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장태관의 아웃복서, 한국일보, 2007.3.17

`아~ 챔피언 없는 시대여`

링위 시각서 통쾌함 선사… `권투 전문` 타이틀 획득케

프로 복서 지인진에 이어 최요삼마저 세계 챔피언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전 체급을 석권한 적도 있고 프로복싱 챔피언을 43명이나 배출한 복싱 강국이다. 한국의 복서들이 불굴의 투지로 정면 승부를 펼쳐 얻은 ‘인파이팅 코리아’라는 타이틀은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다이나믹 코리아’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는 챔피언이 없다. 

과거 세계 타이틀 획득의 목전에서 운명을 달리한 김득구는 ‘나에게 최후까지 싸울 의지와 용기가 있다’고 되뇌었고 우리는 곽경택의 영화 ‘챔피온’을 통해 챔피언 부재의 시대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만화가 장태관의 복싱 소재 만화 ‘아웃복서(1994년 작)’는 챔피언 부재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고교 1년 생으로 아마 복싱계에 입문한 주인공 하수구는 전형적 스트리트 파이터에 헝그리 복서다. 

하수구의 보호자는 현역 복서로 동양랭킹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하수구를 비롯한 고아들을 돌보고 있어서 어쩌다가 한번 열리는 권투시합에서 출전해서 버는 돈 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막노동과 운동을 병행했던 보호자는 원정시합에서 사망하고 한 식구처럼 살았던 고아들은 아동보호기관 등으로 흩어진다. 하수구 역시 다니던 학교와 권투를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 스스로 복서이기도 했던 만화가 장태관은 이 작품에서 챔피언이 없는 시대의 챔피언을 그려야 했다. 선배 만화가 이현세 김철호 등이 현존했던 권투영웅 김태식 김득구 등의 이미지를 만화화하면서 현실감을 부여했다면 장태관의 작업에는 캐릭터와 서사의 모델이 없었다. 까닭에 더욱 자유롭게 시합 장면을 과장해서 그릴 수 있었다. 

폭풍처럼 펀치를 쏟아내는 인파이터의 시합 장면이나 현란한 풋워크와 함께 숨 돌릴 틈 없이 잽을 내 뻗는 아웃복싱 스타일 등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권투의 시각적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아웃복서’는 가진 것 하나 없어 잃을 것도, 두려움도 없는 주인공 하수구가 어떻게 슈퍼 페더급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는가를 권투시합 장면을 중심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만화잡지 ‘소년점프’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모았던 작품은 15권으로 완간됐다가 2부 ‘복서’가 발표되면서 1부와 2부를 연결하는 의미의 16권이 발행되기도 했다. 장태관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수의 권투만화를 발표하면서 권투소재 전문만화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각의 링 위에서 펼쳐지는 권투는 ‘최후까지 싸울 의지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스포츠이다. 상대 선수라는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와 12라운드를 싸워야 하는 투혼이 신성한 목표를 향해 격돌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링이 승자를 선택한다. 승자인 챔피언이 그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챔피언은 ‘너는 얼마큼 큰 의지와 용기를 지녔냐’고 묻기 때문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한국일보, 2003-12-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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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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