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눈길 가는 만화에 귀까지 솔깃솔깃, 2013.05.01

스크롤바 내리면 배경음악 잔잔히…

만화가가 작사하고 팬이 작곡 OST 발간…

 

전문음악인 참여하기도 웹툰에도 영화나 드라마에 깔리는 BGM(Background Music·배경음악)이 있다. 컴퓨터 스크롤을 내리면 곡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식이다. BGM의 발음을 따서 ‘브금’으로 불리는데, 최근까지 60여 개의 웹툰에 사용됐다.

 

 “죽기 전에 못 먹은 밥보단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지∼ 주저 말고 해보는 거야∼” 주호민 작가는 지난달 27일 네이버에 재연재된 ‘무한동력’의 마지막화에 브금을 깔았다. 게임 프로그래머인 조상원 씨가 작곡을, 주 작가가 작사를 맡았다. 둘은 교교 동창이다. 이 브금은 2009년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됐을 때 조 씨가 영감을 받았다며 메신저로 보내온 멜로디에 맞춰 주 작가가 30분 만에 가사를 완성했다. 주 작가는 “대사에 방해가 될까봐 그동안 곡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마지막화는 대사가 적고 상징적인 이미지가 많아 사용했다”며 “방에서 녹음해 잡음이 섞여 있지만 만화 속 하숙방 느낌이 담겨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2월 완결된 ‘죽음에 관하여’(글 시니·그림 혀노)는 작곡가가 꿈이라는 강원도의 고교생 독자 오준석 군(18)의 곡을 썼다. 작품 마감 하루 전에 만화를 메일로 보내면 오 군이 작곡한 음원 소스를 2시간 내에 보내준다. 오 군이 ‘Squar’라는 예명으로 만든 곡 23개는 디지털 앨범 ‘죽음에 관하여 OST’ 3집으로 발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패션왕’(글 그림 기안84)에도 ‘QUAGUA’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브금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친구에게 음악을 요청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앨범을 5집까지 발매했다.

 

전문 음악인이 참여한 브금도 있다. ‘목욕의 신’은 조은선율 작곡가와 윤건이 음악감독이 27개 곡을 만들었다. 독자 참여를 늘리기 위해 팬 카페에서 진행된 이벤트에서 선발된 독자 2명이 삽입곡 중의 하나인 ‘유라씨’를 직접 불렀다. ‘바람의 색’(글 재아·그림 임광묵·원안 곽재용)과 ‘악플게임’(글 그림 미티)은 기존에 발표된 곡 중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는 곡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바람의 색’은 2010년 가수 나원주가 발표한 3집 수록곡 ‘꿈에’와 ‘오늘에서야’, ‘악플게임’은 2011년 발매된 밴드 ‘메이트’의 ‘RUN’을 삽입했다.

 

웹툰 배경음악은 이미지 파일 위주였던 만화 콘텐츠의 표현력이 다양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작가와 독자의 피드백이 활발하고 종이책에 비해 수정이 쉬워 브금이 활성화하고 있다”며 “만화와 음악, 두 장르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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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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