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정 화백부터 이상무-조재호까지...韓 축구만화 계보와 역사는?
만화계에서는 한국 축구 만화 1세대 작가로 1960년대의 박기정-박기준 형제를 꼽는다.
박기정 선생은 축구 뿐 아니라 당대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권투와 야구 만화를 여러 편 그렸다. '도전자'가 대표작이다. 박기정의 동생 박기준 선생 역시 '올림픽 소년'이라는 작품에서 축구 외에 다양한 종목을 다뤘다.
박기준 박기정 형제의 문하생이 얼마 전 작고한 이상무 화백이다. 이 화백의 대표작은 1979년부터 어린이잡지에 연재됐던 '울지 않는 소년'이다. 이 계보는 '황제의 슛'을 그린 배금택, 1990년대 중반 '폭주기관차'라는 작품을 낸 조재호로 이어진다. '폭주기관차'는 '황제의 슛'을 원작으로 한 일종의 리바이벌 작품이다.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박석환 교수는 "박기정·기준 형제부터 이상무, 배금택을 거친 조재호를 잡지 계열의 한국 축구 만화 진성 계보로 친다"고 설명했다.
1980~1990년대 축구 전문 만화가로 명성을 떨친 오일룡씨는 잡지 계열이 아닌 대본소(만화방)를 중심으로 한 단행본 그룹에 속한다.
당시 대본소에서 나온 스포츠 만화는 주로 야구와 권투에 치중됐다. 이현세와 허영만이 대표적이다. 박석환 교수는 "어쩌면 축구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일룡 선생이 축구를 주요 소재로 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었다는 의미다.
축구 만화들은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었던 기술 부족을 작품에서 많이 지적했다. 지금 스포츠 언론의 역할을 만화가 일정 부분 대신했던 셈이다.
이상무 화백의 '울지않는 소년'은 한국 축구가 번번이 A매치에서 좌절한 뒤 오래전부터 축구계의 혁신을 주장한 '독고룡'을 찾지만 이미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 '독고탁'이 비밀병기로 꿈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오일룡씨는 한 발 더 나아갔다. 포지션별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선수들을 그려냈고 포메이션의 개념,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유럽 축구의 상세한 정보를 작품에 담았다.
박 교수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전문 지식을 갖춘 해설위원이 거의 없었다. 축구 만화를 통해 독자들은 이런 갈증을 해소했다"며 "오 선생은 한국 축구 만화 시장을 혼자 개척하고 꾸준히 이어온 유일한 분이라 봐도 된다"고 평가했다.
만화계에서는 잡지 계열을 주류로 인정하고 대본소의 단행본 그룹을 비주류로 폄하 하기도 한다. 특히 대본소 작가들은 프로덕션을 만들어 작품을 대량 생산한 방식에 대해 '공장 작가'라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일류, TV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를 이류로 취급했던 예전 영화계 분위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두 그룹의 영역이 다를 뿐 일방적인 잣대로 비하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뎍션은 일종의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나온 작품의 수준이 저열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지 질만 담보된다면 시스템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의 주요 만화 인력들이 프로덕션을 통해 대거 배출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파주=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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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룡(본명 오선일)을 아십니까.
오일룡(67)씨는 한국 축구 만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980년부터 30여 년간 축구 전문 만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가 그린 축구 만화만 2000권이 넘는다.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1990년 아동 만화잡지 '아이큐점프'에 2년 동안 연재했던 '춤추는 쎈타포드'다. 오씨가 한창 활동하던 1980~1990년대는 한국 만화의 황금기였다.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박석환 교수는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은 대본소(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본 기억이 있을 거다. (만화를 펴내는) 공급이 (새로운 만화를 보고 싶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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