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결산! 2001년 만화계, 코믹스팸닷컴, 2007.3.7

1. 신문기사를 통해 정리해 본 만화계 이슈


새로운 천년의 시작

2001년 신년벽두에 언론이 돌아본 만화판은 초라했고 전망은 다소 서글펐다. 1만 5천 개에서 7천여 개로 대폭 줄어든 대여점의 몰락은 만화계 전반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출판 종수의 성장은 만화에 거는 출판계의 기대치를 실감하기에 충분했으나 단일 종의 판매부수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만화는 팔리겠지!’라고 믿었지만 판매 부수에 한계가 있었고 ‘그럼 싸게 여러 종을 찍어서 전체 부수를 맞추지 뭐’라고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였다. 대여점의 수가 줄면서 몇몇 인기 작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매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고 주요 언론은 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불황이 바닥을 친만큼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서 이제 오르는 길만 남은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만화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산업의 수직 연계

 ◇2000년 줄지은 잡지 폐간이후 새로운 흐름이 된 온라인 만화 서비스의 활성

 ◇2002년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전면 개방에 따른 경쟁력 확보가 2001년 만화계에 전달된 숙제였다. 


만화의 새로운 유통망 인터넷

2000년 만화포털을 표방한 엔포(www.n4.co.kr)의 오픈은 만화계 최대의 이슈였다. 엔포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그동안 만화계 내부에서 볼 수 없었던 생경한 것들이었고 지나는 곳마다 불똥을 떨어뜨렸다. 듬성듬성 떨어져 그 화려한 위용을 뽐내던 엔포는 이내 불꽃 조절에 실패하고 만다. 후발로 진입한 코믹스투데이(www.comicstoday.com)는 엔포의 위축기에 상대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며 만화계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양분하는데 성공한다. 이에 뒤질세라 메이저급 출판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켜 자사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만화서비스 사업에 동참한다.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영향력에 기대었던 언론의 만화란은 온라인 만화라는 새로운 영역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쉽게 떨어질 줄 알았던 과실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엔포는 올컬러 신작 만화서비스, 가로가 긴 만화형식, 플래시 만화 등 온라인만화의 제작 형식을 선보였다

◇코믹스투데이는 다국어만화서비스, 잡지를 대체하는 웹진의 역할(단행본 출간을 통한 수익 창출), 공격적인 작품영입과 중앙 집중식 판매전략으로 온라인만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믹플러스는 오프라인 출판사와 온라인 출판사의 연계, 분산 집중형 사이트 전략, 콘텐츠의 가치에 따른 단계적 가격 정책으로 온라인만화의 수익 방안에 집중했다. 그러나 온라인 만화에 대한 언론의 편들어주기는 2000년에서 멈춰 선다. 2001년 언론은 급속으로 진행된 온라인 만화사이트의 문제들을 하나씩 들춰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 출판사, 온라인업체 모두에게 득보다 실만 안겨주는 ‘저작권 시비’와 ‘불투명한 사업성과’가 그것이다.


◇온라인 업체 유료서비스 강화, 수익성 여부 여전히 불투명

◇메이저 출판사들의 온라인 서비스 개시, 작가와의 저작권 문제 시비

◇낮은 수익선에 비해 높은 운영비 부담

◇성인만화와 일본 작품을 통한 과당 경쟁 등의 문제가 산발적으로 터졌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만화 서비스가 만화의 새로운 유통망이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면서 그 순탄치 못한 과정은 꼭 집어냈다.   

한편 온라인을 기점으로 새롭게 제시되는 만화문화의 일면들은 언론의 주요한 관심사였다.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관련 공공DB 구축 사업 전개

◇온라인 만화서점 오프라인 진출, 대형서점 만화코너 구축

◇일본 온라인만화 시장에 국내 만화 진출

◇일본 최대 만화정보 포털 국내 업체와 제휴 서비스 시작

◇인터렉티브 웹툰

◇만화 팬픽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꼼꼼한 소개는 ‘만화담당 전문기자’의 등장을 예고한다. 


