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닥터큐의 신나는 병원놀이'의 신정원, 만화규장각, 2002


신정원


만화작가 신정원(1970년 생)은 1999년 비주류 성향의 작품과 만화관련 비평을 수록했던 잡지 「오즈」에 단편 『세 쌍둥이 네의 비밀』을 수록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웹진 「코믹스투데이」에 『닥터Q의 신나는 병원놀이』를 「여성신문」에 『요술공주 김이세리』를 연재하며 단숨에 유명 인터넷만화가로 떠올랐다. 인터넷에서의 인기 여세를 몰아 학산문화사에서 2002년 창간한 준성인 만화잡지 「웁스」에 『2029 리플하임』을 연재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재원인 신정원은 출세작 격인 『닥터Q의 신나는 병원놀이』로 200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한 보도에 의하면 신정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장 궁금한 여자만화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가장 괴팍한 의사소재 만화이다. ‘참 친절한 병원’의 핸섬한 의사와 매력적인 간호사 그리고 환자 엄살씨를 매번 다른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시키고 있는 이 작품은 캐릭터 설정 및 작품 구성 등에 있어서 상당히 실험적인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여자만화잡지 「나인」과 「오즈」를 통해 여성의 직장내 차별 문제를 괴팍한 상상력으로 꼬집으며 자신의 작품 성향을 공표한 바 있다. 그림 자체의 숙련도 보다는 짤막한 이야기와 황당한 상황 연출로 읽고 보는 재미를 강조하는 한편 당시 유행하고 있던 엽기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의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의술보다는 의료 행위를 괴롭힘의 수단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금기를 넘나드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의사는 환자의 목구멍에 자동카메라를 집어넣고 내시경 촬영을 하는가 하면 다리미로 심장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의료행위에 대한 관습과 신체 가해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타파하고 있는 것이다. 


신정원은 90년대 후반의 언더그라운드만화가 내세웠던 금기 코드와 인터넷 세대가 창출해낸 엽기 코드를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자칫 그림 실력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는 긴장한 얼굴의 인물묘사는 극도로 과장된 상황과 맞물리며 묘한 쾌락을 동반한다. 신정원의 작품들은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잔혹한 괴롭힘과 배설물에 대한 농담으로 현대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골자로 한 신정원의 문제의식은 동시대 언더그라운드 작가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들 영역의 작품들은 낯선 것에 대한 추구와 이를 통한 기존 질서의 전복, 있는 것에 대한 도전과 없는 것의 발견을 위한 시도로 점철되어 있었다. 물론 그 자체로 운동력을 지니는 이들의 도전과 시도는 우리만화에 새로운 자양분이 되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력은 대중성을 담보하지 못했고 그 도전과 시도는 익히 알려지지 못했다. 시도가 있었음에도 그것은 여전히 낯선 것으로 존재했고 도전이 있었음에도 승패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정원의 낯선 도전과 시도는 독자에게는 읽는 재미를 동일 성향의 작가에게는 읽히는 재미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2-11-20 게재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Critique/피플'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