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박찬섭의 '무적트윈스' [이 만화를 발견하다], 한국일보, 2004.3.30

"우리형제는 싸움꾼이 아니야 행복한 가정을 원할 뿐"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법. 영웅의 이마에 붙은 이름표는 괴물이다. 멸시의 대상이었던 괴물은 나름의 개인기로 갑자기 등장한 공포의 대상과 맞선다. 괴물은 다수의 희망이 되어 공포의 대상을 무찌르고 특수한 능력을 지닌 영웅으로 부각된다. 여기까지가 동서양을 막론한 영웅서사의 기본틀이다. 

괴물은 외계 생명체나 존속 살해를 저지른 인면수심의 인간이기도 하고 알에서 태어났거나 시대를 앞지른 천재이기도 하다. 사회 혼란기나 변혁기마다 등장하는 공포의 대상은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이기도 하고 전염병이나 전쟁, 정치현실일 때도 있다.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할리우드에서는 여전사가 괴물로 등장했고 최근 탄핵 정국의 역풍은 야당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공포의 대상과 괴물 영웅의 관계는 시대상황과 맞물리며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박찬섭의 ‘무적트윈스’에서 공포의 대상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성장 환경이다. 가정 학교 이성 성취 등의 환경이 이야기 순서대로 배열되고 쌍둥이 형제 천상과 천하가 횡 스크롤 액션게임(캐릭터가 우측으로 이동하며 적과 싸우는 형식의 게임)을 펼쳐가듯 이를 하나씩 파괴한다. 

패션모델에 무술인 출신 부모를 둔 덕분에 태생적으로 잘 생기고 싸움까지 잘하는 형제는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파업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고교에 진학했지만 교복 살 돈도 없고 당장 먹을 것도 없다. 어쩌다 뺏어먹은 음식이 금방 소화될까 걱정인데 여학생들은 사귀자고 난리고 부잣집 아들 놈들은 싸움 순위를 가리자고 법석이다. 

이 쌍둥이 형제는 일반적인 윤리의식이란 것도 없다. 먹고 싸고 자는 원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게으른 수컷이다. 한자어로 영웅(英雄)이 ‘수컷 중에서도 빼어난 수컷’을 뜻한다면 이 어린 형제는 그런 류의 영웅일 뿐이다. 공포로부터의 위협을 희망으로 바꿔주는 진짜 영웅이 아니라 화려한 액션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싸움꾼일 뿐이다. 그러나 박찬섭의 전작과 함께 이 쌍둥이 형제를 보자면 이야기의 주제는 조금 다른 데서 찾아진다. 

박찬섭은 1995년 ‘뱀프×1/2’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의 모험담을 다뤘고 후속작인 ‘열풍지킴이전기’는 악과 싸우는 12명의 지킴이전사 이야기이다. 설정 상 판타지에 가깝고 매 페이지마다 폭소가 가득한 개그만화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출생의 문제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역할이 담겨있다. 변종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자기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는 세상이 있다. 

이때 주인공은 그 천한 신분의 문제를 뛰어넘어 위협 앞에 희망으로 나서는 영웅이 된다. 학원만화 ‘싸이코러쉬’를 거쳐 ‘무적트윈스’에 이르러 박찬섭은 이를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붕괴된 가정은 조직화한 폭력보다 더 큰 위협이다. 게으른 수컷 형제가 가장 강하게 얻고자 했던 것은 그저 ‘행복한 가정’이었다. 가정이라는 작은 세상을 지킨 이가 진짜 영웅이란 말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한국일보, 2004-03-3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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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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