다시 떠오르는 성인만화

성인만화 잡지는 청소년 보호법의 실행과 불황의 여파로 1999년 만화계에서 명퇴 처리됐다. 온라인 만화서비스는 2000년 성인만화 전문작가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됐다. 만화의 주요 소비층으로 인식됐던 청소년층은 인터넷 접근에 어려움이 있었고 유료결제에는 거부감이 높았다. 이 둘을 만족시켜주는 쪽은 30대의 만화독자층이었고 성인만화 전문작가들이었다. 성인만화는 오프라인에서보다 성표현 수위를 높이며 새로운 소비 구도를 구축해냈다. 성인만화 전문 작가들은 인터넷에서의 인기가 역류하여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전성기가 찾아왔다. 성인만화의 또 다른 측면은 초대형 작가들을 내세운 종합신문과 스포츠신문의 연재만화이다. 오프라인 성인만화 단행본 시장의 위축에 따라 신문만화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각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 내에서 연재만화 코너는 수많은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신문의 높은 파급력을 활용 다양한 방식의 계열 사업화가 신문 연재만화를 중심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연재 후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이 정형화된 계열 사업이라면 동일 지면을 통한 단행본 홍보, PC게임이나 영화 등의 원작 만화화를 통한 공동 프로모션 등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만화 유해성 견해 비판적

온라인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성인만화의 분발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유통망의 특수성을 고려 성표현 수위를 높인 수준에 불과했다. 새로운 매체의 출현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음란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성표현물이었다. 관련 업체 차원에서 이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올 때 쯤 검찰은 56개 온라인만화사이트를 유해매체로 판정하고 몇몇 업체에 벌금형을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은  수년을 끌어 온 <천국의 신화> 음란성 시비와 맞물려 청소년의 성표현물 접촉에는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만화가 유해하다는 식의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또, <천국의 신화> 무죄 선고와 함께 만화가 이현세의 명예경찰 임명 소식을 전했다. 검찰은 기소를 멈추지 않고 경찰은 힘을 실어주는 요지경 세상에 대한 비아냥일 것이다. 


복고풍 여전, 복간작 열풍

30대가 만화의 주독자층으로 떠올랐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전망이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일본의 경우 ‘만화만 보고 자란 만화가’가 그려내는 ‘경쟁력없는 작품들로 인해 새로운 독자층이 구성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만화의 전성기 때에 만화를 접하며 성장한 30대가 주요한 소비층이라는 견해를 폈다. 우리의 경우도 게임이나 인터넷으로 만화계의 인력들이 대거 이동하거나 새로운 고급 인력들이 만화계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작, 대형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성장하는 세대들은 만화보다 게임에 더 매력을 느낀다. 복간작 열풍은 만화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10대 소비층이 사라진 탓에 상대적으로 30대 소비층이 두터워져 생기는 현상이다. 작품에 새롭게 투자를 하지 않고도 추억상품을 찾는 고연령층의 독자에게 구매욕을 준다는 전략이다. 이런 입장 하에 일본만화의 걸작들이 재발간되었고 국내 걸작들도 복간 대열에 올라섰다. 


대여점, 저작권 논쟁

한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 엽서가 만화계를 흔들었다. 만화 대여점이 작가의 작품을 임의로 빌려주는 수익사업을 하면서 작가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는다. 이로인해 만화를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만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현역에서 활동 중인 인기작가가 직접 나서서 제기한 내용이고 이를 쟁점으로 청소년 보호법이후 뚜렷한 움직임이 없던 ‘젊은 작가 모임’이 새롭게 활동력을 얹었다는 점에서 만화계 내부의 주목을 받았다. 만화를 특정 장소에 와서 보는 구조였던 ‘만화방’의 새로운 형식으로 IMF시기의 서민들에게 꿈을 주는 한편 생계형 창업의 실패로 가정파산을 유도하기도 했던 것이 대여점이다. 노래방에서도 노래 곡당 지정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는 데 만화책은 이런 제도가 없다는 점이 맹점이었다. 또 대여업이라는 형식 자체가 저작권리를 침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정부는 이를 제어하지는 못할망정  한편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내세웠다.(한때 정부는 학교 앞에서 만화방을 몰아내고 IMF 이후 생계형 창업을 하는, 정부방침을 따르는 업소에 한해 지원 혜택을 주었다) 

