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전 코믹스투데이 편집장 이재식 인터뷰 비공개, 코믹스팸닷컴, 2007.3.7

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온라인 만화사이트의 리딩컴퍼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코믹스투데이에 흉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작가들의 원고료 체불 문제로 시작된 ‘코투 사태’는 현행 만화계가 풀어야 할 온갖 숙제들을 토해냈다. 사측의 원고료 지급 연기에 따라 작가들은 해당 사의 게시판을 중점으로 비난을 퍼부었고, 사측은 편집자와 사주가 직접 거칠게 대응했다. 게시판 이용자들은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논지를 지닌 이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독했다. 코투의 게시판은 이용자들의 독후감이 끼어들면서 난리법석이 되고 말았다. 둘 또는 셋의 사이는 도저히 좁혀질 것 같지 않았고 ‘젊은 작가 모임’ ‘만화가협회’의 회장(만화가 김수정)이 직접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도처에 수많은 글잽이들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코투 사태’는 만화계의 현실과 만화가의 창작환경을 관찰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마냥 소개됐고 대다수의 논객들은 작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급기야 한겨레는 이 사건을 톱으로 만화기사면을 채웠고 ‘코투 사태’로 인해 절필을 선언했다는 만화가 이정애의 인터뷰까지 수록했다. 한겨레의 보도로 인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진보매체들이 ‘나두요 기사’를 반복적으로 수록했다. 세련되게 정리되어 사실감을 더하는 전문기자의 문장은 발 없는 말을 천리까지 보낼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소문의 진상’처럼 뿌려졌다. 


‘코투가 원고료를 주지 않아 작가들이 데모를 하고 급기야 한 중견작가가 절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앞 뒤 배경과는 상관없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되버린 이 문장을 두고 코믹스투데이의 전 편집장 이재식씨를 만났다. 이재식씨는 ‘코투 사태’가 게시판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문제화되기 이전에 사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믹스투데이와 새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 코믹스투데이에서 퇴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쯤에서 코믹스투데이의 지난 일들을 거론해보자. 당시 엔포라는 선점 사이트가 있었는데 코투의 진입 전략은 무엇이었나? 

○‘온라인 만화의 흐름을 인터넷만화방의 초기 대량 스캔만화 서비스(99년) - 온라인 환경에 맞는 작품 계발 시기(엔포) - 본격적인 온라인 만화 전문 사이트 등장(코투) 순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만화방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인터넷에서 만화를 보다니!! 당시 인터넷이 주로 직장을 공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대본작가들의 컨텐츠를 공급한 것 역시 주효했다고 본다. 어차피 당시 상황에서 젊은 작가들은 잡을래야 잡을 수 없었겠지만. 인터넷 수요의 증가와 함께 본격적인 ‘인터넷 만화’를 시도한 업체가 엔포였다. 청소년과 성인 코너에 창작 만화를 편성하고, 방대한 양의 스캔만화를 갖추었다. 스캔만화도 이전의 대본 만화에서 탈피 유명 순정만화와 청소년만화를 알차게 편성했다. 만화 보기에 앞서 플래시 효과를 주고 플래시 작품(최인선) 등을 구성한 것도 참신했다. 하지만 모니터에 맞춘 가로 폭 만화,  애니, 게임, 언더만화 등의 무리수가 문제로 보였다. 무엇보다 상층 운영진에서부터 조직이 와해된 것은 만화계의 낙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코투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표방했다. 첫째 유명작가들의 창작원고 유치. 둘째 온-오프 전략. 셋째 글로벌 전략이었다. 

이현세, 황미나, 신영우, 천계영, 유시진, 김진, 이정애, 박무직, 박성우 등 유명작가를 전진배치하고 총 60여명의 작가를 참여시켰다. 작가가 곧 작품으로 인식되는 국내 상황상 이미 최고의 콘텐츠 배치가 완료된 것이나 같았고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 온-오프 전략 역시 가장 선구적이었고, 모범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코믹스투데이는 현재 매달 10~16권 정도의 만화와 4~7종 정도의 판타지 소설을 내놓으며 이 분야 출판사 중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 퇴사 이전 코믹스투데이의 현황에 대해 언급해줄 수 있는가? 

○ 이 부분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 언론에 노출되어있는 수준에서 언급 해 달라. 2001년 11월 기준으로 회원이 100만 명이고 유료 결재자가 2만 명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료결재와 기타 매출을 포함하여 당월 기준 약 1억 원 대의 매출이 나오고 있으며 겨울 방학 전후로 낮은 수준에서 매출 하락세가 있었다는 풍문이다. 확인해 줄 수 있는가?

