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심승현, 만화규장각, 2007.3.19

심승현(1972년 생)은 온라인이 잉태한 만화가이다. 그리고 <파페포포 메모리즈>라는 단 한편의 작품으로 오프라인을 석권한 만화가이다. 심승현의 출현은 동년배의 만화가들이 여느 만화잡지를 통해 데뷔했던 것과는 달랐다. 1994년부터 최근까지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스파이더맨’‘배트맨’ 등의 원화 작업을 했지만 애니메이터 출신 만화가에서 찾을 수 있는 작화법도 아니었다. 심승현은 오프라인이라는 견고한 등단 시스템을 넘어서지 못했던 마이너리그 만화가 지망생에 불과했다. 아니 만화가를 꿈꾸지 않았던 애니메이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지금 우리 만화계를 생각하는 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만화가가 됐고 그의 출세작인 <파페포포~>는 2003년 주요 서점의 최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반적인 코믹스계 만화가들의 100만부 판매 신화가 10권 20권짜리 한 작품의 전체 권수를 합한 숫자인데 반해 <파페포포~>는 단 1권으로 65만부가 넘는 판매기록을 수립했다. 속편 격인 <파페포포 투게더> 역시 2003년 하반기 출판계의 대표 히트상품으로 거론되고 있어서 100만 부 판매는 오래지 않아 돌파될 것으로 보인다. 

심승현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하나씩 끄집어내면서-어찌 보면 실연의 외로움을 달래고자-만화의 형식을 빌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그 흔한 개인 홈페이지도 아닌 포탈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카페(커뮤니티 사이트 자동 제작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올렸다. 두세 장 분량씩 올리기 시작했던 이미지가 넷티즌들에 위해 수많은 사이트의 게시판으로 전파(이를 넷티즌 사이에서는 퍼가기라고 한다)되면서 ‘파페’와 ‘포포’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고 심승현이라는 ‘토요 창작자(취미창작인)’가 인기만화가가 된 것이다. 심승현의 출현 이후로 언론과 전문가들은 ‘카툰에세이’ ‘에세이툰’ ‘인터넷만화’등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인터넷에서도 게시판을 이용한 공개 일기 형식의 작품 발표가 관습화됐고(이는 동일 성격의 캐릭터만화 ‘스노우캣’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봐야한다) 수많은 예비만화가들이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들의 일기체형식 만화는 심승현의 성공사례에 고무된 서적출판사(만화전문출판사에 대비되는)들에 의해 다량 출판됐고 일정 수준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들은 곧 하나의 거대한 장르를 형성하며 기존 만화가들을 능가하는 지위를 확보한다. 

심승현에 대한 현재적 논의는 작품 자체에 대한 것이기 보다는 그의 출현 배경과 형식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유통 환경의 출현 앞에서 오프라인과의 경계조율에 급급했던 우리 만화계에 심승현의 출현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혁명적 사건이고 전환적 사고의 요청이다. 온라인, 영상미디어, 읽는 이미지, 게시판 등 매체의 외형부터 컬러, 캐릭터, 짧은 이야기, 네레이션 사용, 청유법 형식의 종결 등 작품 형식과 내용까지. 오프라인 출판물의 강점을 온라인에 빼앗길까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의 강점으로 온라인 마인드에 입각한 오프라인 출판물의 제작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4-02-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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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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