대여점에 대한 논쟁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파만파로 퍼졌고 언론은 이에 대한 소식을 중립적 입장에서 전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대여점 업주와 이용자들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펜레터나 사인회장에서 선생님의 작품을 꼬박꼬박 대여점에서 빌려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독자를 ‘사시미로 찔러 죽이고 싶었다’는 등의 과격한 표현이 속출하자 일부 네티즌은 강력한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으며 ‘제대로 된 일본만화는 산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도 했다. 작가들의 투쟁 1라운드가 대외적인 이슈화와 만화판의 기존 질서를 파괴하자는 이전투구로 끝났다면 2라운드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편집자와 ‘벌만큼 벌어놓고 손해만 봤다’는 출판사를 향했고, 3라운드는 ‘이렇다할 투자없이 과실을 챙기려는’ 온라인 만화서비스업체를 지목하고 있다. 작가들의 저작권은 보호받아야 마땅하고 이를 위한 대외 투쟁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출하지 못하고 ‘말 만들기’와 ‘감정 대립’만을 끌어내고 있다. 해법을 만들지 못하는 만화판의 역량도 걱정이거니와 위기의 만화판에 또 하나의 위기감만 조성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어 또 걱정이다. 


수직 연계 산업 활발

만화를 책에 국한해서 보지 않기 위한 관련인들의 움직임은 눈물겹다. 애니메이션이건 게임이건 캐릭터건 만화적인 이미지를 근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를 만화로 포함시켜 판을 키우고자 하는 이들과 구습적인 냄새가 역력한 만화에 속해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생각에 이를 전혀 새로운 것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 그러나 모든 이가 동의 하는 것은 만화건 만화가 아니건 간에 중요한 것은 하나의 창작 아이템을 통해 계열 상품을 수북하게 만드는 것이다. 업계는 변종 상품군의 출현에 혼심을 다했고 언론은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계열 상품화의 파급력은 현실 공간에서 그 진가를 보이기도 했지만 다수의 모델은 ‘자기들만의 특수’로 끝나버리기도 했다. 

***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전년도에 이어 만화계의 체감 온도는 급감하고 있으며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다. 만화책의 판매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90년대 출현했던 젊은 작가들은 그 위력이 떨어지고 있다. 중량감있는 신인작가도 작품도 출현하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만화시장의 고급화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만화 잡지는 잡지대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만화매체로 논의되던 인터넷도 기대 밖으로 멀어지는 눈치다. 만화 팬들은 갈수록 늙어가고 있고 새로운 10대 소비층은 다른 여가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 환경은 넓어졌으나 경쟁력은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꼴이다.  (끝)


2. 선정! 올해의 우리만화 15-아주 주관적인!!

‘만화평론가’로서 2001년 우리만화를 대표할만한 ‘입장’을 담고 있는 저작들과 ‘박석환’의 개인적인 ‘취향’을 포함한 15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1. 오디션 / 천계영 / 윙크 

우리만화의 최일선을 지킨 인기작. 재활용밴드의 비밀이 드러나고 오디션 결과가 발표된다는데. 이 인기작의 완결이 새로운 메가히트작을 불러올지. 아니면 우리만화의 끝을 알릴지는 두고 볼 일. 

2. 타짜 / 허영만 / 김세영 / 채널 

이젠 신문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대가. 그를 숭배하는 독자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뜨겁지만 작가는 조급하지 않다. 

3. 삽 한자루 달랑 들고 / 장진영 / 내일을 여는책

올해 한국만화대상의 대상 수상작. 민중만화가 출신의 서투른 농부. 서투른 만화가 출신 농부의 가슴 따스한 이야기. 판을 벌린 상업만화계의 전사들은 괜히 가슴이 쓰릴 듯. 

4. 붉은매 2부 / 지상월 / 소주완 / 아이큐점프

새로운 10대 소비자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만화계의 처절한 외침. 과거의 밀리언셀러가 다시 등장한다. 일본이 <북두신권>과 <씨티헌터>를 내세운다면 우리는 <붉은매> 카드를 던졌다. 

5. 졸라맨 / 김득헌 / 학산

학산 출판사의 발빠른 움직임. 올해 인터넷을 뜨겁게 한 최대 스타중 하나로 기록될 ‘졸라맨’을 전격 스카웃했다. 졸라맨 다움을 강조하는 사운드가 책 속에 포함됐다. 

