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고바우영감' 원고 구입에 김성환 작가 현금 1억원+사후인세 전액 기부한 사연, 2013.07.11

수 개월 전 연구실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네이버 캐스트에 게재된 김성환 선생님 원고를 보고 수소문을 해서 연락을 하게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학예사였다. 원고를 읽고 나서 만화가 김성환이 한 명의 만화가가 아니고, 고바우영감이라는 시사만화가 신문지면의 한 코너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기록이자 증언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만화에 대해 쓰는 사람으로서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그 타이틀에 걸맞는 상징적 유물을 기획전시하거나 소장하여야 하는데 '고바우영감'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사실적 기록은 차고 넘치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논평을 담고 있으면서 시각물의 형식으로 기록된 것은 '고바우 영감' 밖에 없으니 그 만화보다 그 시절 사람들의 인식을 표현한 전시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학예사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이 일을 진행해보겠다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또 몇 개월이 흘렀다. 학예사의 전화가 왔다. 

김성환 선생님을 만나 뵈었고 1만 여편이 넘는 '고바우영감' 연재분 중 선생님이 소장하고 있는 6천 여 편의 원고를 구매+기증의 방식으로 박물관이 소장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선생님과도 큰 틀의 협의는 마무리됐고 원고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구매 비용과 기증의 폭을 상정하는 절차 등이 남았다고 했다. 

 

이전 통화에서 선생님 원고에 대한 가상의 평가 금액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었다. 

박물관 측에서는 다음 절차로 가격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실 구매비용과 기증 규모를 잡고자 했다. 

원로만화가 선생님과 관련기관의 전문가 그리고 내가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어 감히 '고바우영감'이라는 역사적 원고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계산기를 뚜드려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한결 같이 이 원고의 가격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그 고유성은 유지하되 소장자가 변경되고, 그 소장자가 이 원고를 가치있게 보존하고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금액을 산정하자고 했다. 

'고바우영감' 원고는 신문 게재분, 심의 통과 후 신문 게재분, 심의 불가 후 신문 미게재분, 신문 외 매체 연재분, 미발표분 등으로 구분됐다. 

매 작품마다 동일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지만 원고에 남은 기록물적 성격의 흔적들은 다소간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가령 원고 뒷면에 당시 검열당국의 심의필 도장이 찍힌 작품, 불가 도장이 찍힌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는 역설적으로 더 크게 평가됐다. 

그리고 또 몇개월 후인 어제(11/6) 김성환 선생님이 고액 기증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됐다는 기사가 났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선생의 개인적 기물이자 국가적 유물인 '고바우영감'을 구매하면서 '지급한 금액 중 일부인 1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증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선생님이 저작권을 지니고 있는 작품에 대한 사후 인세 역시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증을 하고 안하고로 역사적 인물의 평가에 과소가 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쉽지 않은 결정 임에 분명한 일이었을 텐데 

선생님의 한 수는 간결하면서도 굵직한 울림이 있었다. 

'공 돈이 생겨서'라는 멘트와 함께  

평생 그려온 원고를 영원히 기록되게 한 것이다. 

아름다운 어른의 모습에 머리 숙여 존엄을 표한다.  

 

** 아래는 관련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79958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린 김성환(81) 화백이 1억원을 기부하고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했다고 5일 밝혔다.
김 화백은 지금까지 직접 쓴 책의 인세를 모두 사후에 기부하기로 서약하고 유산기부 회원 모임인 레거시(Legacy) 클럽에도 가입했다.
김 화백은 1949년 연합신문에 '멍텅구리'를 연재하며 데뷔했으며 1955년부터 2000년까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에 시대를 풍자한 '고바우 영감'을 연재했다.
김 화백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이 모임의 총 회원 수는 369명, 누적 약정금액은 421억원으로 늘었다.
김 화백은 "시대상을 반영한 나의 작품을 사랑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이 세상의 많은 장애인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데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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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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