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TV·스크린 다시 ‘만화’ 에 빠지다, 2010.07.29

만화를 드라마ㆍ영화화하려는 판권 경쟁이 뜨겁다. 분명한 줄거리가 있고 화면 콘티 수준의 그림을 지닌 만화는 그 원작 가치가 뛰어나 제작사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윤태호 화백의 인터넷 만화 ‘이끼’가 영화로 제작됐고, 이현세 화백의 ‘버디버디’, 박인권 화백의 ‘대물’, 일본 만화가 다다 가오루의 ‘장난스런 키스’가 드라마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기 만화 판권은 이미 제작사에 팔렸거나 한창 판매 경쟁 중이다. 박시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만화 ‘궁’ ‘식객’ ‘미녀는 괴로워’ 등이 영상화해 크게 히트치면서 웬만한 인기 판권은 다 팔려나갔다”며 “그동안 1000만원짜리 만화 판권이 5000만원까지 뛰는 등 판권료도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판권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단 사서 ‘쟁여놓고’ 보는 제작사도 여럿이다.

이영란 화백은 ‘로맨스파파’의 판권을 영화 제작사에 넘겼으나 벌써 수년째 기획단계에 머물고 있다. 강풀 화백의 판권도 대부분 제작사에 팔렸으나 영화화한 것은 ‘순정만화’와 ‘바보’ 정도다.

박 연구원은 “보통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더라도 판권을 다른 데 넘길 수 없게 계약을 맺는다. 그 제한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서 좋은 판권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판권 경쟁은 드라마 ‘궁’이 방송된 2006년부터 본격화했다. 그 이전에도 ‘풀하우스’ ‘미스터큐’ ‘다모’ 등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다.

‘장난스런 키스’ ‘궁’ ‘탐나는도다’를 제작한 그룹에이트의 배종병 기획PD는 “과거엔 만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새로 이야기를 짜는 각색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궁’을 비롯해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원작의 비중이 커졌고, 원작료도 자연히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방송되는 MBC ‘장난스런 키스’는 협상 기간만 1년 이상 걸렸다. ‘꽃보다 남자’와 동시에 판권 협상을 시작했으나 ‘꽃보다 남자’가 방송될 때쯤에서야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 당시 그룹에이트 외에도 많은 제작사가 판권경쟁을 벌였다.

배 PD는 “황인뢰 감독과 송병준 대표가 직접 일본에 찾아가 작품에 대해 오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원작료보다는 얼마나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할 것인가가 협상의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허영만, 강풀, 박인권 등 유명 화백의 작품은 아예 입도선매되곤 한다. 제작사는 기획단계부터 투자협상을 체결하고 작품활동을 지원한다.

그러나 유명 화백은 만나는 일도 쉽지 않아 기획 자체가 어렵고 판권료도 수천만원에서 억단위에 이른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오랜 협상 창구를 활용해 판권을 확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차승재 전 싸이더스FNH 대표는 허 화백과의 친분을 통해 ‘비트’의 판권을 사들였고, 드라마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은 박 화백의 ‘쩐의전쟁’ ‘대물’ 판권을 연달아 확보했다.

중소규모의 제작사는 인터넷 웹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웹툰은 제작사 관계자가 쉽게 접할 수 있어 그만큼 신인 스토리텔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클릭 수를 통해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판권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젊은 신인이 만화의 영상화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팀장은 “최근에는 만화가도 드라마나 영화 등 주류 양식의 문법에 맞춰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전략적인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수입 양극화에 시달리는 만화 시장은 일단 웹툰의 영상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좋은 웹툰이 꾸준히 영상화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야 새로운 신인과 이야기가 발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물급 화백을 향한 쏠림현상이 얼마나 다양한 신인에게 분산될 것인가가 만화 판권시장의 새로운 관건”이라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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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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