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식
만화작가 신영식(1950년 생)은 1971년 「소년한국일보」 만화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서라벌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중퇴하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 대상의 명랑만화와 소년 대상의 격투기 만화, 사실적인 인물묘사가 중심이 된 역사만화 또는 실존 인물을 출현시킨 가상스포츠만화 등을 창작해왔다. 특히 80년대 말부터는 공해추방운동연합에 가입하면서 대표적인 반핵반공해 만화운동가로 활동했다. 환경운동단체가 정치세력화 되는 것에 환멸을 느껴 현재는 단체활동은 중단하고 개별적인 소수 활동과 함께 환경보호 관련 만화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만화작가 신영식의 대표작 『돌배』는 1980년 소년동아일보에 첫 회 연재를 시작했다. 오원석의 『따깨비』 임웅순의 『팔방이』 김삼의 『강가딘』 김우영의 『뚱딴지』 등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어린이 만화 캐릭터로 유명하다. 간단한 몇 가닥의 선만으로 동심의 엉뚱한 모습을 표현해냈던 작가는 YWCA에서 제정한 어린이만화 우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영식은 명랑만화에서 뿐만 아니라 극화에서도 서양화과 출신답게 탄탄한 데생력과 묘사력을 보여줬다. 『돌배』의 장기연재와 함께 전혀 다른 성격의 소년극화 창작을 병행한 것이다. 소재 측면에서도 색다른 시도와 전문성을 보여줬다. 「보물섬」에 연재했던 스포츠만화 『성난코브라』와 『스피드왕』은 각각 킥복싱과 싸이클을 소재로 삼았다. 스포츠만화의 격렬한 묘사와 극화의 재미를 조율하는 개그연출이 돋보였다.
신영식의 탁월한 인물묘사력과 운동감 표현 능력은 성인만화잡지에서도 그 역할을 수행했다. 86년 「만화광장」에 월드컵 열풍과 함께 실제 대표선수들을 출현시켜 연재한 가상 월드컵만화는 대량작품 생산 체제 구축을 위해 분업창작이 가능하도록 화풍까지 바꿨던 80년대 말의 창작 풍토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존하는 축구선수들의 이목구비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낸 이 기획 작품은 역설적으로 신영식을 대량 작품 생산 시대의 주류 작가에서 소외되게 만든 상징으로도 읽힌다. 이후 신영식은 현실 참여 작가군으로 분류되는 이희재 오세영 등과 함께 바른만화가협회를 결성 새로운 작가 진영을 구축한다. 이들은 속칭 코믹스로 대표되는 주류만화와는 다른, 서점 판매본 만화 또는 교양만화 영역에서 주로 활동했고 어린이용 역사만화 등을 창작했다.
신영식의 작가주의 성향 또는 운동성향은 1989년 공해추방운동연합에 가입하면서 본격화 한다. 신영식은 역사만화 창작을 위한 자료수집 차 전국을 여행하며 피폐해지고 있는 환경을 눈으로 보고 환경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신영식은 자신의 창작방향을 전면 수정하고 공해 추방에 관련 된 환경만화를 창작하기 시작한다. 1990년 「보물섬」에 연재를 시작한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는 우리 교양만화의 대표작임과 동시에 만화의 사회적 기능을 환기 시켜준 역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검은 민들레 살리기 모임을 구성 국내 최초의 공해병 사상자로 기록되고 있는 박길래를 돕기도 했다.
녹색연합이 발행하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1996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던 동화작가 출신의 부인 오진희씨가 글을 쓰고 신영식이 만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자연과 벗 삼아 살았던 오진희씨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을 전후로 신영식은 운동성향이 짙은 환경만화 창작과 환경운동을 중단하고 목가적 분위기의 향수만화와 동화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운동을 멈췄을 뿐 그의 작품 곳곳에서는 환경파수꾼으로서의 의지가 담겨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2-11-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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