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허영만-데라사와 다이스케 대담 / ‘식객’과 ‘미스터 초밥왕’ 만나다, 2007.02.05

허영만-데라사와 다이스케 대담


“가장 매웠던 것은 낙지볶음이었는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데라사와 다이스케 씨) “일본 음식에는 계란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일본에 함께 간 후배가 귀국 후 당분간 계란을 안 먹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허영만 씨)
본보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만화 ‘식객’의 작가 허영만(58) 씨와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사와 다이스케(寺澤大介·48) 씨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일본국제교류기금 한일 문화교류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식객’은 식 재료를 파는 트럭 행상 ‘성찬’이 맛의 장인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요리 비법을 소개하는 작품. ‘미스터 초밥왕’은 최고의 초밥 요리사를 꿈꾸는 소년 쇼타의 도전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 15년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두 작가는 양국의 ‘음식 문화’로 말문을 열었다.



▽데라사와=불고기, 파전, 부침개 등은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 음식을 먹을 때 곤란한 점은 국물을 먹을 때였다. 일본인은 식사 중 몸을 굽히면 안 된다고 예절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숟가락이 있으면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허=일본 음식은 모양과 색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개인마다 상을 다 차려 주고…. 한국은 같이 놓고 먹는다. 비위생적일 수 있지만 정을 나눈다는 의미도 있다. 식객에서 도미를 중심으로 간장에 찍어 먹는 일본식과, 초장과 상추와 함께 먹는 한국식의 차이를 그려 볼 생각이다.

두 사람은 음식 문화의 차이가 ‘식객’과 ‘미스터 초밥왕’의 차이, 나이가 양국 간 문화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데라사와=(2005년 일본에 번역 출간된) ‘식객’을 봤는데, 선이 굵고 깊이가 있다. 세상을 보는 굵직한 눈도 갖고 있었다. 세 차례 방한에서 한국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식객’을 보니 크게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음식 문화는 각국의 문화를 생생히 담고 있다.

▽허=초밥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장기간 연재한 게 존경스럽다. 나도 처음에 김치 하나로 하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 모자라 음료, 술 등 여러 음식을 끌어들였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밥에 절을 하고 먹는다고 하고, 우리는 일본인처럼 밥을 들고 먹으면 상스럽다고 하는데 모두 문화의 차이 아니겠나.(웃음)
이들은 음식 만화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허=식객은 흑백 만화여서 음식의 색을 표현하지 못해 힘들었다. 전쟁 만화에서 칼이 섬뜩하게 보이게 하듯이 음식 만화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그려야 한다.

▽데라사와=그렇다. 나도 초밥을 잘하는 식당에 400번 이상 찾아가 생선 뜨는 법까지 취재했다. 직접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한국에 특별한 초밥이 없다고 해서 수많은 회전 초밥집을 돌아다니던 중 개불로 만든 초밥을 보고 야간열차로 부산에 가서 실물을 봤다.

▽허=어릴 때부터 먹어 온 음식에는 향수가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음식을 끼워 넣은 게 중요하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어머니의 젖, 미음이 평생 입맛을 좌우하며 어머니의 숫자만큼 사람 입맛이 다르다지 않는가.

▽데라사와=맛과 관련된 기억은 오래간다. 어릴 때 어른에게 혼나고 울면서 먹은 밥맛은 짠데, 그 기억은 어른이 돼도 선명하다. 음식에는 그 사람의 사는 방법, 생각, 가치관이 들어 있다. 먹는 것은 인격의 일부다. 같이 먹는 사람을 배려하고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생각하며 음식을 먹고 만들어야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두 만화 차이점은


한국의 ‘식객’과 일본의 ‘미스터 초밥왕’은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음식만화다. 2002년 9월부터 본보에 연재 중인 식객은 지금까지 15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돼 100만여 부가 판매됐다. 총 44권으로 된 ‘미스터 초밥왕’은 일본에서 1000만 부 넘게 팔렸다.

전문가들은 두 작품에는 한일 간 문화 차이가 선명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식객’은 한국의 정을 반영해 음식보다 인간 자체가 이야기의 기둥을 이룬다. 고구마를 먹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사형수의 이야기, 어린 시절 먹은 쌀 맛을 잊지 못하는 해외 입양아를 다룬 이야기 등이 만화 속에 녹아 있다. 만화평론가 박석환 씨는 “식객은 이웃의 삶을 중시한 만큼 요리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풍기는 사람 냄새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초밥왕’은 주인공이 고난도의 초밥을 완성해 나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인간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요리의 완성과 인간의 완성이 연결된다. 초보자인 주인공은 라이벌과의 대결을 통해 더 나은 초밥 요리사로 성장하고 이는 독자의 성취감이나 성공에 대한 대리 만족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스타일은 ‘스테이지 스트럭처(stage structure)형’으로 불린다. 초밥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도 일본 오타쿠(마니아) 문화와 연결된다. 만화가 데라사와 다이스케 씨도 ‘절대미각 식탐정’ ‘미스터 맛짱’ 등 20년 작가 인생 동안 일관되게 음식 소재의 만화를 그려 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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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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