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12지전사'의 손태규, 만화규장각, 2007.3.20

만화가 손태규(1967년 생)는 임재원 등과 함께 안세희(필명 안춘회 조남기) 문하를 거쳐 1986년 데뷔했다. 데뷔 이후 줄곧 소년만화-이른바 코믹스계 만화-를 창작해왔다. <스타스쿨>(1993년) <캡틴서바이벌>(1993년) <12지 전사>(1995) 등 200여 권에 달하는 작품 목록에서도 알 수 있듯 동시대 잡지 연재 작가군 중에서는 독특하게 다작 성향을 보이고 있다. 작품 소재와 설정에 있어서 자유도가 높은 코믹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주로 발표했고, 빠른 상황전개와 특유의 순발력으로 잡지 연재만화와 전작 단행본 만화 양쪽에서 나름의 성과를 일궈냈다. 

손태규 만화는 슬랩스틱과 패러디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 설정으로 대표된다. <스타스쿨>에는 홍길동 로보캅을 비롯한 대중문화 스타 캐릭터가 총출동 한다. <캡틴서바이벌>은 서바이벌 게임에 등장하는 진동총 Air-gun 소재의 작품이고 <12지 전사>는 12지간의 동물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총출동 시켜 <드래곤볼> 유의 액션 대전 게임을 펼치게 했다. 이 같은 소재 설정의 자유로움과 이야기 전개의 자신감은 손태규 만화의 최고 미덕이다. ‘만화가는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이라 할 때, ‘만화는 그림보다는 이야기의 재미가 우선’이라 할 때 손태규는 이 전제에 가장 어울리는 만화가이다. 패러디의 주제의식이나 정신을 논외로 하고 만화에서의 패러디가 ‘재미’를 위한 하나의 첨가제라면 손태규 만화는 이를 가장 맛나게 담아낸 원재료임에 분명하다. 이 같은 소재 설정의 자유로움과 이야기 전개 시의 만화적 순발력은 동시대 작가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손태규 만의 것이다. 

손태규는 우리만화계에서 머릿속을 해부해보고 싶은 만화가를 꼽으라면 몇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씽크 탱크 Think-tank’이다. 2000년 대 최대 히트작 중 하나인 임재원의 <짱>이 그의 머리에서 비롯된 작품이고 보면 그의 작품에 낯선 이들도 절반은 수긍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짱>의 성공 사례 탓인지 이 시기를 전후로 손태규는 학원폭력만화 <학원전설>(1999) 등 동일 장르의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고딩>(1999) <시티파이터> <하이캅스> <티엔티보이 TNT Boy> <강꼬꾸징>(2000) 등이 모두 이 장르의 작품으로 전작 단행본 형식으로 출간됐고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손태규 만화의 독특한 향취를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학원 폭력만화의 장르 법칙을 철저히 따라가고 있는 이 시기의 작품군에서 초기 손태규 만화의 자유로움은 사라지고 없다. 장르의 법칙을 깨부수는 패러디만화에서 성과를 이룬 그가 장르의 무덤을 전전하고 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손태규는 초기 코믹 판타지 장르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자유로움에 기대는 창작을 반복하고 있다. <무림 12지 전사>의 스토리를 쓰더니 <반서유기>(2001) <우당탕탕 스타군단>(2002) <레벨업>(2003)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작품들의 속내를 보자면 기왕에 그가 만들어낸 코믹 판타지 계열의 히트작을 재활용 한 것이다. 이 작품들이 재활용이 아니라 손태규 만의 코믹 판타지 장르 만화로 이어지는 연계작품이기를 기대해본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4-02-03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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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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