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고인돌(박수동 글그림), 한국만화정전, 네이버캐스트, 2013.03.08

발가벗은 우리사회의 원초적 욕망 - 고인돌, 박수동

 

 

[그림 1] 박수동, <고인돌>, 1978년 까치 발행, 1974[선데이서울] 연재 개시

 

 

작품에 대하여 : 석기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남자, 세 여자 이야기

 

 

박수동의 <고인돌>1974년부터 1991년까지 대중잡지 [선데이서울]에 연재된 작품이다. ‘신문만화에 <고바우>가 있다면 잡지만화에는 <고인돌>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성인용으로 창작된 <고인돌>의 인기에 힘입어 그 해 아동잡지 [어깨동무]<소년고인돌>이 연재됐고, 이후 <별똥탐험대> <땅콩찐콩> 박수동표 원시인 만화가 지속적으로 창작되는 계기가 됐다.

<고인돌>은 고인돌 마을에 사는 세 남자와 세 여자 원시인의 이야기이다. 정욕의 화신인 미스터 를 비롯해 ’, ‘삼총사와 내숭과 밝힘의 극단을 오가는 세 여자 미스 오’ ‘’ ‘이 등장한다. 석기시대판 세 남자, 세 여자이야기로 쉼 없는 사랑의 짝짓기가 황당한 설정과 파격적 묘사 그리고 익살스러운 반전 속에 전개되는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성기를 활용한 묘기대행진이 펼쳐지고 볼록한 것과 오목한 모든 것이 소재로 활용된 끝없는 성적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김현이 건강한 에로티시즘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그 묘사는 상징적이고 표현은 은유적이다.

 

[그림 2] 박수동, <고인돌왕국>, 문광사, 1992

[그림 3] 박수동, <소년고인돌>, 백제, 1979

 

<고인돌>이 연재 된 [선데이서울]70년대 한국성인만화를 잉태한 잡지이자 수많은 인기만화와 만화가를 배출한 성지였다. 생맥주, 통기타, 고고장 등과 함께 70년대를 상징하는 시대적 기호 중 하나였다. 반면 저항정신과 전복적 사고를 보여줬던 청년문화를 선정적 상업주의로 연성화 시켰다는 비난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2010년 대 초에는 이 같은 선정적 요소에 착안한 동명의 복고풍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고 잡지 전체가 디지털화되어 흥미적 측면과 함께 학술적 측면에서 재 주목 받기도 했다. [선데이서울]이 성인의 통속적 흥미에 집중했다면 <고인돌>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제외된 무능력한 남성을 위로하는 블랙코미디였다.

 

[그림 4, 5] 수많은 암컷의 구애를 받는 수컷 물개를 스승으로 삼으려는 남자

 

<고인돌>은 남근숭배사상을 바탕으로 색정 넘치는 미스터와 은근히 밝히는 미스 그리고 이를 초월한 무성적 존재인 어르신들, 공포를 유발하는 몇몇 동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은 어딜 가나 돌 밖에 없지만 그 속에는 음주운전과 회식, 월급날 등 현대의 직장인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박수동은 <고인돌>을 통해 복잡한 현대사회를 동물적 본성과 육체적 거래 밖에 남지 않은 구석기시대로 단순화시켰다. 현대인들은 미스터와 미스라는 대명사로 불리면서 원시 세계의 최소화 된 규범과 질서 속으로 들어갔다. 이 세계에서 현대사회를 사는 현대인이자 독자가 된 이들은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고 웃기지만 슬픈, , 돌과 오, , 팔 이야기에 동감했다. 특히 세 여자에 대한 우월의식과 보호본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욕망 외에는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세 남자 이야기[선데이서울]의 주독자였던 혈기왕성한 20~30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그림 6, 7] 애니메이션 <고인돌>의 등장인물 중 미스터돌과 미스오

 