6. 뽈랄라 대행진 / 현태준 / 안그라픽스

만화책으로 대접해주지도 못할 만한 책이고 만화책이 아닌 척하는 책이다. 신식공작소장의 웃기는 작품 모음집. 복고 열풍과 키치문화를 증거하는 이미지북. 우리편이 갈수록 많아지는 즐거움.

7. 닥터Q의 신나는 병원놀이 / 신정원 / 주노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만화계의 의사타진. 결과는 오리무중. 

8. 빠담빠담 / 정경아 / 원종우 / 시공사

작업 전반에 컴퓨터를 이용한 신예 작가의 역작. 그림작가와 글작가로 부부사이이기도 작가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창작지원금 수상작으로 첫선을 보였고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그린 이 작품으로 올해 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9. 세이 러브 / 문석배 / 박재성 / 기가스 

소재 선정에서 갈수록 자유로워지고 있는 우리만화. 남자 고교생과 여자 대학생. 뜻하지 않은 하룻밤과 임신. 파격적인 소재만큼 색다른 학원만화.

10. 만화삼국지 / 이희재 / 이문열 / 아이세움

출판계의 ‘삼국지’ 전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삼국지를 둘러싼 만화의 전쟁도 한창 진행 중. 이희재가 이문열 원작을 내세워 이 판에 참여했다. 

11. 오! 해피 산타 / 이경석 / 기가스

언더그라운더의 최장기 외도(?). 아마도 같은 성향의 작가 중 가장 오랜 기간 만화잡지 연재를 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이경석의 선전과 꼴등잡지 기가스의 투자가 놀랍다. 

12. 슬픈나라 비통도시 / 강성수 / 초록배

기세등등한 출판사 초록배의 행보. 언더그라운드 만화 출판에 이은 전쟁만화 전문출판의 길을 간다. 언더 출판의 일단락을 장식한 작가는 강성수. 작가 생활 10년의 작품 모음집 형식을 취했다.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이기도 하고 언더에서의 또 다른 고군분투를 준비중인 작가 자신의 기념서이기도 하다. 최근 웹진 <악진>을 창간했다. 

13. 키요라 / 홍연식 / 팡팡

<원피스>를 떠오르게 하는 기대작. 만화대상 신인상은 물론 폭력없는 아동만화로 일찍이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14. 인어공주를 위하여 / 이미라 / 시공사

검색 사이트 야후코리아의 클럽 TV광고에서 뚱보소년을 울려버린 복간 걸작. 이미라 특유의 순정성이 빼곡한 로맨스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15. 화산고 / 김환/ 시공사 

시공사의 분투가 뜨겁다. 메이저 출판사 중 막내둥이로 일본만화의 수혜를 받지 못한 출판사 중 하나. 그만큼 국내만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 출판이 줄을 잇는다. 김희선 주연의 <와니와 준하>에 이은 영화 원작 만화만들기 두 번째. <바람의 전학생>으로 인기를 얻은 김환이 작업했다. 


3. 이슈 & 토픽

- 인물


. 양경일

<소마신화전기>, <아일랜드>, <좀비헌터>에 이은 신작 <신암행어사>에 이르기까지. 양경일은 환타지 액션만화 장르의 우리측 대표선수이다. 재기 넘치는 스토리작가 윤인완과 꾸준한 공동작업을 진행하며 스토리, 그림, 연출 등 만화를 이루는 구성 요소요소마다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좀비헌터>에 이어 일본 만화잡지에 공동 연재를 하고 있는 신작 <신암행어사>는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다. 만화대국 일본에서 월간지 연재 작품으로는 드물게 1권 초판 10만부를 발행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고 판매실적 역시 뜨겁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박을 예고하고 있고 작가 자신은 후속권을 발행할 수록 권당 판매부수가 올라갈 것임을 강조한다. 

간혹 국내 작가가 일본에서 연재를 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성공사례로 돌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역량있는 작가를 찾지 못해 아우성인 일본만화계 내에서도 우리작가의 선전이 고마운 모양이다. 얼굴 보여주기를 싫어하던 작가의 사진이 많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걸렸다. <신암행어사>의 추천사를 쓴 타케이노우에는 ‘작품 전체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했단다. 우리가 자랑하고 스스로 당당할만한 작가를 얻었다. 2002년 <신암행어사>가 전달할 멋진 뉴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박인하

또 한 차례 행사가 열렸다. 만화계의 대표적인 행사로 성장한 서울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한해를 쉬고 격년제로 열린 시카프 2001은 전년도의 행사에 비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 막이 올랐다. 만화계의 불황 탓에 주요 업체들이 축소 참가했고, 정부나 기업의 지원도 전보다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획행사는 부실해졌고 기업 판매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막말로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장사판’이냐는 비아냥이 방패막 없이 공개된 셈. 만화판의 대표선수들이 쭈루룩 명함을 걸었고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결과 역시 이전 행사만 못했다. ‘시카프는 돈 버는 행사’라는 선언이 과거의 일이 되었다. 

