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다양한 모습
여기 저기서 축제가 열린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를 해외에 알리고 유망한 기업의 기술이나 전통문화 또는 경쟁력 높은 문화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한편 지역 상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축제를 연다. 기업에서는 자사의 상품 경쟁력을 대중에게 알리고 판매를 촉진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축제를 이용한다. 이밖에 다양한 영리 단체 및 비영리 단체, 사모임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언제고 축제라는 이름의 행사가 진행 중이다.
축제가 열리는 이유
전통적인 축제는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종교적 제의에서 출발했지만, 현대사회에서의 축제는 종교적 신성성을 제외하고 오락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예술적 요소에 오락성과 유희성을 강조한 형태로 변모한 현대적 개념의 축제는 사람을 한자리에 모아 일체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축제는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복지를 이룰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인 시공간에서 얻게 되는 해방감은 축제만이 지니는 매력임과 동시에 축제의 역할이다.
축제와 만화가 친해진 이유
이런 축제에 가면 아주 자연스럽게 만화와 만나게 된다. 축제를 상징하는 공식 캐릭터가 인쇄물이나 선전물에 등장하고 각종 캐릭터 상품이 판매된다. 캐릭터 탈바가지를 쓴 행사진행요원이 독특한 행동으로 흥을 돋군다. 그런가 하면 행사장 곳곳에는 예쁘장한 만화 일러스트가 판넬 전시되어 있고, 특정 벽면은 형형색색의 에나멜 스프레이(락카)로 그려진 그래피티로 가득하다. 만화 주인공 모습으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들이 무대 위 아래 할 것 없이 잔뜩 멋을 부리고 서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최근에는 연기, 음악, 춤을 결합한 형태의 코스극이 공연 되기도 하고, 인기 연예인을 흉내 낸 팬코스도 등장했다. 또 한쪽에서는 어김없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상영회가 열리고 테마파크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놀이기구, 각종 컴퓨터 게임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풍경은 만화와 관련 된 축제나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고상한 문화축제, 지방정부의 특산물 축제, 민간기업의 상품 전시 행사, 대학이나 고등학교의 축제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만화문화가 축제와 어울리는 것일까?
일반적인 현상만을 두고 본다면 축제는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꿈 같은 현실’을 동경한다고 볼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공간은 일상과의 격리로부터 시작된다. 즉 행사장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은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하루’를 꿈꾸게 된다. 만화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형식의 전시문화와 놀이문화는 관객이 가장 짧은 시간에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게 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또래끼리 만드는 열린만화축제
1995년 처음 열린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정부 주도 하에 열렸던 최대 규모의 만화축제였다. 이 행사의 성공은 우리만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세계 경쟁력을 갖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상품 개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 규모의 유사 만화축제가 연이어 열리면서 축제에 만화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식이 일반화 됐고, 관객이 참여하고 즐기는 만화축제문화가 조성됐다.
축제 문화의 첫번째 모습은 공모전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글짓기를 누구나 할 수 있듯 만화의 창작수단을 인지적으로 학습한 대부분의 사람은 만화짓기도 할 수 있다. 또 공모전은 사전에 행사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하고 전시행사와 시상행사를 축제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축제에서 실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참가할 수 있는 청소년 대상의 최대 규모 만화공모전은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주관하는 ‘부천전국학생만화공모전( www.cartooncity.co.kr/competition)’ 이다. 이밖에 다수의 축제나 행사에서 즉석 만화경연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축제문화의 두번째 모습은 전시행사와 회지 판매전이다. 공모전이 있는 경우 수상작 위주의 전시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만화문화의 확산과 함께 더욱 전문적으로 만화를 창작하고, 창작 모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지역이나 성향에 따라 공동으로 창작 모임을 만들고 창작관련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는 ‘아마츄어 만화 동호회’가 구성됐고 이들이 축제에 정식으로 초대 받아 전시 행사를 열고 있다. 전시 행사라는 성격 때문에 만화창작 풍토가 어여쁜 이미지 위주의 컬러 일러스트 일변도로 흐른다는 지적도 있지만 스토리만화를 묶어서 발행하는 회지도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만화작가, 게임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아마츄어 만화 동호회 활동을 꼽을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아마츄어 만화 동호회 연합체인 ‘카클(www.kcal.co.kr)’, ‘아카(www.aca2000.co.kr)’는 이 분야의 최고 모임으로 자체 공모전 및 판매전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다수의 소규모 동호회들이 참여하고 있고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축제문화의 세번째 모습은 코스프레이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의상과 소도구를 직접 제작하고 헤어스타일이나 포즈 등을 흉내내는 분장 놀이로 일본이 망가와 아니메와 함께 세계문화로 진화 시켰다. 초기에는 만화 주인공 처럼 분장을 하고 행사장 주변부에 서있는 것이 전부였으나 코스프레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축제의 현장에서 ‘사진 찍기’ 등의 방식으로 관객과 호흡하기 시작하면서 축제의 중심으로 무대를 옮겼다. 최근에는 코스프레를 테마로 한 무대극이 공연되기도 하고 스타급 코스플레이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코믹월드(www.comicw.co.kr)’는 정기적인 코스프레 행사를 주관하고 있고 ‘코스프레(www.cospre.com)’ 에서는 의상 제작 등에 대한 정보를 지원한다. 최근 스타들의 음성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개인기 문화’가 번지면서 팬코스라는 새로운 형식의 코스프레가 시도되고 있다(www.eyeI.wo.to, ww.iffan.com).
* 마니아를 위한 만화축제 가이드
국내 만화 축제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www.sicaf.or.kr
정부 주도 행사로 출발 최근 민간 주도 행사로 변화하면서 매년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만화축제. 만화축제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월에 어디어디에서 열린다.
-서울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www.anifestival.seoul.kr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 극장용 애니메이션부터 플래시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형식의 국내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매년 5월에 열린다.
-동아LG 국제 만화 게임 페스티벌/ http://difeca.donga.com
유사 만화축제가 범람하면서 생겼던 닮은꼴 행사 중 하나였으나 출판만화와 게임에 집중하고 공모전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차별성을 확보했다. 매년 5월에 열린다.
-춘천 애니타운 페스티벌/ www.caf21.org
-PISAF 부천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www.pisaf.or.kr
해외 만화 축제
-Annecy International Animation Film Festival/ www.anncey.org
-Angouleme BD/ www.bdangouleme.com
-American International Toy Fair/ www.toy-tma.com/aitf
-Comic Book Expo/ www.comic-con.org
-コミックマ-ケット/ www.comiket.co.jp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틴플, 2002-06-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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