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 컷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신문 만평은 권력을 견제하는 풍자와 비판으로 늘 독자들 곁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신문에서 만평이 사라지는 등 시사만평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독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인데요.
신문 만평이 안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를 박진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주 만평"(4월 18일~21일까지)
이번 주 주요 지면에 다뤄진 만평들입니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4.18. 경향 만평)
금융 IT 보안과 저축은행의 PF 부실. (4.19. 한겨레 만평)
미국에 대한 신용 등급 전망 등 (4.20. 중앙일보 만평) 이슈가 됐던 사안들을 풍자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신문 만평을 흔히들 그림으로 표현하는 논설이라고 말합니다.
그 시작은 백 년이 넘게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형 화백의 그림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절모를 쓴 신사의 입에서 나오는 선이 오늘날 말 풍선과 같다고 보기 때문에 최초의 근대 만화이자 시사만화로 꼽히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신문만화는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안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록해왔습니다.
<인터뷰>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교수) : "시사만화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만화의 속성에 비판적 기록이죠. 풍자죠. 과장 왜곡을 통해서 비판적 기록을 하는게 만화의 속성이기 때문에 시사만화는 만화의 속성을 가장 정치적으로 활용한 장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90년대 김상택,박재동 등 스타 만평가가 배출되면서 정점이었던 신문 시사 만화는 지금은 외견상으로는 크게 위축돼 있습니다.
우선 주요 5대 일간지 가운데 경향의 장도리를 제외하곤 네 컷 시사만화는 사라진지 오랩니다.
또 시사만평을 매일 싣는 신문사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입니다.
중앙일보는 격일로 만평을 내보내고 있고 동아일보에 이어 조선일보도 신경무 화백이 별세하고 난 뒤 지난 1월 말부터 만평이 지면에서 사라졌습니다.
결국, 보수지들을 중심으로 만평이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신문사들은 특별한 이유는 밝히진 않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인터뷰> 박석환(만화진흥원 팀장) : "다양한 복수의 매체들이 생기면서 신문 자체가 산업적으로 영향력이 위축됐고 그러다 보니까 내부에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내부의 연재 고료들이라든가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선에서 만평 또는 시사만화가 사리지기 시작한 부분이 있는데요."
동아일보의 경우 이홍우 화백이 퇴사를 한 지난 2008년부터 그리고 조선일보는 신경무 화백 이후 새 작가를 영입하지 않은 것입니다.
과거처럼 신문 소비형태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지면서 시사만화 자체가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에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이 많은 시사만평 자체의 속성이 역설적으로 보수 신문에서 만평이 위축되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중앙과 경향, 한겨레의 만평입니다.
세 신문 모두 물가를 다룹니다.
중앙일보는 너무 커져버린 물가라는 토끼를 겨냥하는 작은 대통령을 보여주면서 대통령의 무기력함을 강조합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물가를 잡으려는 대통령의 노력보다는 과거 후보시절 발목을 잡았던 김경준 관련 의혹 등을 제시하면서 레임덕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이처럼 만평에서도 신문의 정파적 입장이 뚜렷이 구별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미디어 비평이 지난 3월 1일부터 어제까지 세 신문의 만평 109건에 대통령이 얼마나 등장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경향신문이 44건 가운데 20회로 45% 정도 차지하고 있고 한겨레도 44건 가운데 19회로 43% 정돕니다.
여기에 비해 중앙일보는 21건 가운데 6건으로 28%에 불과합니다.
또한, 지난 1월 29일 만평란이 사라진 조선일보도 1월에 실린 만평 18건 가운데 대통령은 1회만 등장합니다.
더군다나 표현 방식을 보면 보수지 만평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모습은 진보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화된 모습입니다.
과장과 풍자라는 만화의 속성 때문에 보수지 입장에서 기존의 작가가 숨지거나 은퇴할 경우 새로운 시사만화가를 영입해 호흡을 맞추기보다는 만평란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선택을 한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한창완(세종대 교수) : "저는 개인적으로 진보지나 보수지나 똑같이 시사만평 자체가 균형을 잃고 있지 않나...생각됩니다. 에이! 왜그래~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너무 직설적으로 만화에서 표현한고 있는게 진보지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면 보수지는 아예 에둘러 피해버린다는 거죠. 그래서 결국 만화지면도 없어지고 있지 않나? "
한 신문사의 편집국.
이곳에서 일하는 권범철 화백은 10년차 시사만화갑니다.
다음날 신문 만평을 위해 자료를 분석하는데 여념 없습니다.
<인터뷰> 권범철(노컷 신문 미술 기자) : "일어나자 마자 기사를 서치해서 그날 대략 아이템을 잡고 그리고 출근해서 편집회의를 통해서 또 다시 잡고 그 다음에 그때부터 그 기사를 다뤄야겠다 소재가 정해지면 그 소재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권 화백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풍자정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만평의 가장 큰 매력이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 기사와는 달리 농협 사태와 관련한 만평을 통해 그동안 농협과 농민과의 관계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평이 죽어가고 있다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권 화백은 어떤 입장일까?
<인터뷰> 권범철(노컷뉴스 미술기자) : "광고와 기사를 맞바꾼다던가 그런 식으로 신문이 자기 신뢰를 자꾸 떨어뜨려온
입장에서 시사만화가는 저널리즘 본질에 더 충실해지고 있다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해지는 것과 달리 이를 반영할 매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도 한작가 한매체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박석환(만화진흥원 팀장) : "(미국)만평가들은 어떤 매체에 집중해서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일 새로운 작품을 하고 그 작품을 매체가 원하는 경우 구매해서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들이 새로운 신디케이션 제도나 또는 독립 창작 구조 같은 것들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 개혁을 외치는 콩나물 파는 여성.
죽은 올챙이를 처량하게 안고 있는 부모 개구리.
때론 역설적인 풍자가 때론 처량함이 또 때론 따뜻함이 묻어있는 이 만평들은 90년대 박재동 화백의 작품들입니다.
박 화백은 후배 만평가들에게 비판을 하더라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재동(화백) :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다면 과연 내가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걸 난 항상 생각해야 된다고...내가 비판하기 쉬운 입장이라고 그래서 막 무책임하게 비판해서는 안된다."
또한, 후배들의 만평이 좀더 생활 밀착형이 된다면 소구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재동(화백) : "정치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 공감이 가도록 한다면 더 많은 매체에서 찾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이죠. 첨예한 부분에 몰려 있는데 이런 부분을 더욱 넓게 해주면 좋죠."
백 년의 역사를 채운 우리의 시사만화.
흐른 세월만큼이나 시대 상황은 변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백 년의 역사를 써내려가길 기대해봅니다.
입력시간 2011.04.23 (09:00) 최종수정 2011.04.23 (13:29) 박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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