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임재원 '짱', 한국일보, 2007.3.22

'-짱' 신드롬의 원조


200만부 팔린 슈퍼셀러 수많은 아류작품 낳아

얼짱, 몸짱에 이어 보아짱, 승엽짱 등 ‘짱’ 형식의 신조어가 넘쳐 난다. ‘짱’은 최고를 뜻하는 은어지만 일본어로 ‘쨩’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호칭이다. 대장의 준말 격인 ‘짱’과 친한 사람의 이름 뒤에 붙여 부르는 ‘쨩’은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언론은 일본인들이 가수 보아와 야구선수 이승엽의 이름 뒤에 붙여 부르는 ‘쨩’을 ‘짱’이라는 의미로 보도하고 있다. 

일본만화 ‘치비마루코쨩’은 ‘꼬마대장 마루코’가 아니라 ‘꼬마 마루코’이다. 이처럼 두 용어의 진짜 뜻은 차이가 있지만 우리에게 ‘짱’이‘격식을 따지지 않는 친근한 사람들 중의 최고’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폭 넓게 해석하자면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짱’이건 ‘쨩’이건 이 전 국민적 유행어를 조성한 매체가 만화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조금 억지를 부리자면 그 출발점은 임재원의 만화 ‘짱’이라고 할 수 있다. 

‘짱’은 1996년부터 만화잡지 ‘소년챔프’에 연재되고 있으며 현재 단행본 33권이 출간됐다. 200만 부 넘게 팔린 슈퍼셀러로 학원에서 벌어지는 순위다투기식 싸움이 소재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이기적인 본성에 이끌려 치고 받는 식의 격투가 아니라 한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화려한 액션이다.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는 타격기가 아니라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작이고 춤이다.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 위한 과장된 몸짓으로 폭력의 잔인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짱’은 학원 폭력물이라는 이름에 갇혀 동급의 인기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됐다. ‘진짜 사나이’가 일본의 ‘학원 경파물’을 직수입해 학원폭력 장르의 출발을 알렸다면 ‘짱’은 수많은 아류작을 이끌면서 ‘짱류 만화’라는 새로운 갈래를 형성하기도 했다. 

‘럭키짱’ ‘캡짱’ ‘무림짱’ ‘컴백짱’ ‘베틀짱’ 등 수백편의 작품이 ‘짱’의 영향력 아래서 등장했고, 그 중 수십 작품이 인물 설정과 장면 연출 등을 그대로 차용했다. 영화 ‘친구’를 만화화한 동명작품은 ‘짱’의 주요 액션장면을 그대로 표절해 문제가 됐으며 몇몇 작가는 ‘짱류 만화’로 ‘쪽박 만화가’에서 ‘대박 만화가’로 거듭났다. 이후 만화 ‘짱’과 상관없는 동명의 영화가 나오고 가수 장나라가 ‘나라짱’, 노무현 대통령이 ‘노짱’으로 불리면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짱, 짱, 짱’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으로 일본만화에서 호칭으로 쓰인 ‘쨩’이 소리 나는 대로 번역돼 주인공의 이름처럼 인식되면서 유행어 ‘짱’의 열풍을 부채질했다. 이처럼 만화 ‘짱’은 새로운 이야기 소재만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 흐름을 대표하는 트랜드 메이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만화 ‘짱’의 액션이 강해질수록 ‘짱’ 문화는 더욱 길게 울릴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한국일보, 2004-02-2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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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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