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야스히로 마야타의 비디오가이, 굿데이, 2002.03.15


클릭월드에로카툰14.


야스히로 마야타의 '비디오 가이'

성인용비디오는 일본이 자랑할 만한 `세계 1등 상품` 중 하나다. 국내에도 성적인 내용의 사진과 성인사이트의 영상이 나돈다. 세운상가 등을 필두로 한 음성시장에서 일본산 `반뽀`(중요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반쪽짜리 포르노) 열풍이 시작된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일본의 반뽀산업은 여자 연예인은 물론 서양의 유명 모델을 출연시키고, 섹스비디오에 출연한 배우를 공중파 스타로 만드는 등 다양한 기획력과 풍부한 자금력이 바탕이 돼 있다. 반뽀산업을 이끌어 가는 이들의 숨가쁜 일상을 보다 정확하고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작품이 야스히로 마야타의 <비디오 가이>다. 


3류대 졸업생 겐타로는 실업대란을 이겨내고 선배의 추천으로 성인비디오 제작사에 취직한다. 직책은 촬영 보조. 겐타로는 이 바닥에서 신출내기지만 `성인비디오 소비의 왕`, 일명 마니아라는 자부심으로 신나는 내일을 향해 출발한다. 

첫 촬영은 대학 시절 자신의 다섯손가락을 땀나게 만들었던 산토 가오루의 자위 신이다. 흥분한 겐타로에게  영세한 제작사의 사장이자 감독과 주연배우까지 겸하고 있는 산타로는 따스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초년생을 가르치는 스승 역이고, 이 만화를 `전문소재 다큐드라마`로 승격시키는 설정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성인비디오계의 실무 특강 1회차인 셈이다. 1회차 강의 포인트는 `얼굴`과 `편집`의 차이. 산토 같은 스타를 `얼굴`이라 하는데, `얼굴`이 출연하는 경우는 컨셉이나 시나리오 등이 불필요하다. 반면 `편집`의 경우는 도저히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얼굴`이 배우의 작품이라면 다양한 기교와 흥미진진한 전개를 필요로 하는 `편집`은 감독의 작품인 셈이다. 

이 작품은 성인비디오의 다양한 장르, 장르에 따른 촬영방식 등 딱딱한 매뉴얼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상식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전개하는 전문소재 만화다. 일본의 전문소재 만화는 섹스와 폭력에 물든 자국 만화를 탈바꿈시키려는 편집인들의 장기 프로젝트다. 성인비디오라는 1등 상품을 만화라는 1등 상품으로 설명한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굿데이, 2002-03-15 게재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