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1세기 한국사회 新키워드-‘脫’‘마니아’‘UCC’…시대 급류, 2007.05.26

미래의 가족 핵가족 넘어 다양한 분열과 융합 


21세기 한국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네 삶은 지금 세계사의 흐름 어디에 위치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하기조차 하다. 이 같은 불안의 시대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격주간 출판소식지 ‘기획회의’ 200호를 기념, 특집으로 다룬 ‘키워드로 읽는 한국 문화의 지형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단순히 출판산업의 동향을 읽는 수준을 뛰어넘어 한국 문화, 나아가 한국 사회가 현재 어떤 지점에 와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점검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마니아 문화’, ‘1인 미디어’, ‘미래의 가족’, ‘미술품 쇼핑’, ‘인터넷 만화’, ‘탈(脫)민족’, ‘잘 죽음’, ‘놀이’, ‘익스트림 스포츠’, ‘행복산업’, ‘양성 평등문화’, ‘뇌’, ‘탈(脫)학교’, ‘학교 도서관’, ‘저작권’ 등 오늘날의 한국문화를 읽어내는 키워드 중에서 대표적인 키워드를 소개한다.



◆ 미래의 가족 =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이제 우리 가족도 핵가족화를 넘어 다양한 세포분열 및 새로운 융합의 시대를 맞았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주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가족들은 구성과 양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실험과 다채로운 대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0쌍 가운데 12쌍이 재혼이고 5쌍 정도가 초혼남-재혼녀 커플이다. 또한 농촌의 100쌍 중 15쌍 이상이 중국·베트남·필리핀 여성과의 국제결혼이며, 농촌 초등학생 6명 가운데 1명은 조부모와 함께 사는 조손가족이다. 특히 2005년 현재 25~34세 인구중 미혼비율이 남자 10명 가운데 4.5명, 여자 10명 중 2.5명에 이른다.

함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현재 해체되고 있는 것은 부계 혈연 중심의 가부장제 원리이지, 가족이 표방하는 애정 공동체로서의 가치는 오히려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앞으로 가족은 구성원 각자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하는 ‘맞춤형 가족’을 지향하면서, 적령기의 압력 및 결혼을 향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생활양식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함 교수는 예상했다.

◆ 탈민족 = 김기봉 경기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점점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변모하는 상황에서 혈통 민족주의에 입각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며 “한국인들도 더 늦기 전에 탈민족주의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를 우리 밖으로 전파, 확산시키는 한류 역시 우리의 확대과정, 곧 타자를 친구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에 반해 민족주의는 타자를 친구가 아닌 적으로 설정하는 인식체계이기 때문에 한류를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류의 종말을 야기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한류의 역사적 의미는 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아에서 문화적 소통의 주도권을 가졌다는 점”이라며 “한류의 세계화는 우리가 탈민족적 정체성을 가질 때만이 실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마니아 문화 =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국내 방송국이 방영할 외국 드라마를 선택하기 전에 마니아가 먼저 고르고 자체적으로 수용한다”면서 “케이블 방송국에서는 미국 드라마(미드) 마니아들의 의견에 따라서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고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출판시장에서도 마니아의 영향력이 넓어졌다는 것. 최근의 일본 소설 붐도 마니아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등 소수의 작가에 국한돼 있던 일본 소설 출간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가운데 장르 소설의 출간이 특히 눈에 띈다. 이는 인터넷의 추리소설 동호회 등에서 활동하던 마니아들이 출판 편집자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이 있는 소설들을 선별하여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분석했다.

◆ 인터넷 만화 =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최근 소재 기근과 스타 마케팅의 역효과에 시달리는 영화계와 방송계는 만화 작품이 지닌 독특한 세계관과 치밀한 서사구조에서 돌파구를 찾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기존 만화계도 찾지 못했던 영역을 인터넷 만화가 담당하면서 대중문화계는 다시 한번 ‘만화의 힘’에 놀라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인터넷 만화와 웹 만화를 구분, 인터넷 만화가 기존의 만화계와 만화적 전통을 대부분 수용했다면 웹 만화는 창작, 제작,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만화가 전송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출판만화계의 최하위 매출을 담당했던 반면, 출판만화 바깥에서 성장한 웹 만화는 오히려 출판만화계에 출판권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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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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