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력
2012년 ~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www.komacon.kr) 전략기획팀장
2009년 ~ 2011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콘텐츠개발비즈니스팀장
2006년 ~ 2008년 시공사 전략기획실 차장
2000년 ~ 2006년 코믹플러스 기획실장
주요 저서로는 ‘만화시비 탕탕탕’, ‘잘가라 종이만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 리뷰 쓰기’, ‘한국의 만화가’ 1, 2권(공저), ‘만화’(공저) 등
만화평론가이자 콘텐츠기획자로 활동 중인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 그는 만화문화의 인프라를 확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시장개척, 만화산업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정책개발, 예산조성, 전략홍보, 국제교류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보았던 만화를 평(評)하다!
“어린 시절을 해안가 주변에서 보냈어요. 다섯살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마을회관에 만화잡지들이 들어오면서 만화를 처음 봤어요. 그때는 어떤 만화였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만화평론 활동을 하면서 그 작품이 이두호 선생님의 ‘바람처럼 번개처럼(‘유령타자’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서울에 일곱 살 때 올라왔다는 그는 동네 어귀마다 있던 만화가게의 간판이 네온사인처럼 반짝반짝 거렸다며 그 시절부터 만화를 즐겨보았고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만화잡지에 있는 독자코너에 직접 만화를 그려서 보내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과 함께 화실을 차려서 작품 활동도 했었죠.”
그는 만화작가에 대한 로망도 있었지만 직접 작품을 그리기 보다는 기획 쪽에 더 많은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만화의 다른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내 그림은 잘 안 보이는데 친구들의 그림은 잘 보였어요. 또, 제가 해준 코멘트로 친구가 찾지 못했던 것을 찾게 해주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죠. 고등학교 때는 2~3개월 정도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 생활도 했구요. 군대에서도 ‘만화병’으로 일했죠.”
▲ 만화평론가 겸 콘텐츠기획자로도 활동 중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의 박석환 팀장
박석환 팀장은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입대했는데, 이때부터 만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면서 읽고 평(評)하는 일에 좀 더 무게를 두게 되었다고 한다. “제대하고 1997년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나서 ‘한국만화통사’를 쓰신 손상익 원장이 운영하던 한국만화문화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FIFAN)가 처음 열렸는데 특이하게 만화전시를 하자는 제안이 왔어요. ‘우리만화역사전’의 큐레이터를 맡게 되면서 비평, 연구, 전시 등의 활동을 하게 됐구요.”
그 당시는 일본대중문화개방정책에 맞서기 위해서 국내 만화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했었다. 뒤처진 출판만화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 만화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그는 ‘잘가라 종이만화’라는 책을 쓰고 국내 만화계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만화 비즈니스라는 부재가 달려 있던 책인데요. 만화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터넷으로 가자고 주장했죠. 책을 쓰면서 코믹플러스라는 만화 포털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엔포, 코믹스 투데이 등 몇몇 인터넷 사이트들이 경쟁구도를 이루면서 잠깐 주목을 받았어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새로운 만화사업 전개
그는 잡지시장에서 인터넷 만화시장으로 갔다가 포털에서 웹툰이 득세하던 2009년도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전신인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웹툰에 대한 연구 과제를 맡게 됐다. “당시 ‘웹툰의 창작과 소비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에서 일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부천만화정보센터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확대, 개편되는 시점에 공개채용으로 입사했어요.”
