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 저작물의 저작권 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온라인 코코리뷰 2007.3.7

멀티미디어 장르의 위대한 스승 뒤통수 맞다


멀티미디어 장르의 등장과 전개를 통해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것은 ‘만화적-’이라는 사고 방식 아닐까. 흔히들 비하의 의미를 담아 사용하는 만화적이라는 용어는 현실을 벗어난 어떤 것을 지칭한다. 현실적이지 못한 비현실의 공간. 그곳에서 만화가 태어나고 자라났다. 만화가 칸을 만들어 설정하고 갸날픈 선을 들어 배경과 인물로 채워냈던 그 공간. 그 비현실의 공간과 선으로 조작된 이미지는 하나둘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다. 화가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코끼리가 쿵쿵 소리를 내며 걸어나가는 환상처럼 만화는 비현실을 현실로 이끌어 냈다. 인류 역사의 무딘 발걸음을 조롱하듯 놀랍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정보화기술은 멀티미디어를 첨병으로 내세워 그 새로운 방식을 알리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화기술 그리고 그 수혜를 받으며 번창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첫 단추, 그것의 발명을 가능하게 한 비현실적 문화유산이 곧 그들이 만났던 만화이다. 라이파이의 호출기는 삐삐였고, 전자인간337의 헬멧은 무선전화였다. 훈이의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는 태권V는 지금의 모션캡쳐 시스템에 의한 것이다. 그들이 만났던 만화가 기술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발명되고 발전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의 밑그림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수단의 지침서 역할을 한 만화. 그래서 만화는 기술발전과 함께 놀라운 속도와 위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장르의 위대한 스승이다. 

지금 이 위대한 스승의 처지는 무척 곤란한 지경이다. 그간의 공과로 인정받았던 것조차 애니메이션이라는 자식 놈에게 몽땅 빼앗겼고 손자 격인 캐릭터 역시 할아비의 수염을 잡아채고 있다. 약값 뺏어 사탕 사 먹겠다는 투다. 거기에 은사로 떠받들고 칭송해야 마땅할 제자들도 자기 밥벌이에 지쳐 나 몰라라 한다. 숨겨 둔 비전이나 비급이라도 있었다면 어찌어찌 찾아드는 제자들을 다스려 볼 법하지만 맘씨 좋은 만화스승은 다 퍼주고 남은 게 없다. 그저 축문이나 한 장 써주고 떨어지는 이슬로 입술이나 적시며 사는 수밖에. 이 판에 제자 놈들 중 몇몇은 스승의 이름 석자, 태생도 밝히길 꺼려하며 자기 잘난 맛에 뻥카를 남발하고 있으니 이 또한 미칠 노릇이다. 현존하는 미디어의 절대군주 영화. 그중 몇몇 문파의 수장들은 분명 만화를 스승으로 두고 있다. 그중 또 몇몇은 아주 고약한 제자가 됐다. 


영화에 뭐 주고 뺨 맞은 만화

얼마 전 충무로 흥행 영화들의 잇단 만화 표절 시비가 토픽이 됐다. 만화작가 신인철은 영화 <두사부일체>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며 고소를 했다가 패소를 했다. 이어 만화작가 김종목은 이 영화가 자신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주장했다. 

유명 작품을 차용하는 형식으로 인기를 얹고 있는 만화작가 김성모는 <럭키짱> <조폭아가씨> <18세 타짜> 등에 이어 <태산고>라는 작품을 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순서대로 만화 <짱>, 영화 <조폭마누라>, 만화 <타짜>와 비슷한 제목의 작품을 냈고, 이어서 영화 <화산고>를 떠올리는 작품을 발표한 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작가는 영화 <화산고>보다 훨씬 전에 출간한 <럭키짱>의 무대가 되는 학교가 바로 태산고라면서 비난을 일축했다. 또 영화 <화산고>의 제작사에서 <럭키짱>을 영화화하자는 제의가 있었다고 했다. 영화 <화산고>는 무협학원영화라는 컨셉으로 발표됐는데 이는 만화작가 전세훈의 <장난아니네>와 동일하다. 

영화, 드라마, 쇼프로,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장르에서 만화의 형식적 특성과 문법을 차용하고 있고 고유한 창작저작물인 만화작품의 내용까지도 훔쳐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미디어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인터넷이라는 정보와 토론 공간이 생기면서 이 같은 사실들이 더욱 쉽게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늙은 스승인 만화도 나름대로 요새 것들 마냥 멀티미디어 기술을 중심으로 자신의 초식을 발전시키고 기력을 모아 변화를 모색해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은둔자처럼 초야에 숨어사는 이 양반은 만들고 주는 것만 알았지 지키고 나누는 법을 몰랐다. 제자가 스승의 것을 자기것 인 냥 써먹어도 밝히기만 하면 자랑스러워했고, 자가용 타고 나타나서 차 될 곳 없다고 난리를 피다가도 굶어 죽겠다며 쓸 때 없는 상품권 한 장 내밀면 찾아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웃음만발이다. 이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아쉬운 소리냐 싶지만 그래도 내 것 주고 생색 한번 못 내보니 가슴 한켠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해서 마실 나가는 참에 여기 저기 찾아가 수소문을 해보지만 그게 또 만만치가 않아서 다 퍼 주자며 혀끝만 차댄다. 


붕어빵 찍는 것도 숫자 세고 볼 판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만화작가들 곁에 메니저가 등장했다. 만화제작팀(화실)을 관리하던 실장이나 잡지사에 원고 갖다 주는 문하생이 아니라 잘 차려입고 담당기자나 편집자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자신이 관리하는 작가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다. 만화계 사정도 모르고 배포만 튕기면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 판의 사정을 개의치 않고 작가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상식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기존의 질서 중 출판사의 편의를 위해 작가 편에 불리하게 짜여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의 집중관리가 출판사가 놓쳤던 이익을 챙겨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출판사는 출판물의 저작권 계약을 맺으면서 이 저작물로 파생되는 2차 저작권의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이들의 출현과 명확성이 이를 계약서에 넣게 만들었다. 또한 2차 저작권의 수익을 위해 출판사는 출판 외의 업무를 하지 않지만 이들이 움직이면서 파생 상품을 만들어내고 출판사의 수익을 챙겨주기도 한다. 출판만화를 기반으로 한 관련 상품의 생산이 당연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5명에서 수십명의 작가를 관리하는 출판사의 담당자가 이를 챙기기는 어렵다. 대신 특정 작가의 저작물만 집중 관리하는 메니저의 경우에는 저작권리를 침해하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저작권리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수없이 큰일까지를 마다하지 않는다. 

만화의 윈도가 책에만 국한됐던 시기와는 달리 인터넷을 필두로 다양화되면서 만화작품의 관리에 많은 허점이 생겼다. 또한 미디어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변종의 미디어 개념이 생기고 파생상품화 시장이 만들어지면서 고유한 저작권리의 확대 사례 역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작가차원의 저작권 단속이나 지연을 통한 확대 재생산이 아닌 전문적으로 교육되고 조직화 된 저작권 관리 업(-체)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온라인 코코리뷰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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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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