만화평론가라는 직함을 지닌 이들 중 유일무이하게 꾸준히 작품평을 내놓고 있으며 그런 탓에 현장비평가로 명성을 얻은 박인하의 고전은 주목할 일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에 시카프 사무국을 상설로 설치하고 사무국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박인하는 만화와 만화적인 것의 접합에 관해 가장 오랜 고민과 성과를 제출해 온 만화계 내부의 선수 중 한명이다. 애니메이션 이론가로는 한창완이 꼽히고 만화이론가로는 손상익을 꼽는다면 박인하는 그 양극을 메우고, 그 딱딱함을 순화 시키며, 무엇보다 꾸준하게 작품과 소통하고 독자의 가이드 역할을 자임한다. 까닭에 올해의 결과가 어찌됐건 내년부터 매년 열기로 한 시카프가 기대되고 그가 힘겹게 만들어 가는 만화세상이 궁금하다. 풍문에 의하면 최근 화제를 모았던 명랑만화 걸작 복간 시리즈의 산파가 박인하였다고 한다. 그의 매력은 이제부터다. 극심한 침체에 시달렸던 위기의 한국만화계가 거듭날 수 있는 대민 홍보장이며 한국만화의 세계마켓인 시카프2002. 그가 연출할 기회에 만화계가 함께 뛰어야 한다. 


. 성완경

한 시사주간지를 통해 유럽의 만화를 소개하면서 만화계에 인사한 민중미술 진영의 고참 평론가. 탁월한 공공미술가이고 대형 전시행사의 기획자이며 미대교수인 흰머리 남자. 우리만화연대를 중심으로 원심운동을 멈추지 않는 성완경. 스스로 유럽만화의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가 드디어 연재원고를 다독여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를 출간했다. 만화관련서 중 드물게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이 책은 유럽의 주요한 작가와 작품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부천만화정보센터 내에 유럽만화 자료실 구축을 완료하고 소장 도서 자료집까지 출간했다. 그에 대한 일반의 대답인지 고급만화에 대한 갈증이 높아졌고 급기야 복수의 출판사들이 많은 량의 유럽만화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간 꾸준히 전개한 유럽만화 예찬이 드디어 빛을 낸 셈. 어찌 보면 길지 않은 기간동안 이룩한 그의 성과가 오리지널 만화인들에게는 시기심을 줄 수도 있겠고 자격지심에 빠지게 할 수도 있겠다. 죽자 사자 외쳐도 되지 않던 것이 날개짓 한번에 ‘파바박’ 끝나버리다니. 큰사람의 행보가 탐스러워 질투심이 생기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큰사람이 우리 편인 것이 분명해보여 다행이다. 그만한 대접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내용이나 화풍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우리만화의 천편일률적 장정만큼은 그가 제시한 쪽으로 바뀌길 바란다.


. 신일섭

지지리도 못났다. 작가생활 10년에 얹은 것이라곤 ‘유해만화사이트 운영자’라는 낙인. 하지만 신났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자신감. 자기들만의 행사인줄 알고 절치부심했는데 누군가 들어주는 이도 있고 이를 지원하는 이도 있으며 때때로 관심을 가져주고 급기야 감시하는 이들도 있다. 지하실에서 지하수만 먹고 사는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같은 무리를 이끄는 대장. 만화밴드를 만들고 만화연극단을 만들고 별 짓 다해가면서 온몸으로 만화의 영역을 넓힌다.  그 넓은 오지람이 오히려 좁다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고 그 좁은 판에 경쟁자랍시고 안티를 거는 이들도 있다. 신나지 않을 일이 없고 쉬어야 할 일도 없다. 사는 것이 만화하는 것이고 만화하는 것이 곧 이벤트며 생의 작업이다. 만화로 철학하고 철학을 무대에 올리며 무대 위로 독자를 끌어 올린다. 이 좁아터진 만화판의 뒤뜰에서, 만화가 버리고 간 그 넓은 대지에서 만화의 땅을 더욱 넓게 만드는 선수. 출판사 사장을 꼬드겨 인디만화시리즈를 출간하는데 성공하더니 드디어 인문서적 전문출판사에서 무크지 <COMIX>를 내도록 만들었다. 2쇄를 찍는 것이 소원이란다. 