▲ 국내 만화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의 박석환 팀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들어오고 난 뒤, ‘디지털, 글로벌, OSMU’라는 세 가지의 큰 틀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맡아 진행했다. 2011년에는 ‘디지털만화 유통지원 플랫폼’이라는 정부 프로젝트를 유치하여 진흥원 내에 디지털만화유통지원센터와 디지털만화교육실을 설치했다. 올해는 ‘글로벌 코믹 프로듀싱 사업’을 유치하여 미국에 한국만화창작스튜디오를 설치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그는 “디지털 기반의 창작 환경이 갖춰진 점은 좋지만 내수시장의 한계가 있으니 밖으로 눈을 돌리자는 취지에서 국회나 문광부, 만화계 관련 인사들과 함께 글로벌 이슈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어요. 물론 반대급부 적으로 전통만화가 위축될 수도 있고, 그나마 작은 내수시장도 더 침체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그는 만화계 내부에서 소통을 통해 오해의 소지들을 풀고 좀 더 발전적인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화계 입문한지 15년쯤 되다 보니 만화계에 있는 선생님들이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아요. 늘 같이 봐왔기 때문에 그 분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과 전통적인 것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직 두 가지를 병행해서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K-comics(한류 만화) 사업 전개
올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슬로건은 ‘K-comics(한류 만화)’다. 이에 대해 박석환 팀장은 지난 2003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만화 특별전’을 개최하고 난 뒤에 한국만화 수출의 역사가 본격화 됐다고 말한다. “특히, 일본만화와는 색깔이 다른 한국만화를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죠. 오는 2013년에는 앙굴렘에서 한국만화 해외진출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도 ‘K-comics’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우리가 한국이다’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10년 전 한국 독자들을 위해 만들었던 만화에서 이제는 해외시장에 진출을 염두에 두고 외국의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만화도 K-pop처럼 세계 시장을 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지난해 열렸던 제14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20011) 현장 모습
“이미 한국 작가들의 일본 진출은 폭 넓게 이뤄지고 있어요. 일본 편집자의 프로듀싱을 받아서 일본 매체에 한국작가가 일본 만화를 그리는 사례들도 많죠. 또, 미국에서도 X-Man이나 스파이더맨을 그리는 한국 만화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용되는 형태에서 발전해 각자의 권리를 갖고 진행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미국, 유럽 세 개 시장에서 대표적인 작가나 프로듀서로부터 스토리나 기획을 받아서 진행하거나 우리가 기획한 스토리나 그림들을 해외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다는 전략입니다.
”한편, 오는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부천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제15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2012)’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다. 박재동 위원장(만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사무국 직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 K-comics MANHW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한류 트렌드인 ‘만화한류’를 제시할 예정이다.
“첫째는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 만화이고, 둘째는 우리가 해외시장에 나가기 위해서 그 나라만의 특수한 정서와 스타일을 받아온다는 개념입니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는 상당부분 진출해 있는 상태지만 미국시장에서는 번번이 실패를 했어요. 미국은 슈퍼히어로가 강세고, 그림도 쎈 편입니다. 정서도 많이 다르구요.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BICOF에서는 특별히 ‘마블코믹스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블코믹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전시회와 아트웍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시장교류와 이해가 필요하니까요.
”그는 만화시장을 키우려면 창작자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정서 및 창의력 발달에 만화가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박재동 위원장이 제안한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만화라는 것은 자기의 생각이나 자기의 언어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세계 어린이들과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면 만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 BICOF 2011 부대행사로 마련됐던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에서 어린이만화가학교에 참석한 어린이들
만화창작 시장이 좋아져야 만화산업도 발전한다!
한편, 박석환 팀장은 만화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화시장의 침체로 많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산업계는 내부의 몸무게를 줄여가면서 유지될 수 있어요. 하지만 창작계에서 몸무게를 줄인다는 것은 곧 작가생활을 중단해야 된다는 의미죠. 그러다보면 시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작시장이 좋아져야 만화산업계도 같이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죠.”
그는 사라지는 작가가 있는 반면에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들을 보는 것을 ‘아프지만 즐거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뜨는 스타를 보면 뭔가 큰일을 낼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게 되죠. 만화에서도 창작 분야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관리될 수 있다면 만화생태계는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그에게 만화평론 분야에서 일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물었더니 “만화책을 읽고 즐긴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창작을 제외한 만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만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차가운 가슴과 냉철한 시선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활동해 봐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새롭고 넓은 시선으로 한국만화계를 살찌워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 21세기 새로운 만화의 메카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경
만화평론가인 박석환 팀장에게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 추천작을 물었다. 그는 “한 작품만 꼽는다면 한국 만화계의 현재를 있게 한 이현세 선생님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읽어야 합니다. 이 작품을 읽지 않으면 한국만화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서사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허영만 선생님의 ‘타짜’ 같은 작품도 읽는다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중요하구요. 최근에는 웹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나 하일권의 ‘삼단합체 김창남’ 정도는 읽어줘야 합니다. 이 작품들은 당대의 만화계를 대표하는 서사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거든요.
”최근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열독하고 있다는 박석환 팀장에게 ‘만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물으니 ‘창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제게 있어서 만화는 늘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만화는 제 삶의 숨통 같은 창문인 셈이죠.”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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