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que/칼럼 · 2019. 1. 2.
박석환, 양은냄비 속의 애니메이션, 코코리뉴스레터, 1997.07.21
괜한 망상에 젖어 흐르는 시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쉽게 새벽이 돼 있었다. 한웅큼 꺼져 있던 배가 투정을 부리는 통에 웅크리고 있던 라면 한 봉을 찾아내 허기를 채우려한다. 싱크대 문을 열고 식기를 찾았다. 갑작스레 아침으로 흘러버릴 시간이 안쓰러워졌다. 내 값비싼 망상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듯했다. 가장 쉽게 열을 낼 수 있는 양철냄비를 찾았다. 그것만이 공기를 단축하고 기쁨을 줄 수 있을 법했다. 예상대로 다른 때보다 1분 가량 빨리 덜컹대는 냄비뚜껑을 봤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라면과 수프를 넣었고, 잘 익은 면발을 끌어당겨 봤다. 제대로 된 맛이었다. 이제 식탁으로 냄비를 옮기고 가장 빠르게 먹기만하면 된다. 냄비의 손잡이를 잡고 식탁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