<고인돌>은 인기리에 연재 중이던 1978년 단행본으로 발행됐고 1979년에는 TV광고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판본의 <고인돌>과 관련 작품이 단행본으로 발행됐다. ‘고인돌삼총사는 빠삐코, 스큐류바 등 아이스크림 광고의 메인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성인애니메이션 제작 붐과 함께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원작에서는 은유적 정지영상으로 끝났던 부분이 시작과 끝이 구체적인 동적영상으로 재구성되면서 한층 더 노골적인 성적 판타지기 만들어졌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오성윤이 PD로 참여했다. 2005년에는 고인돌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는 고미가 서울방송(SBS)의 마스코트로 제작되어 현재까지 다양한 내용의 광고애니메이션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PC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광고 만화 던파고인돌이 공개됐다.

 

 

 

작가에 대하여 : 생활고와 만화에 대한 갈증사이에서 선()의 철학자가 된 박수동

 

 

[그림 8] 박수동, <소년고인돌>, 바다그림판 중

 

박수동은 1941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와 부산사범대학교를 졸업했다.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했고 1965년 대중잡지 [아리랑]의 신인만화가 공모전에 준당선하면서 입문했다. 대학 졸업 후 경남 밀양에서 교직생활을 하던 박수동은 만화에 대한 열망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상경한다. 만화를 그렸지만 생활고를 넘지 못했고 다시 교사가 됐지만 만화에 대한 열망을 죽이지 못했다. 다시 사표를 낸 박수동은 1967[경향신문]에 시사만화가로 입사한다. 생활고와 만화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월급 받는 만화가가 된 셈이다. 문제는 그 자리가 <두꺼비> 안의섭이 [조선일보]로 옮기면서 생겼다는 점이다. 안의섭은 당시 <고바우> 김성환과 시사만화계의 양대 거목이었다. 만화계 입문 2년차에게는 다시 올 수 없는 천복이었으나 거목의 뒷자리를 채우는 일은 천벌과도 같았을 터. 박수동의 첫 4칸 시사만화 박고구<두꺼비>의 무게를 벗어내지 못했고 결국 자리를 비우게 된다. 후임으로는 브시 밀러의 <낸시>가 해외특약으로 게재됐다.

 

[그림 9] 박수동, <박고구>, 경향신문, 1967.01.04.

 

신문사를 나온 박수동은 다시 잡지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곳에 다니면서 1974년 대중잡지 [선데이서울]<고인돌>을 연재한다. <고인돌>은 미국의 연재만화가 조니 하트의 에서 착안됐다. [선데이서울]은 당대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통속성을 표방했고 성표현물에 대해 높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가부장 사회의 사내이자 직장인이었던 박수동은 <고인돌>을 통해 자신의 갈증과 갈망을 속 시원하게 그려냈고 단번에 주목 받는 만화가로 떠오른다. 전업 만화가를 선언한 박수동은 억눌려있던 창작본능을 발산하며 1974<소년고인돌> <5학년5반 삼총사> <별똥 탐험대>를 차례로 발표한다. 신문만화, 성인만화를 거쳐 만화시장의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는 아동만화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1975<번데기야구단>, 1976<신판 오성과 한음>을 발표하며 명성을 쌓았다. <와이프행진곡> 등 성인만화 분야의 창작도 지속하면서 성인과 아동을 아우르는 인기 만화가의 반열에 오른다. 당대 최고 스타였던 만화가 길창덕과 함께 80년대 가장 많은 매체에 원고를 게재한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1992년 한국만화문화대상을 수상했고 2003년 고바우만화상, 2005SICAF어워드 만화부문 대상 등을 받았다. 2001년부터 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2010<번데기야구단>의 후일담을 담은 웹툰 <번데기스>가 후배만화가 김경호에 의해 창작되기도 했다.

