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 동아일보, 2007.07.24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는 소년의 로망을 다룬 작품이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럼을 타며 스피드를 즐기는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이클 경주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이 만화는 민요 ‘청춘가’를 개사한 일제강점기 구전가요처럼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로 시작해서 ‘아가씨야 이 마음 잊지 말아라∼ 번개처럼 사라지는 청춘이란다’로 끝난다. 한 많은 부모 세대의 ‘이팔청춘가’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통한 도전과 질문, 승부와 답변을 찾아가는 성장드라마다.

주인공 최대한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코흘리개다. 소년 앞에 어느 날 자전거를 탄 소녀가 나타난다. 자전거 기술을 가르쳐 주는 소녀도 나타나고 고비 때마다 응원해 주는 소녀도 나타난다. 심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할머니와 어머니도 있다. 주인공은 여성 조력자들에 의해 외적 성장을 거듭한다.

사이클 선수가 되어서 지역대회에 나가고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실력은 있지만 공인받지 못했다. 바람을 가르는 육중한 체구의 초특급 고교생으로 성장했지만 불쑥 터지는 불행한 현실이 그의 질주를 막아선다. 급기야 고교생 신분으로 불법 경륜경기에 나서지만 이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국민 생활 스포츠로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 자전거는 소년의 성장을 상징하는 대리물이자 소년의 힘이고 꿈이다. 안장에서 내리면 어린 소년이지만 자전거와 하나가 되어 페달을 밟으면 자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번개처럼 사라져 버릴 청춘의 한때에 소년은 자전거의 힘을 빌려 꿈을 이루기 위해,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운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박흥용은 이전 작품에서 정치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불완전한 자아에 대한 구도자적 성찰을 보여 줬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호두나무 왼쪽 길로’로만 가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만화계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너무 철학적이어서 대중성이 약했다. 반면 이 작품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창작됐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먹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박흥용 만화’의 매력적인 꼬리표는 그대로다. 칼을 든 구도자, 히피 차림의 구도자에서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하이틴으로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 작가는 여전히 주인공과 독자에게 질문한다. 깊은 독서와 나름의 해석을 통해 답하기를 기다린다. 그 관계가 불편하지만 낮아진 문턱 때문에 그만한 흥미와 답을 찾는 개운함이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주)시공사 콘텐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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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로 알려드립니다^^


게재 된 칼럼과 관련해서 문장표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만화는 민요 ‘청춘가’를 개사한 일제강점기 구전가요처럼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로 시작해서 ‘아가씨야 이 마음 잊지 말아라∼ 번개처럼 사라지는 청춘이란다’로 끝난다."는 대목입니다.

떳다 보아라로 시작되는 노래는 '안창남의 비행가'라고 알려진 구전가요입니다. 당시를 다룬 TV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졌지요. 이어지는 아가씨야 이 마음 잊지 말아라로 끝나는 노래는 '빨간마후라'라는 익숙한 대중가요입니다. 얼핏 두 개의 노래가 한 개의 노래에 앞과 뒷부분처럼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 두 노래가 계속 등장합니다. 앞 노래는 소년의 꿈과 이상이 확립되는 단계의 것이고 뒷 노래는 청소년기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 그리고 청춘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확립한 시기를 상징합니다.  

또 '청춘가'와 '이팔청춘가'도 나옵니다. 이 대목에 대한 설명도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창남의 비행가'라는 노래는 '청춘가'라는 노래의 곡조에 가사만 바꿔 부른 것이랍니다. 그리고 '청춘가'는 '이팔청춘가'라는 노래의 가사를 바꾼 것이고요.

'이팔청춘가'는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남은 생을 홀로 살아야하는 여인내의 시름을 다뤘습니다. '청춘가'는 덧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청춘의 한 때를 다룬 것이고요.  

본문에 수록된 박흥용 작가의 인터뷰 내용 중에 '민요'에도 관심이 있다는 대목을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구전민요 등의 자료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가 '이팔청춘가(주인공 엄마의 삶)'-'청춘가(주인공의 성장기)'-'안창남의 비행가(주인공의 유년기 및 목표설정기)'로 이어지는 가사의 의미와 맥락을 60년대 식의 테마로 재해석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엄복동의 자전거에 집중했지만요.

본 칼럼이 도서리뷰에 집중하는 만큼 이 같은 내용을 적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청춘가' 에 대한 설명은 빼고 세 노래의 개연성을 흘리는 식으로만 작성했는데...

탈고본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던지 담당기자께서 조금 교정을 해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좀 더 불분명해진 느낌이 들어서 부연설명을 적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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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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