○ 퇴사 이전의 상황을 기준으로 크게 벗어나진 않은 것 같다. 그 부분은 회사에서 여러차례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 최근 만화가들의 원고료 미지급과 관련 게시판 논쟁이 펼쳐졌을 당시 조승진 대표가 직접 ‘너무 먼 길(국내 작가 작품의 연재)을 돌아온 느낌이다.’라며 수익선이 높은 일본 만화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현재 국내 작가 작품의 업데이트는 중지됐고 일본만화가 다수 업데이트 되고 있는데? 

○ 코믹스투데이는 약 60여 편의 연재물과 1천권 내외의 단행본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픈 시부터 일본만화 수입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업데이트 되고 있는 일본만화들은 이번 사태(국내 작가 원고료는 미지급하고 일본 작품의 라이센스 비는 지급하는)와는 아무 상관이없다. 이미 상당 기간 이전에 수입 판권을 확보한 것이고 최근 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고단샤를 주 파트너로 두고 있으며 고전 일본만화도 준비 중에 있다. 

● 월 소요 비용이 1억 5천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 최근 규모를 줄이면서 인건비 부담이 없어졌다. 이전에는 훨씬 많은 지출요인이 있었다. 현 상태라면 월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프라인 쪽에서 고정 출판수익이 나오고 있으며 온라인에서의 수익도 고정화되고 있다. 1억5천 정도에 맞춰 무게 조절을 한다면 외부의 걱정과는 달리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체임에 분명하다. 

● 현재 자금 압박을 많이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단기 환수가 되지 않은 탓이다. 만화콘텐츠 비즈니스의 속성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절대 비용이 필요한데 이것이 누적적자로 이어진 결과이다.

● ‘그 결과’로 인해 작가들의 인세 지급이 연기되고 게시판에서 험악한 소리들이 뒤따랐다. 여러번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코투 측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는 평이다. 주도했던 작가들의 담당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 공식적인 언급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인세 지급을 못했던 것은 코투의 잘못이 분명하다. 사측과 작가의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편집진들의 잘못도 크다. 물론 작가들의 움직임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양쪽 모두에게 손해만 끼친 형국이다. 어느 쪽도 이익 될 것이 없고 손해를 나눌 수 있는 입장도 못된다. 결과적으로 중재가 필요했는데 중재의 시기가 길어졌고 중재자의 힘도 이미 소진된 상황이었다. 현재 상황으로라면 어떤 식으로든 빠른 해결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다음은 코투의 운영 정상화이다. 

● 작가가 코투 사태로 인해 절필했다고 하는데?

○ 이 기사는 잘 못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는 이와 관련 직접적으로 코투 사태와 관련이 없음을 공표했다. 물론 정정 보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로 작가도 코투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코투 편집자들의 상처가 크다. 그들이 가장 빠른 시간안에 작가들과의 서먹한 관계를 해소하길 바란다. 

● 코믹스투데이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 한마디로 1등 업체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것이다. 이왕의 성과와 지명도 면에서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본다. 매출 역시 겨울 방학 시즌에 들어서며 상승세에 있는 탓에 월 소요 비용만 줄인다면 현행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새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새로 준비하는 사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사업이다. 법인명은 씨엔씨 레볼루션. 먼저 온라인 쪽으로는 성인 만화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도메인 네임은 www.comic19.com 이다. 온라인 성인만화 컨텐츠가 공급이 달리고 질적 하락 추세에 있다. 고품질 작품으로 승부할 것이다. 원고료 부담이 커지겠지만 고급 만화라는 희소성을 내세울 것이고 만화계 내부의 가치 평가를 이끌어내서 큰소리치며 장사해볼 참이다. 오프라인은 만화 뿐 아니라 만화 전문서적, 경제, 생활 서적 등 종합출판사의 위상을 취할 것이다. 

초기 사업 목표는 고품격 온라인 성인만화 사이트 오픈이고 다음은 캐릭터 사업이다. 장기적으로는 3년 내에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사가 될 것이다. 현재로는 만화기획사의 위상을 확보할 것이고 단기 수익 회수가 가능한 건실한 경영구조를 갖출 셈이다. 

● 씨엔씨 레볼루션의 인력 구성은? 

○ 사업의 설정은 회사가 하는 것이지만 이를 이끄는 원천은 핵심 간부들이다. 이들의 아이디어와 사장의 행동력 그리고 결단과 지원이 뒤따르면 일사천리이다. 