 

[그림 10, 11] 박수동의 <번데기야구단>과 후일담을 다룬 김경호의 <번데기스>

 

 

 

명장면 명대사 : 덩치 작다고 깔보지마라 성내면 커진다

 

 

<고인돌>은 박수동 특유의 자유로운 선화와 쭈그러든 것 같은 대상묘사, 풍부한 여백과 슬며시 풀어헤쳐지는 은유적 내용이 빛나는 해학적 작품이다. ‘참세편에서 세 남자는 장애물경기를 펼친다. 1 장애물인 절벽을 뛰어 넘고 제2 장애물인 공룡을 피하는데 성공하지만 제3 장애물 지대를 넘지 못하고 한명도 골인하지 못한다. 3 장애물 지대에는 세 여자가 매복하고 있었다. 남자 어르신은 한심하다는 투로 혀를 차지만 여자 어르신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난답디까?’라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림 12, 13] 박수동, <고인돌> 참새

 

게임편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링 던지기를 한다. 여자는 던졌다하면 기둥에 링이 걸렸지만 남자는 하나도 제대로 걸지 못한다. 신나하는 여성을 보며 울화가 치민 남자는 링을 바닥에 두고 기둥을 던져 골인시키는 묘기를 보인다. ‘두 얼굴의 사나이편은 조금 더 직접적이다. 덩치가 작은 사내가 보통 땐 이렇게 작지만 성내면 커진다고 하자 세 여자는 돌덩이를 던지며 사내를 화나게 만든다. 하지만 그도 잠시. 도망가는 여자를 쫓아 동굴로 들어간 사내는 다시 작은 덩치의 사내로 변해 나온다.

 

[그림 14, 15] 박수동, <고인돌> 게임

 

건강한 에로티즘은 고인돌 삼총사의 멈추지 않는 성적 욕망으로, ‘선에 담긴 은유와 생철학은 남근주의적 시선에 의해 왜곡된 성담론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당대적 기준에서 이를 받아들인 대중은 은밀해서 숭배됐던 남성주의적 질서를 하나둘씩 벗겨냈고 가림막이 사라진 남성사회의 뻔한 광경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을 조금 더 완화했고 성에 대해 경직된 인식을 조금 더 자유롭게 이끌었다.

 

참고자료

네이버캐스트, 만화가 박수동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7&contents_id=604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박고구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67010400329207016&editNo=2&printCount=1&publishDate=1967-01-04&officeId=00032&pageNo=7&printNo=6530&publishType=00020

네이버블로그, 드림컴어스

http://sas7273.blog.me/90052608644

씨네21, 오돌또기+박수동=비디오 애니메이션 <고인돌>

http://m.cine21.com/news/view/mag_id/32057

 

박석환/ 만화평론가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후기] 고인돌에 대해 요즘 사람들은, 좀 더 정확하게는 네이버 캐스트를 보고 덧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먼저 떠올릴까 고민해봤었다. 잡지나 책을 통해 고인돌을 만난 이들을 제외하면 고인돌은 지금 어디서 어떤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까.

재미난 CM송과 함께 오랜 시간동안 방송을 통해 익숙해진 TV광고애니메이션을 생각할까?
아니면 SBS의 마스코트를 떠올릴까?
그것도 아니면 비디오용 성인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유통된바 있는 그 고인돌을 떠올릴까?

어찌보면 당연스러운 결과지만 60여 개의 덧글에는 TV광고 속 고인돌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유의 CM송 가사, 멜로디와 함께.
그러고보면 소리라는 것이 지닌 힘, 음악이 지닌 힘과 만화의 접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책과 인쇄물에 있어서 만화라는 장르의 효과음이나 효과문자 표기법은 대단한 발명이었을 텐데
기억하고, 추억하는 어떤 방식에 있어서는 음악이 그림과 이야기를 불러오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인 것 같다.
최근 웹툰OST 역시 이 같은 장치가 될 수 있을까.
10년, 20년 뒤에도 해당 웹툰의 재미를 기억하게 하는.
웹툰OST가 그런 기능적 역할을 해낸다면...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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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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