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한일작가주의만화교류전 리뷰, 2005.06.12


98년 1회 행사를 시작으로 국내 언더그라운드만화의 흐름을 주도해왔던 '대한민국언더그라운드페스티벌'이 올해도 열렸다. 
롯데백화점 안양점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 비주류 만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COMIX팀과 일본에서 같은 성격을 지니고 활동중인 AX팀이 참가했다. 부제는 '한일작가주의만화교류전'이다. 
외형만으로 이 전시회에 대해 논하자면 크게 두가지를 확인 할 수 있다. 
첫째는 출판만화계의 호황기에 모습을 드러낸 언더그라운드만화계가(<실험만화 봄>의 출판을 시작으로 한다면 95년)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주류만화계의 불황과 함께 그 규모가 축소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몇 해 전부터 교류해왔던 일본의 언더그라운드만화계와의 관계가 조금 더 견고해졌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기실 90년대는 우리만화계에 있어 매우 풍요로운 환경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놀라울 정도의 다양한 형식이 시장에 노출되었고 나름의 평가선상에 올라있었다. 주류에 반하는 비주류만화가 출연하고 이들의 반발을 유연하게 지탱해 줄 정도로 자본은 견고했고 인식은 풍요했었다. 그러나 지금 출판만화계는 총체적인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의 형식 구분이 가능할뿐 주류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주류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주류에 대한 반발과 비주류의 외침은 아무런 내용을 담아내지 못한다. 내용이 없는 형식은 최소한의 의미전달에도 실패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전시회는 작품 개개의 평가를 논외로 하더라도 매우 공허했다.  
국내 출판만화계가 불황의 터널에 막 들어설 즈음 웹진COMIX팀은 일본AX팀과의 교류에 공을 들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으나 국내 환경의 한계를 이웃한 출판만화강국을 통해 해소해보려는 의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여의치않아 보인다. 
주류라는 비판대상이 사라진 뒤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는 비주류의 형식은 공허한 논쟁과 입장 싸움만 남게 마련이다. 비주류를 하나로 묶는 명분이 사라지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 나뉘어진 언더그라운드는 소그룹으로 분산되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입장이 다른 여러 소그룹의 활동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만 그들을 묶는 무엇이 없다는 것은 이 땅밑세상에 대한 관심을 더 멀어지게 한다.  
그들이 그들의 작업을 이어가고 이전과 같은 영향력과 국내 만화환경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이념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이 처음 실험, 비주류, 언더 등의 개념을 빌어 그들의 작업에 형식적 새로움과 내용을 담아냈을 때도 분명한 이론적 받침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곧 하나의 형식틀로 굳어졌고 작업자만 바뀌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따른 이론은 죽은 이념이 되어 버렸다. 이제 그들에게는 새로운 이론 학습과 형식 연구가 필요하다. 어느덧 10년이 되어 스스로 구축해버린 틀을 다시 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ssay/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