곧 대중소비를 확장해 가도록 했습니다.
웹툰이 인기를 얻고 드라마가 되면 드라마를 통해 웹툰을 인지한 소비자가 확대되는 방식입니다.
최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코믹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주목도를 늘려서 사용자층을 늘리는 것이죠. 그 과정이 완성되면 다시 대중소비에서 특별한 소비로 전환합니다.
머천다이징 상품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연령층과 접근성, 가격대를 지닌 상품들이 제시되죠. 창작물의 캐릭터를 기반으로한 가상세계, 픽셔널 유니버스가 구축되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 웹툰아이피플랫폼 기업들은 이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코믹북, 일본의 망가산업에 비춰볼 때 한국의 웹툰산업이 그렇게 발전해 갈 것이라 보는 것이고 그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그만한 웹툰아이피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준비도 잘해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사례로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웹툰서비스는 하나의 부서였습니다. 사업부문이 성장하면서 자회사 형태로 독립했죠. 그때 네이버웹툰과 별도로 유료콘텐츠서비스를 전담하는 시리즈를 포괄했습니다.
웹소설, 방송, 영화로 이어지는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죠. 그리고 사명을 네이버웹툰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합니다. 단순한 유통망이 아니라 직접 권리를 지닌 제작사가 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본사를 미국으로 하고 국내에 본거지를 둔 기업의 명칭을 네이버웹툰유한회사로 바꿨습니다. 얼마 전 연 밋업데이에서 이 회사 대표는 브랜드 정체성을 스토리테크플랫폼이라고 했습니다.
기술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픽셔널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플랫폼 안에서 웹툰아이피를 기반으로 한 개별 콘텐츠, 또는 콘텐츠 간의 유니버스, 웹투니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 봅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한국의 웹툰 산업은 콘텐츠 판매시장에서 라이선스 활용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웹툰아이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죠. 이에 따라 라이선스 제품&서비스의 확산이 웹툰IP의 기획, 제작, 유통 전반을 고도화 할 것입니다.
고비용 투자로 예측 가능한 흥행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웹툰캐릭터(디자인, 스토리, 어빌리티)가 만들어내는 픽셔널 유니버스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만나 가상과 현실 세계의 혼란을 완충해가면서 미래의 문화경제를 주도할 것입니다.
그 중심에, 아니 최전선에 웹툰아이피플랫폼 기업들이 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기업드를 지식재산권계의 스몰빅 컴퍼니, 작지만 위대한 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세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웹툰의 미디어믹스, 머천다이징이 확장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웹툰을 기반으로 한 픽셔널 유니버스, 웹투니버스가 작동하고 순환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체계적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준비해가야 할까요?
두 번째 질문은 웹툰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웹툰 창작과 제작 시의 문제도 상존할 것으로 보입니다. 창작노동의 방식이 갈수록 시스템화 되고 급기야는 자동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창작노동의 가치, 기술과 자본 투자의 기여 부분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세 번째로는 모든 것이 융복합화 되고 있고 웹툰 역시도 단순 이미지콘텐츠에서 모션이나 사운드, 인터렉션을 포괄하는 형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미디어 구분이나 판권 구분이 무의해질 수도 있습니다. 어찌될까요?
같이 고민해보시죠. 저도 더 궁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튜브 생방송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bYFONE3bF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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