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만화와 TV 드라마 사이의 저작권 논쟁이 일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와 드라마 <풀하우스>의 성공으로 만화의 다양한 영상화 전략에 관심이 모이는 지금, 원작만화의 스토리와 설정에 대한 표절의혹은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의 심각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내게 사랑스러운 뚱땡이>의 순정작가 이희정은 MBC TV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의 담당 PD와 작가를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작품의 스토리와 인물 설정이 유사함을 직접 구성도를 그려가며 표절의혹을 제시한 것. 이미 종영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가진 것 없는 신인만화가이지만 힘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만화의 저작권도 다른 문화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보호 받아야 하는 창작물임을 외치고 싶었다”라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작가가 나서서 저작권보호를 주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두사부일체>와 만화 <차카게 살자>도 법적공방 끝에 설정만 유사할 뿐, 전체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표절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로 인해 구성과 스토리의 유사함 만으로는 원작만화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 중견작가의 유명한 작품이 다시 표절의혹에 올라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의 신작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주요 설정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작가 김진의 공식 팬클럽 ‘별님사랑’(http://jinlove.com/ver701)과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cafe.daum.net/savebaram)에서는 인간형태의 왕을 모시는 신수와 부도의 개념을 차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표절의혹이 깊은 드라마가 먼저 제작될 경우, 현재 KBS와 드라마 협의중인 원작 <바람의 나라>가 무산될 염려가 있으며 아직 미 완결작인 만화작품의 오리지날리티가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측은 드라마의 도용의혹을 부정하고 있으며 드라마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화 평론가 박석환씨는 순정잡지 <이슈>의 기고문에서 이 같은 사태에 조직적 대응과 공생의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판만화의 표절에 대한 보호문제는 저작자의 주관적 판단과 전문 그룹의 객관적 판단, 그리고 법률적 판단이 일치해야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출판사, 관련단체의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 만화관련학회와 기관의 아이템 사용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출판만화의 저작권이 독자나 작가 개인의 항의와 주의 환기에 그친다는 점을 볼 때 정부와 만화 관련 단체, 출판사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화 칼럼니스트 주재국씨는 만화의 원소스 멀티유즈를 지겹게 떠들고, 이용하지만 그 뿐이라고 말한다. 정작 보호해줘야 할 만화가와 작품의 저작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현실 속에서 그의 표현처럼 ‘집에 형도 없는’ 만화가들의 신세가 서럽기만 하다. 그러나 최근 ‘만화저작권 보호 협의회’(대표:곽현창)가 온라인으로 퍼져가는 불법 스캔 만화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어 저작권 보호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단순한 경고메일 발송이나 ID삭제 등의 제한에서 법적 소송으로 점차 수위를 높이는 추세이다.
이처럼 만화 저작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우리가 사랑하는 만화가와 만화를 아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상희기자 (WE6, 200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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