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평론가 박석환 특별기고] 세계만화의 미래, 프랑스 앙굴렘이 묻고 한국의 웹툰이 답하다, 2012.4.22

세계만화의 미래,

프랑스 앙굴렘이 묻고 한국의 웹툰이 답하다


프랑스에서 열린 제39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2012. 1. 26~29)에 한국만화 대표단이 참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기정 과장과 만화도시 부천의 김만수 시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김병헌 원장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필립 라보 앙굴렘시장, 프랑크 봉두 축제 조직위원장, 질 시멍 국제만화이미지단지 원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대표단은 한국형 디지털만화의 해외 유통 확대와 홍보를 목적으로 한국만화홍보부스를 운영하고 한국만화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만화 수출의 신규 아이템, 웹툰 


홍보부스에서는 강풀, 윤태호, 주호민 등 최근 한국만화계를 대표하는 웹툰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문예성 짙은 만화와 미주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래픽노블 등 40여 종의 한국만화가 소개됐다. 만화작가 에이전시인 누룩미디어와 만화도서 에이전시인 오렌지에이전시는 프랑스 최대 규모의 만화전문출판사 카스테르망, 파께 등과 한국만화 20여 작품에 대한 수출 상담을 진행했고 서울문화사와 케나즈 등의 기업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통해 오세형의 <삼천리>, 이윤희의 <어화둥둥 내보르미> 등의 작품에 대한 출간 계약을 논의했다. 한 인기 만화가의 경우는 프랑스의 대표 TV채널과 원작료 5만 유로 상당의 드라마 판권 계약을 위한 최종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표단에 동행한 2011년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의 대상 수상작가인 신지수는 캄부라키 출판사와 <3그램>이라는 작품을 출간키로 했고, 알터코믹스라는 현지 출판사는 박재수, 박근용 등 공모전 선정작가들의 작품을 공동출판하자고 제안하는 등 한국의 신예만화가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39회 앙굴렘만화축제 한국만화부스]

앙굴렘만화축제 40주년 기념행사로 펼쳐지는 2013년 한국만화특별전

한국만화의 밤 행사에서는 ‘귀신’이라는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 석정현이 디지털 페인팅쇼를 펼쳤다. 현장에서 국악 리듬에 맞춰 디지털 붓으로 다양한 컷의 만화를 그리자 프랑스 국영방송 채널4와 최대 통신사인 AFP 등의 기자와 주요인사 350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석정현은 경쾌한 필치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한반도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만화’라는 주제의 디지털페인팅 작품을 완성해냈다.

본 행사에서는 김만수 부천시장이 “세계적인 만화도시를 꿈꾸는 부천이 여러분들과 만화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겠다”고 약속했고, 이기정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필립 라보 앙굴렘시장, 프랑크 봉두 축제 조직위원장, 질 시멍 국제만화이미지단지 원장 등과의 면담 및 협상을 통해 2013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 40주년 기념행사로 ‘한국만화특별전’을 개최키로 합의했음을 밝히고 행사 개최를 선언하며 “한국만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이에 앙굴렘만화축제 조직위원장인 프랑크 봉두는 “디지털 강국인 한국이 2013년 40주년 행사에서 세계 만화의 미래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서 대표단은 준비해 간 한과와 전통주로 35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2013년 한국만화특별전’의 성공개최를 위한 축배를 들었다. 프랑스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은 한국만화를 뜻하는 ‘꼬레 베데(※프랑스는 만화를 벙드데시네 또는 약자로 베데라고 부름)’를 외치며 흥겹게 ‘한국만화의 밤’을 즐겼다. 해외 외신기자들도 한국만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김병헌 원장은 프랑스 국영방송 채널3 의 인터뷰에서 웹툰을 예로 들며 2013년 한국만화특별전을 통해 “한국만화의 디지털 경쟁력과 다양성을 폭넓게 제시하는 한편 한국만화와 세계만화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앙굴렘만화축제 한국만화의 밤 중]


2013년 세계만화의 미래, 한국이 그려 보여야

이처럼 한국만화와 한국의 정보통신 환경이 만들어낸 웹툰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국제무대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세계만화의 시선에서 보자면 한국만화는 여전히 변방에 있고 무언가 주변국들의 만화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내수시장의 규모제한과 해외시장의 소비기반이 취약한 탓도 있으나 무엇보다 한국이라는 역사성, 한국만화만의 독자적 내용과 형식이 작품 속에 오롯하게 담겨있지 않다고 이해됐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의 한국만화는 10여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코드는 다양성과 역동성이다. 세계만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망가 스타일은 물론이고 미국과 프랑스의 그래픽노블이나 방드데시네 같은 스타일도 존재한다.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학습만화나 홍보만화도 무시 못 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를 핵심 유통망으로 두고 있는 웹툰의 경우는 세계만화계가 흉내 내고 싶어하는 미래만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만화전통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스타일과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디지털이라는 환경 속에서 도전적으로 창안해낸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한국의 만화는 ‘독창성이 없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게 됐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또 한 측면에서는 한국 특유의 역동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초고속통신망과 무선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포털사이트에서는 매일 100여 편 이상의 만화콘텐츠가 새롭게 등록된다. 전 국민의 숫자보다 많은 열람 횟수가 기록되고 한 해 2~3천명의 만화창작 인력이 대학에서 배출되어 포털사이트를 창작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자국 문화 활성과 해외 진출을 위해 지원하고 있고 산업계에서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일본, 유럽, 미국 등 만화강국은 물론이고 일본만화에 편입된 동아시아를 비롯해서 아직까지 만화가 익숙하지 않은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한국 만화가 읽히고 있다. 현재까지는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세계만화계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활짝 펼쳐가고 있는 현상을 확인한 탓이다. 한국만화계는 지난 1월 앙굴렘에서 이 같은 문화적 파급력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만화계는 한국만화의 역동적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과 기대를 함께 표시했다. 이제 다시 한국만화계가 답해야 할 때이다. 세계만화계는 2013년 1월 한국만화를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만화를 통해 자국 만화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려 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한국의 만화를 알리고 수출해야 하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숙제를 지니게 됐다.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통해 그들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세계만화의 미래지도를 한국이 그려내야 한다.

[디지털페인팅쇼를 선보인 석정현 작가] 


글/ 만화평론가 박석환

사진/ 앙굴렘 페스티벌 현장에서 세종대 한창완교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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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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