- 작품

. 슬램덩크 완전판

돌아왔다. 그토록 한 많게 책을 놓아야 했던 독자들을 위해 다시 왔다. 2부 소식도 더 이상은 들리지 않고 여기찍고 저기찍고 하더니 급기야 사무라이 만화로 돌아왔던 이노우에. 열혈농구만화의 절대강자로 세계 만화계를 뒤흔들었던 그 작품 슬램덩크. 단 한 작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린 등장인물들처럼 그 전설을 잇기에 부족한 후속작들로 독자들을 슬프게 했던 이노우에. 전설이 된 그 작품이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장정을 고급스럽게 하고 번역과 그림교정을 더욱 세심하게 했으며 매권 컬러 페이지를 수록했다. 행여 책이 헐거워질까 두려워 책표지를 싸서 읽었던 이전판형의 독자들이 다시 전질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 전설로만 들었던 이들이 새롭게 독자로 나서고 있고 선수들 사이에서 겨울 선물용 애장도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걸작의 다시 찾기 열풍이 우리만화 독자들의 높아진 수준을 실감하게 하는 한편, 재생작품의 인기에도 눌려버린 올 해 만화계 농사가 민망스럽기도 하다. 


. 꽃보다 남자

모르겠다 로맨스. 신데렐라는 쉬지 않고 등장하고 왕자의 업그레이드는 멈추지 않는다. 신델렐라 모녀의 이지메를 전수 받은 필살 이지메는 여자 주인공을 실의에 빠트리고. 주제도 모르는 우리의 여주인공은 신분상승을 위해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며 눈물어린 호소로 ‘고’를 외친다. 메가톤급 왕자의 손길이 이 여인을 어떻게 피해갈까. 매번 똑같은 설정이 어쩌자고 그렇게 아름답고 재밌으며 냉가슴을 따스하게 데워주는지. 하긴 남자들의 관심사인 액션만화가 무턱대고 쎈놈들과 싸워대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만. 어쨌든 요상하다 순정만화. 

제목이 일본인들이 즐기는 맛있는 경단보다는 남자가 더 좋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 기존 순정만화와는 다르겠다. 알 듯 모를 듯 한 프랑스어로 꽉찬 로맨스 만화에서 진보된 것일 듯. 순정만화보다는 망가풍이 느껴지는 화풍과 간간이 터지는 코믹컷, 이지메를 이겨내는 주인공의 분투가 액션 스테이지 게임의 여성판일지도. 


. 디지털 삼국지

디지털 딴지일보가 또 일을 냈다. 디지털 딴지일보 패러디 정신의 원조라고 총수가 직접 밝히면서 피알도 이빠이 때렸다. 결과는 일단 대박 조짐. CD롬 형태의 만화가 재가치를 내며 쪼끔이라도 팔렸다는 소문은 금시초문이라 일단은 반갑다. 일간스포츠 연재 시에 강도 높은 세태풍자와 시대정신, 그리고 야리야리 색 쓰는 분위기를 창출하며 인기를 드높였던 <삼국지>. 몇해동안 이어지고 있는 삼국지 열풍의 한쪽을 당당히 장식한 고우영의 재활용 만화이다. 한국일보 시사만평가 생활을 접고 홀연 단신으로 다시 스포츠신문연재만화가로 돌아선 고우영. 올해는 제1회 만화의 날에 고 김종래와 함께 기념 전시회도 성대하게 열었다. 기쁜일은 연발탄으로 퍼지는 모양. 


