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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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 책을 벗어난 정보단위로서의 만화, 코코리뉴스레터, 1998.03.25
책 아닌 디지털만화의 한계와 가능성-통신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식 개발 시급 만화를 통신정보로 제공한다 IMF 한파로 늘어난 실직자들이 다시 대본소를 찾고 있고, 명퇴자들 사이에 소자본 창업이 활성화 되면서 만화관련 소점포와 재택창업이 가능한 정보통신 관련업종이 유망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본소의 성격과 정보통신 산업의 장점을 결합시킨 온라인 만화방도 그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정보를 이용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IP사업이 '만화'라는 아이템을 끌어 앉은 것이다. 최근 한국만화가협회도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 동일 성격의 정보제공에 나섰다. 인터넷 업체인 이드넷과 지난해부터 공동작업으로 ..
2019.01.03 -
박석환, 새로운 성향의 두 잡지 - 아디와 나인, 코코리뉴스레터, 1997.12.26
12월. 야심찬 사전홍보와 새로운 형식을 선언하며 출간된 두권의 만화전문지가 있다. 그 처음은 야설록 등이 주도하여 결성한 야컴의 순정 공포 매거진 《아디》였고, 나중은 서울문화사가 비주류만화(comix)지임을 제호 위에 공표하고 내놓은 《나인》이다. 무협에서 순정으로 야컴은 대본소(만화방)시절에 만화 이상의 자리를 확보하고 있던 무협지를 일반서점용으로 재생산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획득한 후 진취적으로 만화산업에 뛰어들었다. 만화스토리를 작업해오던 야설록이 자신의 출판사 야설록프로를 통해 스토리작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만화제작 시스템을 가동, 성공을(?) 거두자 일련의 무협물 출판사들과 공조체제를 거쳐 야컴이라는 새로운 출판미디어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아디》는 이들의 첫 번째 결과물로 숱한 사업 계획..
2019.01.03 -
박석환,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히스테리, 1998.03.20
돌이켜 생각하면 지난날, 나의 인생은 향연이었다.잔치에는 모든 마음이 열리고 온갖 술들이 흘렀다. 지난 여름은 혹독하리 만큼 뜨거웠다. 일부 민간단체와 편협한 식자들의 미디어 놀음으로 일진회의 행동지침서가 되어버린 ‘만화’. ‘일진=만화’라는 저주스러운 짝짓기는 하이에나처럼 몰려드는 언론과 이를 신봉하는 무리들에 의해 설상가상의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제철도 아닌 터(그간엔 매년 5월이 만화탄압의 적기였다)에 계획된 만화사냥은, 몸으로 막아내는데 이력이 들었던 기성작가진영 마저 분개하게 만들었다. 어느 저녁 나는 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 그러고 보니 못마땅한 것임을 알았다. - 그래서 욕을 퍼부어 주었다. 이판을 벌린자들을 보자면 세퍼트 마냥 울대를 물고 늘어졌던 검찰이 있었고, 부엉이처럼 둥그레한..
2019.01.03 -
박석환, SICAF에 가면 읽어버린 만화를 찾을 수 있을까, 코코리뉴스레터, 1997.10.20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이 지난 8월 14일 다시 열렸다. 최근의 만화사태와 지독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성대한 규모로 다시 열린 SICAF는 우리사회의 만화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일부언론과 사회단체의 만화 이지메에도 불구하고 열린 이 행사는 제사판으로 갈 손님과 잔치판으로 갈 손님의 분별 유치에는 실패한 듯 보이지만, 상업행사가 지녀야할 미덕과 SICAF 최초의 주제전이라는 의미 두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이 행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였던 상업부스와 전시부스 간의 거리 두기와 하루 5만명 이상이 예상되는 전시장내의 관람객 분산, 효과적인 동선 창출 등에서 개선의 노력들이 보였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전국 14개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학과의 소개..
