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천하의 최강 라이벌 - 용비불패, 문정후
[그림 1] 문정후, 용비불패, 1996년 [소년찬스] 연재 개시
■ 작품에 대하여 : 열강 천하의 무협계를 양분한 코믹정통무협
문정후의 <용비불패>는 1996년 만화잡지 [소년찬스]에 연재된 작품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 만화이자 무협만화의 지존은 500만부 판매 신화를 지닌 <열혈강호>이다. 무림 정파와 사파의 대립을 코믹섹시무협이라는 코드로 버무린 이 작품에는 학산문파의 장로이고 검호가 용비불패인 문정후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는 <열혈강호>의 주인공 한비광에게 무술의 기초를 전수하지만 이후 불화가 생겨 적이 되는 역할이다. 작품 속 문정후가 바로 <용비불패>의 작가 문정후이다.
[그림 2] 문정후, 용비불패, 1권 표지
[그림 3] 문정후, 용비불패 외전, 1권 표지
<용비불패>는 제목 그대로 절대지지 않는, 져서는 안 되는 용비를 테마로 한 작품이다. 용비는 몰락한 무반 출신으로 오랑캐 토벌대의 대장이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끊임없이 죽여야 하는 살수이다. 권자의 명에 따라 한 부족을 거의 몰살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부하들도 모두 잃는다. 전투가 끝나고 황폐해진 살수는 권자에게서 벗어났지만 돈의 노예가 된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살수는 이제 돈을 벌기위해 살인을 하거나 범죄자를 생포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됐다. 이 과정에서 당대 최고의 재벌인 율목인의 아들 율무기를 만나게 되고 엄청난 재물이 있다는 황금성의 실체를 알게 된다. 물욕의 화신이 된 용비는 애마와 함께 황금성으로 향하고 무림 최고수들 역시 각자의 명분을 들어 황금성으로 간다.
이야기는 현상금 사냥꾼 용비가 황금성의 재물을 얻기 위해 무림고수들과 대격투를 벌이는 것으로 전개되지만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용비가 돈의 노예가 되어서 사람을 죽이게 된 이유와 명분을 찾아 간다. 이는 일반적인 무협만화나 라이벌 관계에 있던 <열혈강호>와 차별되는 대목이다.
[그림 4] 용비의 분노 폭발
<열혈강호>가 만화전문출판사 대원씨아이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면, <용비불패>는 자회사격이면서 만화출판계를 양분하고 있는 학산문화사의 대표작품이다. <열혈강호>는 1994년, <용비불패>는 1996년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시기와 장르만으로 보자면 <열혈강호>는 코믹무협극화 붐을 일으킨 작품이고 <용비불패>는 이 코드를 흉내 낸 작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정후는 탄탄한 데생력과 화려한 연출력을 더해 ‘열강천하’의 무협만화계를 ‘열강과 용비천하’로 양분하는데 성공했다. 2002년 총 23권의 작품으로 완결되어 1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됐고 2006년부터 <용비불패 외전>이 발행되고 있다. 현재 11권이 나왔다. 2011년에는 학산문화사에서 전15권으로 <용비불패> 애장판이 재발행됐다. 대만의 만화잡지에 연재된 바 있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 현지어판이 발행되기도 했다. 동명의 모바일게임이 서비스되기도 했다.
[그림 5] 전쟁이 끝난 후의 회한
■ 작가에 대하여 : 양재현 무협만화에 가려졌던 무림만화 최고수 문정후
[그림 6] 문정후
문정후는 1985년 만화가 박봉성 문하로 입문했다. 10년 이상의 문하생활을 거쳐 1996년 <용비불패>를 [소년찬스]에 연재하며 공식 데뷔했다. 당대 최고의 무협만화가였던 양재현이 <열혈강호>에 문정후를 등장시켜 ‘문정후가 양재현 만화의 주인공에게 무술의 기초를 가르쳤다’는 상징성을 부여했을 정도로 문정후의 만화는 화려했다. 문정후 역시 이에 화답하듯 자신의 작품 속에 주인공 용비를 제자로 삼으려는 천웅방의 방주를 등장시킨다. 방주의 이름은 양재현을 거꾸로 쓴 현재양이었다. 문정후는 <용비불패> 이후 <소용돌이> <괴협전>을 거쳐 교양만화 <초한지>에 이르기까지 주로 무협시대물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무협판타지극화라고 할 수 있는 <팔라딘>을 미디어다음에 연재했고 몇몇 베스트셀러 학습만화를 창작하기도 했다. 동료만화가 양재현이 예측한 것처럼 우리 만화계의 특정 문파를 대표하는 작가가 됐지만 <용비불패>를 넘어서는 차기작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데뷔작부터 현재까지 스토리작가 류기운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림 7] 장대하게 펼쳐지는 전쟁 씬
■ 명장면 명대사 : 내 싸움의 목적이 그 정도로 보였더냐
<용비불패>는 화려한 액션 연출이 백미인 작품이지만 용비의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연출과 대사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용비의 싸움은 목적이 분명했다. 악귀로 살았으나 인간 이하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웠고 자신이 품고 있는 대의와 명분을 위해 돈의 노예가 됐던 것이다.
[그림 8] 싸움의 목적이 분명했던 용비
[그림 9] 대 혈전이 끝난 후 묘사되는 개그 컷
인간처럼 살기 위해 수많은 혈투를 벌였지만 결국 세상 자체가 아귀 같았음을 인식하고 ‘아직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이 작품을 기억하는 많은 팬들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이 같은 긴장을 한 번에 뒤집을 만큼 재미있는 개그컷으로도 유명하다. 용비의 반려동물인 애마 비룡, 싸움꾼 구휘, 땡중 일각 등 다양한 캐릭터가 펼치는 포복절도할만한 유머는 혈흔이 낭자한 무협의 긴장을 단번에 씻어낸다.
참고자료
네이버 N스토어, 문정후, 용비불패, 학산문화사
http://nstore.naver.com/comic/detail.nhn?productNo=41206
네이버 N스토어, 문정후, 용비불패 외전, 학산문화사
http://nstore.naver.com/comic/detail.nhn?productNo=58755
한겨레, ‘열강-용비 지존을 다툰다’, 1999.05.11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99051100289122001&editNo=6&printCount=1&publishDate=1999-05-11&officeId=00028&pageNo=22&printNo=3499&publishType=00010
박석환만화연구소, ‘이 만화를 발견하다-문정후의 용비불패’
http://comicspam.com/140035905070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부장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세종대학교 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후기] 대선이 열리기 전에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는 글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그 기간의 사회적 이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용비불패> 중 최고의 대사를 찾기 위해서 속독하면서 머리속으로는 계속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뭘까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낙점한 것이 분노하는 용비의 일갈.
" 내 싸움의 목적이 그 정도로 보였더냐."
어느 선에서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절대 질 수 없다는 전의를 불태우는 장면이다.
이 작품의 최고 명대사는 아니지만, 이 시점에 가장 의미있는 대사가 아닐까 싶었다.
누구든, 누가되든... 대의와 명분을 지니고 지금 이 곳의 시대정신과 국민적 여망이 담겼을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해 주시길 바란다.
금방 투표하고 왔다.
내 투표의 목적도 용비의 전의만큼이나 강하다.
똑바로 하시길^^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