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2016.05.15


[...] 일본에는 20~30년 이상 사랑받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수십편이다.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해온 ‘인생의 동행’으로 여길 법도 하다. 빠짐없이 챙겨보지 않더라도, 우연히 발견하곤 ‘아직도 나오는구나’ 안심하며 내심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게 일본인들 얘기다. 독자를 평생 붙들어두는, 끝나지 않는 만화들 속엔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까. 

일본에서 현존 최고의 장수만화는 격주간지 ‘빅코믹’에 1968년부터 아직까지 연재중인 사이토 다카오(斎藤隆夫·80)의 ‘고르고13’이다. 단행본 180권을 찍고 총 2억부를 팔아 역대 판매량 2위다. 전형적인 007스타일의 스파이 탐정물로, ‘듀크 토고’라는 전설의 저격수가 세계를 무대로 어둠의 조직에 맞서는 내용이다. 케네디 암살부터 천안문 사건, 루마니아 혁명, 걸프전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뒤에 주인공이 관여했다는 설정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2년 전인 84년 발표한 ‘2만5천년의 황야’편의 경우 원자력발전소 방사능유출 문제를 다뤄 남다른 예지능력을 평가받기도 했다.

오락성이 뛰어난 것도 아닌 이 만화의 장수 비결에는 일본 특유의 전통과 원조에 대한 존중이 있다. 한국영상대 박석환 교수는 “일본인들은 만화를 문화재급으로 인식한다”고 진단한다. 과거 고이즈미 총리가 ‘망가외교’를 펼쳤을 정도로 자국 만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얘기다. ‘고르고13’이 사실적인 스타일로 사회 현실을 적극 다룬 60년대 극화운동의 원조이자 시대의 아이콘인 만큼, 정통성을 가진 포맷을 존중하는 독자들이 있기에 작가도 자기 스타일을 부담없이 고수해 간다는 것이다.

스타일은 고수하되 브랜드 가치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도 특징. ‘고르고13’은 프로덕션 시스템의 원조다. 공동창작 프로덕션에서 ‘고르고13’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꾸준히 소비자 감각에 맞추는 노력이 뒷받침된다. 최신 세계정세를 반영하는 품질 관리는 기본이고 작품 외적인 마케팅도 활발하다.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행사 때마다 유명 메이커에서 캐릭터 맥주를 출시하고, 담배·술 등 성인용 광고를 통해 캐릭터를 어필한다. 박 교수는 “소년만화 독자가 성장해 ‘나도 고르고 세대가 됐다’고 느낄 만한 징검다리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20~40대가 주타깃인 만큼 젊은 세대를 영입하고 기성세대의 이탈도 늦추는 정교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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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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