2019.01.03 -
박석환, 검열의 역사가 곧 만화의 역사였다, 경일대신문, 1997.08.25
5.16 직후인 1961년 12월, 원로 만화가와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가 운영되면서 만화는 표면적으로 '사전심의'라는 족쇄를 차게 된다. 60년대 말기에 거행된 불량만화(?) 단속은 1만9천여 개소에 달했던 '아이들의 공간(만화방)'을 유해업소로 규정한다. 사전심의시의 칼질도 전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심의'라는 공권력을 매수해 만화판을 사리사욕의 장으로 만들고, 독과점을 형성해낸 출판사도 등장했다. 당연스레 줄어든 창작물은 1977년 6454(심의 신청수)편에 불과했다. 그나마 절반도 되지 않는 3131편만이 정상 출판됐다. 만화가들은 '심의'라는 교과서를 통해 철저히 교육됐다. 80년대 초 이현세, 허영만 등에 의해 만화가 대중적인 파급효과를 인정받게 됐을 때도 국..
2019.01.03 -
박석환, 만화학교(?) 한국에서 벌어진 일진회의 이진 폭력 사태, 한백울림, 서울예술대학, 1997.08.01
1. 대한민국 일진 세력의 이진 탄압 지렁이도 밟으면 굼틀댄다는 옛말이 있지. 모두가 알고있는 이 말을 꺼내놓고 청소년 폭력 사태를 보자고. 폭력이란 거 탄력성을 지니는 거잖아. 나침반은 언제나 북쪽을 가리키지, 호랑이도 풀 맛을 보고 풀도 호랑이의 썩은 육신을 생명수로 환원한다고. 때려. 그럼 맞지. 맞은 애는 어떡해. 우리한테는 화풀이 문화가 있잖아. 화를 푸는 거지 별수 있나.애들 자아통제력은 8살부터 12살 사이에 길러진데. 그때 애들 훈련을 시켰어야지. 지금 와서 어쩌자는 거야. 청소년 폭력의 60%가 학교 내에서 이루어진다는데 선생이 뭐하는거야. 학부모가 무서워서 사랑의 매를 놔버려. 그러니까 선배가 매를 들지. 학원 폭력 근절하겠다고 들입다 재적하고, 구속시켜버리니까 지들끼리 매들고 주먹질하..
2019.01.03 -
박석환, 만화의 시간은 왔는데?, 코코리뉴스레터, 1997.07.21
이시카와 준, 『만화의 시간』 도서출판 글논 그림밭은 만화전문출판을 자처하며 『부자의 그림일기』, 『간판스타』 등의 단편만화선과 『한국만화산업연구』, 『만화연출』 등의 만화이론서적을 출판해왔다. 우리만화가 지니는 열악성에 대한 타성파괴와도 같은 일격이 전례 없는 출판물들을 배출해낸 그들 집단에 의해 가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실 즈음 이시카와 쥰이라는 일본만화가가 적어 낸-일본만화 독서일기 격인- 『만화의 시간』을 발간해냈다. 발간당시 일본에서 '일반독자를 위한 만화기법과 신인에서 대가에 이르는 만화가 100명에 관한 저자의 마니아적인 평가와 그 필체가 흥미만점이다.-《朝日新聞》', '전후 일본의 수출문화인 만화에 대한 정당하고 객관적인 평가서-《産經新聞》'라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근현대에 ..
2019.01.03 -
박석환, 양은냄비 속의 애니메이션, 코코리뉴스레터, 1997.07.21
괜한 망상에 젖어 흐르는 시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쉽게 새벽이 돼 있었다. 한웅큼 꺼져 있던 배가 투정을 부리는 통에 웅크리고 있던 라면 한 봉을 찾아내 허기를 채우려한다. 싱크대 문을 열고 식기를 찾았다. 갑작스레 아침으로 흘러버릴 시간이 안쓰러워졌다. 내 값비싼 망상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듯했다. 가장 쉽게 열을 낼 수 있는 양철냄비를 찾았다. 그것만이 공기를 단축하고 기쁨을 줄 수 있을 법했다. 예상대로 다른 때보다 1분 가량 빨리 덜컹대는 냄비뚜껑을 봤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라면과 수프를 넣었고, 잘 익은 면발을 끌어당겨 봤다. 제대로 된 맛이었다. 이제 식탁으로 냄비를 옮기고 가장 빠르게 먹기만하면 된다. 냄비의 손잡이를 잡고 식탁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양..
201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