- 캐릭터


. 오디션

올해 최고의 우리만화로 꼽힐만한 이 작품의 상업적 가치 역시 높이 살만해서 여기저기 쉬지 않고 줄을 대는 업체들이 있다. 메니저를 둔 몇 안되는 작가중 하나인 천계영은 이 모두를 가리지 않고 먹여 살리려는 모양. 잡지연재는 서울문화사의 <윙크>에서 하고 있고 단행본도 역시 서울문화사 판이다. 그러나 올 초 인터넷 연재는 코믹스투데이를 통하겠다고 선언하며 저작권 논쟁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캐릭터 사용권. 시공사의 캐릭터 사업부를 통해 지류상품의 출시를 실행했고, 핸드폰 동영상 서비스가 이어졌다. 만화 쪽에서 건져 올린 대형 캐릭터 상품 중 유일무이한 <오디션> 캐릭터. 톱스타에게 누가 시비를 걸까 만은 출판사의 가슴앓이와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고민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아직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걸로 봐서 만화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작품이고 작가인 것만은 사실인 듯. <오디션>은 완결됐고 2002년 최대의 황제주는 천계영의 신작이 될 듯. 항간에 유학을 가겠다는 소문도 있어서 신작 발표 여부는 불투명하다.  


. 엽기토끼

누가 알았을꼬. 만화계에서 쳐다보지도 않던 대학생의 작품 하나가 이만한 가치를 만들어 낼 줄. 플래시 프로그램의 개발사인 매크로미디어가 이 작가에게 상을 주어야 마땅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플래시와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존재를 알리고 그 재미와 가치를 선보였다. 침체기 만화판의 미래전략에 가이드를 설정해주고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새로운 불을 지핀 이 작품은 전형적인 캐릭터 작품으로 수많은 캐릭터 상품을 양산해내고 있다. 

<마시마로 숲 이야기>가 원제인 이 작품은 올해 한국의 문화현상을 대표할만하다. 또 캐릭터 하나가 어떻게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는지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엽기토끼는 캐릭터 사업의 과실에 대한 교과서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 교과서를 토대로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 엽기토끼의 성과를 중심으로 다시 ‘돈’들이 몰리고 있다. 이 기회를 잡는 작가와 작품이 있어야 한다. 


. 도라에몽

어찌하나. 그 각박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던 작품들이 재사용되고 있다.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전에 만들어져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들이다. 박물관의 데이터베이스 사업에 쓰여야 적당할만한 것들이 현장의 주력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기획과 투자가 용솟음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냉큼 따먹고 있는 죽은 신화들. 살아서 기회를 만들려고 절치부심하는 이들에게는 원망스러운 귀신같겠다. 그러나 그들을 그리워하고 반겨하는 일반의 속성은 어찌하나. 그리고 전설과 역사를 인정해주는 것이 곧 이 판의 성숙함을 이해해주는 것 같으니. 드러내놓고 불평할 수도 없고. 작가와 제작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도라에몽은 동짜몽으로 국내에 소개됐던 과거의 걸작. 최근 대원C&I홀딩스가 캐릭터라이센스를 진행하면서 TV방영과 출판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 작품은 일본에 전용상영관이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캐릭터이고 작가는 만화의 신으로 대접 받고 있다. 


- 키워드

. 저작권, 전송권

발췌 : 야후 경제용어 사전

저작권(著作權, copyright)

지적소유권을 구성하는 2대부문의 하나인 저작권은 문학·연극·음악· 예술 및 기타 지적·정신적인 작품을 포함하는 저작물의 저작자에게 자 신의 저작물을 사용 또는 수익처분하거나 타인에게 그러한 행위를 허락 할 수 있는 독점배타적인 권리이다.

저작권은 복제에 의한 저작권자의 저작물판매·배포, 즉 출판 또는 발행을 못하도록 보호하는 권리이다.

1 차적 저작물의 경우는 당연히 원저작자가 저작권자가 되지만 개작· 편 집·번역 등에 의한 2차저작물에는 2차저작물을 작성한 자가 저작권자가 된다.

저작권은 이전성이 있으므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사망시 상속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작자가 아닌 저작권자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한미통상협정에 따라 새 저작권법이 발효되는 1987년 7 월 1일부터 10년이내에 발행된 미국 저작물(77년 1월 1일 이후의 발행 저작물)을 국내출판사가 무단복제 출판할 경우에는 출판사 및 인쇄소 등 록에 관한 법률에 적용받도록 했다.

87년 10월 UCC(세계저작권조약)에도 가입.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코믹스팸닷컴 200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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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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