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형민우의 태왕북벌기, 한국일보, 2007.3.17

`감히 누가 고구려를…`

젊은 광개토왕 기상 `활활` 실제 작품 세계 진출 호평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중국에 대한 대국민 감정이 악화하고 있다. 한중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동북아 시대의 발판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중국이 무슨 이유로 남의 땅, 남의 역사에 덤벼들어 때 아닌 ‘역사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1995년부터 시작됐다고 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사업 목표와는 달리 ‘남북통일 이후의 영토분쟁 등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시민단체와 네티즌연대, 그리고 정부는 뒤늦게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낯 뜨거운 일이지만 그 덕에 지키지 못한 땅, 잊혀져 가는 고구려의 역사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고구려사는 우리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북벌의 역사’이다. 한 많은 반도의 역사가 우리 것이 아니라 광활한 대륙의 역사가 곧 우리 역사이고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 중의 왕인 광개토태왕 담덕은 우리나라 사람이다.

형민우(31)의 ‘태왕북벌기(1996년 작· 전7권)’는 우리 민족사 최대의 정벌정책을 펼친 광개토왕(태왕이라는 표현이 국수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역사학계에서는 광개토왕을 공식 명칭으로 쓰고 있다)의 젊은 시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큰아버지 소수림왕이 지병으로 국정에 전념하지 못하자 왕후와 그 패거리가 권력을 잡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조카인 담덕(광개토왕의 아호)과 그의 아버지는 이들이 가장 견제하는 인물. 밖으로는 혼란한 국정을 틈타 말갈 등의 침략이 잦아지고 안에서는 권력 찬탈을 위한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담덕은 특유의 용맹과 지략으로 아버지 고국양왕을 왕위에 오르게 하고, 왕위를 계승해 연호를 영락으로 했다. 

큰아버지의 정책을 기초로 국정을 안정시킨 담덕은 외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으로는 백제를 견제하는 한편 북진 정책을 펼친다! ‘태왕북벌기’는 주인공 담덕이 책성의 수비대장으로 외세의 침략을 막아서는 데서 시작해서 405년 후연과의 요동벌 전투에 나서는 것으로 끝난다. 성급한 결말이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담덕의 정복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형민우는 독특한 작품 세계와 화풍으로 우리만화의 해외 수출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 작가이다. ‘서북풍이 분다’는 담덕의 대사를 통해 북진의 의지를 뚜렷하게 전달하면서 사내들의 가슴팍을 울렸던 이 작품은 대만에서 인기리에 연재됐고 최근작인 ‘둠슬레이브’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출판됐다. 

서부극화인 ‘프리스트’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져 국경 없이 전송되고 있다. 우리 땅이 너무 좁아 대륙으로 달리고자 했던 태왕 담덕처럼 이 작가도 눈을 세계를 향해 두고 있다. 그들처럼 우리도 서북풍을 맞으러 세계로 가자. 동북공정이 아니라 통일한국을 지나 담덕의 땅을 찾아가자.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한국일보, 2004-01-0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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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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