온라인 사업부와 오프라인 사업부 크게 두축으로 구성했다. 두 분 모두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의 후배 연구원이다. 온라인사업부장 김기홍씨는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 시나리오 부분에서 당선됐던 작가 출신이다. 최근 방영 중인 <기태랑 파이터>의 시나리오 작가 겸 PD 출신이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방구석에 쳐박혀(?)있는 것을 꼬드겨 앉혀놨다. 작가가 되는 것보다 안전 빵으로 월급 받는 작품기획자가 되자고 했더니 고민 끝에 입사를 결정했다(입사 결정 후 바로 스포츠투데이 신춘문예 환타지 소설 부분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으나 이미 꼬리표를 달아 논 후였다). 작가적 역량은 물론이고 작품 기획자로서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 더군다나 일에 대한 열정이 높다.

오프라인 사업부장 박창석씨는 초록배 매직스의 영업부장 출신이다. 초록배 매직스는 인디만화 시리즈, 전쟁만화 시리즈, 만화이야기 시리즈 등을 출간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소형 출판사이다. 무협소설과 영화소설, 로맨스 등을 출판하기도 하지만 만화관련 출판물로 얻은 명성에 비할바가 아니다. 물론 그 산파 역할을 해낸 이가 박창석씨다. 소형 출판사에서 영업과 편집기획을 두루 섭렵하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 이미 수 십종의 출판 기획이 진행 중에 있다. 

● 온라인 만화와 오프라인 만화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 코투를 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화가 연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코투의 몇몇 작품은 오프라인의 인기가 온라인으로 이전되어 왔고 온라인과 상관없는 인기를 누렸다. 또 오프라인에서 전혀 인기를 얹지 못한 작품이 온라인에서는 재평가를 받는 양상도 보였다.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별개이며 같다는 생각이다. 특정 작품의 기획이 온라인에 맞춰질 수도 있고 이를 기준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또 오프라인의 작품을 이끌어 온라인화 시킬 수도 있으며 이를 새로운 온라인 아이템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의 신규 시장 진입에 따라 생기는 각종 문제들은 국내 만화시장이 만성적으로 가졌었던 문제들이다. 온라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풀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즉 현재 온라인의 시장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받아들여서 오프라인을 새롭게 도모해야 한다. 씨엔씨 레볼루션은 그 몇몇 정황들을 풀어가는 ‘오늘의 만화편집자 상’을 내보이고자 한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만화편집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한 말씀?

○ 회사를 자주 옮겼다. 솔직히 말해서 일 욕심이 많다. 다른 일은 그렇지 않은데 만화관련 일에 대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메 달리는 성격이다. 그리고 제대로 해 논다. 무엇보다 제대로 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 것을 지키는 일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지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켜봐주기 바란다. 코투사태와 관련해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꽃은 피었다 진다. 그리고 또 핀다. 꽃은 씨앗을 품고 산다. 함부로 씨앗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어디에 버려도 꽃은 필 것이다. 만화와 맺은 인연은 그렇게 깊숙하다. 최근의 상황도 다 마찬가지 일 것이다. 


♣ 이재식은?

만화전문편집자 출신인 이재식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만화가를 꿈꿔 온 ‘작가 지망생’ 출신이다. 최근 만화계 내외부에서 만화 마니아, 만화 오타꾸라는 별칭이 만화 애호가의 전범처럼 인용되고 있는데 우리만화계의 오늘을 견인한 이들은 만화작가와 만화작가를 지망했던 편집자들이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만화만평반’ 동아리 활동, 대구지역 만화동아리 ‘민들레’ 창립 회원 등으로 일찍이 만화판을 기웃댔다. 학보의 만평작가로도 활동했던 이씨는 만화작가 양영순씨 등과 함께 ‘만화아카데미’ 1기과정에 참여하는 한편 스포츠서울 등의 각종 매체에 만평을 게재하면서 작가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4년 현 대원씨아이에 편집기자로 입사, 95년 세주문화로 자리를 옮겨 <미스터블루>의 창간신화를 구축했다. 당시 이 잡지를 통해 양영순, 이유정, 윤태호, 이경열 등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 이씨는 97년 서울문화사로 또 한 차례 자리를 옮기며 강인선, 신광자 등과 함께 여자만화<나인>의 성공적인 창간을 이끌었고 이후 최저가 만화잡지 <히트>를 창간하기도 했다. 어느덧 창간 전문 편집자라는 소문과 함께 2000년 현 코믹스투데이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이씨는 온라인 만화 사이트의 대표주자로 군림하고 있는 코믹스투데이의 오늘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만화판의 ‘스타 편집자’로 떠올랐다. 현재는 한 지인의 출자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만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씨엔씨 레볼루션을 설립하고 대표로 취임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코믹스팸닷컴, 2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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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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